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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아이들은 길에서 배운다, 봄 나들이

벚꽃이 환창일 때 아이들과 봄을 느끼기 위해 산책을 나왔습니다. 지금은 벚꽃이 다 져버리고 초록잎이 돋아났는데요. 햇님 보기 힘든 요즘 '아~그날 봄을 찾아 나섰길 다행이다'싶은 마음이 듭니다.

저희 유치원 앞에는 기차길이 있습니다. 산책을 나갈때면 기차길을 따라 아이들이 '기차'가 되어 걸어가는데요. 이 기차길은 1년에 기차가 몇 번 지나지 않아 아이들과 인도로 걷는 것 보다 안전합니다. 차가 지나다니질 않으니까요.


기차길에는 봄을 알리는 친구들이 참 많았습니다. 활짝 핀 벚꽃, 매화나무 분홍꽃, 노란 유채꽃, 기차레일 틈에 핀 보라색 제비꽃, 예수님 얼굴을 닮았다는 파란 무슨꽃(이름이 기억이...)과 이름 모를 풀꽃들이 참 많았습니다.

인공으로 만든 공원 같은 곳에는 잔디가 잘 자라고, 풀들이 나지 않도록 제초제를 뿌린다고 하지요. 기차길 주위에는 그런일이 일어나지 않으니 덕분에 아이들과 여러 풀꽃들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기차길인지 모릅니다. 

길을 걷다 걸음을 멈추게 하는 보물을 발견하면 아이들과 웅성웅성 모여 신기한듯 관찰하고 또 길을 걷다 멈추고, 학교 담벼락 뒤에서는 축구공도 하나 주웠습니다. 완전 보물발견이었지요.



기차길(이 길이 임항선이라고 해요.)을 따라 우리가 도착한 곳은 마산시립박물관 근처 환주산이었습니다. 등산까지는 못하고 일단 시립박물관 앞으로 갔습니다. 아이들이 놀만한 적당한 곳을 찾아야 했기에 이리저리 둘러보았지요. 박물관 앞에는 일하시는 직원분이 계셨는데, 우리반 현민이가 어떤 아저씨를 막 부르는 겁니다.

(시립박물관이 있는 환주산이예요. 문신미술관도 있지요.)

"아저씨 우리아빠 여기 박사님이예요' 라면서요. 그때 아차! 싶더군요. 현민이 아버지가 시립박물관에서 연구하신다는 것이 생각이 났습니다. 조금 있으니 현민이 아버님도 나타나셨습니다. 직장 동료에게 들으셨겠지요.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인사드리고 뿌듯해 하는 현민이와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밴치가 있는 약간 넓은 공간을 아이들과 놀고 가기로 했습니다. 놀잇감은 무궁무진합니다. 나무작대기, 여러 나뭇잎, 많은 솔방울, 그리고 최고의 놀이감 흙, 적당히 오르고 뛰어내릴만한 곳 등 아이들 신이 났습니다. 장난감을 서로 할거라고 싸울일도 없습니다. 사방에 널려있으니 말입니다. 역시나 밖에 나오니 싸울일도 없고 아이들, 선생님 모두 행복합니다.




솔방울을 밴치에 모으는 아이, 나무막대를 종류별로 모으는 아이, 나무작대기의 모양별로 의미를 부여하는 아이(특히 총, 칼이 많지요), 바닥에 그림그리는 아이, 신기한 나뭇잎 종류별로 모으는 아이,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는 아이, 이리 저리 뛰어다니는 아이하며 놀이감을 찾느라 탐색 중인 아이 가지각색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놀고, 다시 기차길을 따라 유치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만하면 봄을 느꼈겠지요? 어제는 비오더니 오늘은 날씨가 흐리네요. 산책갔던 이날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