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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농사

우리 사고쳤어요.

일곱살 아이들의 김치담그기

아이들과 텃밭농사로 배추를 키웠습니다. 이제 클 만큼 컸기에 수확해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우리의 보람이 가득한 배추로 김치담그기를 해보았습니다.

2009/11/23 - [텃밭농사] - 아이에게서 배움니다-배추농사②
2009/11/13 - [텃밭농사] - 애벌레도 먹고, 사람도 먹는 배추농사①
(텃밭농사에 관해 쓴 글입니다)



우선 배추의 뿌리 부분을 자르고 잎을 골랐습니다. 그리곤 흙을 털어내고 씻었지요. 추운 날씨여서 물이 얼음 같이 차가웠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열심히 하였습니다. 자신들이 키운 배추라 남다른 애정이 있기 때문이겠지요.

우리 배추는 노란 잎보다 푸른잎이 대부분입니다. 푸른잎은 질기지만 섬유질과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햇빛을 많이 먹고 자랐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일러 주었습니다. 우리 배추는 햇빛을 많이 먹어 몸이 건강해지는 배추라고 말입니다.

배추는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김치를 담그자고 아이들에게 큰소리는 쳤는데 사실 김치를 한번도 담궈보지 않았기에 걱정이 많이 되었지요. 이 많은 배추를 맛있게 담글 수 있을까하고 말입니다.

우선 큰통과 굵은 소금을 준비했습니다. 배추를 반으로 자르고 아이들과 함께 배추 잎 사이사이에 소금이 잘 들어 가도록 뿌렸습니다. 급식선생님께서 내일 아침에 배추를 씻으면 된다고 일러 주셔서 배추 담그기 전날에는 그렇게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으로 마쳤습니다.



그디어 김치 담그기 당일입니다. 아침 일찍 출근해 배추를 씻었습니다. 밤새도록 절였기에 짭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아이들이 흙을 깨끗이 씻지 않아 사이사이 흙을 씻어 낼려고 일찍 출근했습니다.
 
김치담그기 시작!

김치 양념은 급식선생님께서 미리 준비해 주셨습니다. (사실 양념까지는 할 자신이 안나더라구요.) 배추를 잡고 잎을 하나씩 펼쳐 안쪽에서 부터 잎 끝부분까지 양념을 고루 펴 바르면 된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별로 배추와 양념, 비닐장갑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공동체끼리 의논하여 누가 먼저 할지 정합니다. 무슨 활동을 할 때면 언제나 활동의 범위를 정해주는 것까지만 하고 저는 개입하지 않습니다. 제가 개입해 버리면 자발성과 협동심이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한 명씩 돌아가며 양념을 바르는 공동체도 있고, 다함께 바르는 공동체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에서 신났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양념을 바르던 아이들 비닐장갑이 자기 손보다 커 귀찮았는지 벗어 버리고 맨손으로 양념을 바릅니다.


양념을 많이 발라 금세 양념을 더 가지러 오기도 하고, 둘러 보니 김치 속이 허옇게 안 발려 있기도 합니다. 중간 중간에 김치를 큰 통에 담아 제가 살짝 손을 보았습니다.

양념바르던 것이 재밌었는지 김치를 먹어보자는 아이들이 없습니다. 양념바르기에 푹 빠져 있다 보니 까먹은 걸까요? 중간에 손에 묻은 양념을 먹는 아이들은 있었지만요.

김치 담그기가 끝나고 뒷 정리도 말끔하게 하였습니다. 아이들이요. 저도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어찌나 대견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짜운 김치, 우리 사고쳤어요!

드디어 담근 김치를 시식하기 전 제가 먹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쩌나요. 맛은 있는데 굉장히 짜운게 아니겠습니까 속으로 걱정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김치를 쭉쭉 손으로 찢어 한입씩 주었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우리가 담근 김치 맛있다며 몇 번이나 먹었지요.

다른반 친구들과 선생님들도 구경왔습니다. 아이들의 어깨가 으슥 거리고 우리가 담근 거라며 자랑 또한 대단합니다. 그에 맞추어 선생님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해주셔서 아이들은 더욱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우리반에 온 손님들에게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한 입씩 먹어보게 했는데 우리반 아이들은 슬슬 빠지고 다른반 아이들은 신이 나서 먹습니다. 우리반 아이들 먹다 보니 짜운 것을 느낀 걸까요?

담근 김치로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전과의 반응이 다릅니다. 아이들이 김치를 조금만 달라고 합니다. 밥을 먹으면서 아이들에게 말했습니다.

"애들아 우리가 담근 김치 진짜 맛있제?"
"...아 네(썩 그렇지 못하다는 듯) 근데 짜요. 사고쳤어요"


그러는게 아니겠습니까 웃겨서 배꼽이 빠질뻔했습니다. 다른반 선생님께서도 그러더라구요. 집에 가는 차안에서 "너희 김치 진짜 맛있더라" 했더니 근데 짭따고 말입니다. 

담근 김치는 아이들 수만큼 나누어 담아 집으로 가져가게 했습니다. 간단히 쪽지도 적어서요. 짭지만 아이들이 담근 김치라고 맛있다고 칭찬 많이 해주시라고 말입니다. 


다음 날 학부모님과 통화를 하는데 집에서는 아이가 짭다는 소리 안하고 엄청 자랑하면서 잘 먹더 랍니다. 우리 아이들 정말 사랑스럽지요?

아이들 말대로 김치가 짜워 사고는 쳤지만 그래도 직접 키운 배추로 김치도 담그고 나름 텃밭농사 성공했다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