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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다큐.연극.

가난하다고 꿈도 가난해야돼?

지금은 막을 내렸지만 꼭 보았으면 하는 좋은 영화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맨발의 꿈'이라는 동티모르를 배경으로 만든 축구영화인데요. 여러 스포츠영화가 그렇듯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한다는 내용이긴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가치와 감동이 내 안에 울림을 다르게 주었기에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맨발의 꿈'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에서 일어난  일이 실제 있었던 일이었기에 그 감동이 컸을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우선 영화 내용을 알기 전 동티모르의 역사에 대해 미리 알고 본다면 영화속에서 더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거든요.

동티모르는 21세기 최초의 독립국으로 아픔이 많은 나라입니다. 450년 동안이나 포르투칼에 지배를 받았고, 또 인도네시아에 25년이나 지배를 받았습니다. 스스로의 힘이 아닌 UN과  평화유지군에 힘입어 독립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2년에 식민지에서 벗어났다고 하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생각하면 정말 상상이 가지 않는데요. 더욱 큰 문제는 독립 후 내전으로 인해 인구의 1/4 이 죽기까지 했고, 아직도 내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이게에 문맹률 또한 높습니다.  정상적인 교육이나 문화생활은 거의 불가능한 곳 동티모르입니다. 그나마 커피 맛이 좋아 커피사업이 발달하고 있는데요. 수많은 공정무역 상인들이 유기농 커피를 판매에 힘쓰고 있습니다. 좋은일이죠? 공정무역 커피를 소비함으로써 이나라를 도와 줄 수 있겠네요.

주인공은 아무것도 없는 나라에 최초의 사업가가 되어 때돈을 벌어 보겠다는 목적으로 동티모르로 날아갑니다. 예전 축구 프로팀에서 선수로 활동하였었지만 축구를 그만두고 이런 저런 사업을 하다 전부 실패하고 이 작은나라에서 대박을 터트리러 간 것입니다. 


어떤 사업을 해볼까 고민하다 학교에도 가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이 맨발로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스포츠샵을 엽니다. 축구화와 축구공을 팔아 보겠다는 속셈입니다. 하루하루 먹고 살기 힘든 나라에 물건이 팔릴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1루에 1달러씩 할부로 축구화를 팔고 축구를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불순한 의도로 시작하였지만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주인공의 마음은 바뀌어 갑니다.

내전을 겪으며 서로가 원수가 되어버린 아이들에게 서로를 이해하고, 손잡을 수 있는 마음이 생겨나게 하고, 또 고아가 되어 버린 아이들을 보살펴주고, 영양이 부족해 쓰러지는 아이들에게 영양제를 사주기까지 합니다. 주인공의 마음에도 사랑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동티모르에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은 25년동안 지배를 받았던 인도네시아 축구프로팀에 스카웃 되어 가는 것이 꿈입니다.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 아이들에겐 그런 기회란 사실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우여곡절 끝에 그 기회를 만들어 냅니다. 히로시마 축구대회에 출전해 승리를 하면 되는 것인데요. 하지만 일본까지 갈 항공료가 없어 기회가 무산되려할 때 그 이야기가 여러 매체에 알려지고 후원자를 만나게 됩니다. 간절히 원하던 것을 할 수 있게 된 아이들 마음이 어땠을까요? 그 마음 말로 표현하기가 부족해지겠지요.

지금 우리 주위에 많은 아이들은 하고 싶은 것 하고, 갖고 싶은 것 갖고, 정말 부족함이 없이 살아갑니다. 부족함이 없는 아이들에게 간절함이란 있을 수가 없습니다. 풍족한 생활 속에서는 당연한 것이겠지요. 영화를 보며 예전 책에서 읽은 가난함이 가장 좋은 교육이라는 말이 생각이 나더군요. 공부는 자발적인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는데요. 부족함이 없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학습이 이루어지기란 힘들 것 같습니다. 

이 축구 경기에 동티모르의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로 모아집니다. 삶에 지치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에 불안해 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꿈을 꾸게 합니다. 서로를 죽이던 사람들이 온 마음이 모이게 합니다. 
 
경기는 정말 기적처럼 승리를 거둡니다. 그 기쁨은 감동이라 표현하기 부족할 정도로 벅차 오르는 그 무엇이겠지요. 영화를 보는 동안에 함께 보고 있는 관객들도 또한 다 함께 웃고, 울고, 승리를 하였을때는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우리들 또한 한마음이 되었구나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주인공의 "가난하다고 꿈도 가난해야해?"란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세상의 아이들은 모두가 소중한데... 지금 내가 만나고 있는 아이들이 소중하듯 그 아이들도 소중한 것인데...누구는 부자 부모 밑에 태어나 풍족하게 살아가고, 누구는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나 먹을 것 걱정하며 살아간다니 가슴이 찢어지게 아파옵니다.

하느님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나라 남의 나라 따지지 않고 모두가 하나의 자식들인데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 도우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이세상 모든 아이들이 먹을 것 걱정하지 않고, 누구나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며 웃음 소리 넘처나는 행복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좋은시가 있어 소개합니다.

세계가 만약 하나의 집안이라면

세계가 하나의 집안이라면
난 하늘같은 솥을 하나 걸겠어
한 쪽 발은 히말라야 봉우리에 걸치고
다른 한 쪽 발은 안데스 산줄기에 걸치고
그 커다란 솥단지에
산봉우리처럼 가득 하얀 쌀을 들이붓고
온 세상의 아이들더러
마른 나뭇가지를 주어오라고 해서
따뜻한 불을 지펴 밥을 지으며
옛날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애들아
만약 우리들의 아버지가 하나라면
이 밥을 지어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굶주리게 하겠니
누구는 따뜻한 방에 재우고
누구는 길바닥이나 들판에서
추위에 떨게 하겠니
그 이야기를 들으며
하얀 쌀밥으로 배를 채운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어느덧 쌔근쌔근 잠이 들테지
하나의 집, 하나의 아버지를 꿈꾸며
내일도 어김없이 주어질
따뜻한 쌀밥을 꿈꾸며
안심하고 깊은 잠에 떨어질테지 

- 이학영 시집 「꿈꾸지 않는 날들의 슬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