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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농사

아이에게서 배움니다-배추농사②


아이들과 배추농사를 짖고 있습니다. 저번에도 배추농사에 관한 이야기를 썼는데요. 농사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키움의 정성과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관련기사 - 2009/11/13 - [텃밭농사] - 애벌레도 먹고, 사람도 먹는 배추농사①

배추를 심어 놓고, 일주일에 한 두번 텃밭에 내려가 물을 주었습니다. 사실 교사인 제가 잘 챙겨야 하는데 제가 까먹기 대장이거든요. 아차! 싶어 물을 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건지 배추는 생각보다 잘 자라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더 많이 자랐겠지? 생각하고, 다음번에 물 줄 때 보면 잘 모르겠더라구요.

농사는 부지런해야 할 수 있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늦게 심어서 그런가 보다고, 내년에는 꼭 일찍 심어야지 다짐 했습니다.


한동안 비가 자주 내렸어요. 물을 줄 필요가 없어 한 10일 정도 그냥 지나갔지요. 햇볕이 쨍쨍하던 날 생각이 나서 물 주러 내려 갔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정말 몰라보게 배추가 쑥 자라 있었습니다. 역시 수돗물 보다는 빗물에 더 영양분이 많나 봅니다.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아이들도 저와 같은 마음인지 배추가 커졌다고, 아기배추에서 엄마배추가 됐다며 할말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곤 신이 나서 물을 듬뿍듬뿍 주었지요. 배추에게 축복의 말도 건내면서요. "

배추야 더 많이 자라라~", "많이 먹어", "사랑해"

쑥쑥 자란 배추를 보니 건내고 싶은 말도 많아지고 마음속에서 사랑과 소중함이 느껴졌습니다.


마침 아빠선생님이 지나가시다 물 주는 우리들을 만났습니다. 그리곤 한 마디 하셨지요.

"이야~ 바다반 배추 농사 진짜 잘 지었네~ 배추 정말 크다" 

우리반 아이들은 칭찬 한마디에 더욱 어깨가 으슥거립니다. 얼마나 뿌듯했을까요. 그 뒤로 우리 배추농사 잘지었다고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배추에 물 주러 가자고 하면 싫어하는 아이가 없을 정도니까요. 




                         (나무 뒤에 있는 아이가 경민이 입니다.)

2주 전 쯤에는 배추잎을 모아 노끈으로 묶어 주었습니다. 배추를 그냥 두면 잎에 많이 질겨져 못 먹는다고, 묶어 줘야 배추 속에 알이 찬다고 하더라구요.

마침 아주 추운 날이었습니다. 아이들 혼자서는 할 수가 없어 아이들 번호 순서에 맞추어 제가 배추 잎을 모으고 아이들이 줄을 묶었지요. 한 아이당 2개씩 묶었습니다. 그래도 배추가 많이 남더라구요.

날씨가 추우니 더 하고 싶은 아이들은 남고 교실로 올라가라고 하였습니다. 네다섯명이 남아 배추 몇 개씩 더 묶고 끝내는 경민이와 저 둘만 남았습니다.


사실 배추 묶기를 마무리 할 즈음에는 제가 너무 추워서 교실로 올라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경민이는 신이 나서 풀도 뽑고 끝까지 저를 도와 주더라구요. 한 10포기 쯤 남았을 때 못 참고 경민이에게 말했습니다.

"경민아 추운데 그만하고 들어갈까? 남은 거는 내가 나중에 할게"
"아니요. 선생님 내가 도와줄게요. 다하고 가요"

경민이는 신이나서 이거할까요? 저거 할까요? 합니다. 순간 교사인 제가 부끄럽더라구요. 경민이에게 힘을 얻어 끝까지 남은 배추를 다 묶었습니다. 일을 마치며 경민이와 하이파이브로 두손을 마주 치고 경민이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정말 기특한 아이입니다. 

그 날 이후 경민이와 둘만 마음이 통하는 부분이 생겼지요. 배추이야기만 나오면 둘이 눈이 마주칩니다. 마음이 통하기 때문이겠지요. 아이들만이 교사에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교사인 저도 아이들에게 배웁니다. 배움에는 한쪽 방향만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 다음번에는 배추농사 마지막 김장담그기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