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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세상.

엄마까투리의 가슴아픈 사랑이야기

아이들에게 동화 읽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엄마 까투리'라는 제목과 권정생선생님의 동화인 것이 마음에 들어 책을 골랐습니다. 권정생선생님의 동화는 어쩜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질까? 라는 생각이들 만큼 따뜻한 동화이고, 착한동화이기에 읽고 나면 마음 속 큰 보물을 얻은 것 마냥 기분이 좋아지고, 또 나를 돌아보게 되는 그런 책들이 많습니다. 동화책이지만 어른인 내가 읽어도 재미있고 마냥 좋아집니다.

엄마까투리 동화 내용은 이렇습니다. 산에 꽃이 피고, 새들이 노래하는 봄에 산불이 납니다. 꽃샘 바람이 불어 산불은 점점 번지고 다람쥐도, 산토끼도 노루도, 맷돼지도, 새들도 울부짖으며 모두 먼 곳으로 달아납니다. 그러나 산불은 꽃샘바람으로 점점 번져 갑니다.

산골짜기 다복솔 나무 아래에 엄마까투리 한마리와 갓 태어나 꿩 병아리 아홉마리에게도 불길이 쫓아 옵니다. 엄마까투리와 성냥개비 같은 작은 발의 꿩 병아리들은 허둥지둥 쫓겨 다니고 있었습니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면서 불길이 자꾸자꾸 가까워졌습니다.

갑자기 불길이 엄마 까투리를 덮쳤습니다. 엄마까투리는 저도 모르게  그만 푸드득 날아올랐습니다. 저만치 날아가다 엄마까투리는 뭔가 깜빡 두고 온 것이 생각납니다. 가슴이 철렁! 새끼들을 두고 온 것입니다. 엄마 까투리는 황급히 몸을 돌려 애들아! 애들아! 새끼들에게 내려 갑니다. 꿩 병아리들은 삐삐 거리며 엄마를 찾고 있었지요.

불길은 또 엄마 까투리를 덮칩니다. 엄마 까투리는 저도 모르고 또 푸드득 날아 오르고, 또 다시 철렁! 새끼들에게 돌아갑니다. 엄마까투리는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오고, 날아올랐다가 다시 내려오고 몇 번이나 그랬지만 아무래도 새끼들을 두고는 혼자 달아나지 못합니다.

엄마 까투리는 한군데 자리를 잡고 두날개를 활짝 펼쳐 새끼들을 엄마 날개 밑으로 들어오라고 합니다. 새끼들은 얼른 엄마 날개 밑으로 숨지요. 엄마 까투리는 두날개 안에 새끼들을 꼬옥 보듬어 안았습니다. 행여나 불길이 새끼들을 덮칠까 말입니다. 

새끼들은 엄마 품에 숨으니 뜨겁지도 무섭지도 않았습니다. 엄마 까투리는 두 눈을 꼭 감고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사나운 불길이 엄마까투리를 휩싸 뜨거워 달아나고 싶어도 엄마 까투리는 꼼짝 않습니다.

불길이 기어코 엄마 까투리 몸에 붙었습니다. 머리와 날개가 한꺼번에 타기 시작합니다. 엄마까투리는 꼼짝 않고, 행여나 새끼들이 다칠까 오히려 두 날개를 꼭꼭 오므립니다. 그러곤 정신을 잃었습니다.

산불은 하루 만에 가끄스로 꺼집니다. 온 산 나무들이 다 타버렸고, 앙상해진 나무들이 까맣게 서 있습니다. 사흘쯤 뒤 아랫마을 살고 있는 나무꾼 박서방 아저씨가 불 탄 산에 올랐습니다. 까맣게 탄 나무를 땔깜으로 쓰려는 겁니다.

그런데, 박서방 아저씨가 골짜기 퍼덕에서 불에 까맣게 탄 엄마 까투리를 발견합니다. 너무나 가여워 가까이 가 보았습니다. 그러자 발자국 소리에 놀란 꿩 병아리들이 새까맣게 탄 엄마 품 속에서 한 꺼번에 쏟아져 나옵니다, 꿩 병아리는 모두 아홉마리 입니다. 타 죽은 엄마 품 속에서 솜털하나 다치지 않고 모두 살아 있었습니다. 


꿩 병아리들은 불 탄 산자락을 몰려다니며 무언가 부지런히 쪼아 먹더니 다시 모여 죽은 엄마 날개 밑으로 들어 갑니다. 그 모습을 박서방 아저씨는 멍하니 바라보다 조용히 그 자리를 비켜줍니다.

다음 날도 다음 날도 박서방 아저씨는 찾아갑니다. 타 죽은 엄마 까투리도 그대로 있고, 아홉 마리 꿩 병아리들도 그대로 있습니다. 꿩 병아리들은 역시 저희끼리 몰려다니며 부지런히 뭔가 주워먹고는 다시 엄마 품으로 들어가 숨습니다.

열흘이 지나고 한달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꿩 병아리들은 깃털이 나고 날개도 커다랗게 자랐습니다. 반대로 엄마 까투리는 비에 젖고 바람에 쓸려 앙상한 뻐대만 까맣게 남더니 그것마져 부서져 버립니다. 

꿩 병아리들은 그래도 엄마 곁을 떠나지 않습니다. 엄마 냄새가 남아 있는 그곳에 함께 모여 보듬고 잠이 드는 것입니다. 그렇게 엄마 까투리는 온몸이 바스라져 주저 앉을 때까지 새끼들을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동화를 읽은 동안 목이 메이고 눈물이 울컥 쏟아져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엄마까투리의 가슴 아픈 사랑이 마음을 울렸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을, 우리 어머니들의 사랑은 이런 것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마음에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다시금 일깨워 주시더군요,

나의 어머니께 난 어떤 감사함을 표현하고 사는지, 언제나 엄마는 모른다고, 우리 엄마는 아프니까 다른 엄마들 같지가 않다고 무시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아니 무시하고 산 내가 너무나 부끄럽고 죄송하고 미안하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가끔 이런 글이나 영화를 보면 자극을 받아 엄마에게 조금 잘하다가도 다시금 돌아오는 일상이 되어버리곤 했습니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 당연한 것으로 받으며 살았습니다. 엄마는 당연히 밥해주고, 빨래해주고, 청소해주고 하는 것이라 여기며 살았습니다.

시집 갈 나이가 되어 내가 엄마가 된다면 내 삶을 포기해야 되는 것이 많아진다고 결혼을 정말해야 되나? 생각하면서도 내엄마에 대해 생각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참 내가 못났고 미워지네요. 엄마에게 잘해야 겠다는 지금 마음이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그림책이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럼 눈물을 흘리며 책을 읽은 선생님을 바라보던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아이들의 마음이 궁금해지네요.




엄마 까투리 - 10점
권정생 글, 김세현 그림/낮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