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장난감 없는 교실

아이에게 스스로 학습이 일어나게 하려면?

요즘 아이들에게 어떤 장난감이 유행인가요? 저희반에는 요즘 종이장난감이 유행입니다. 종이로 만든 여러 종류의 장난감과 종이에 공룡그림을 그려 가위로 오린 것을 모아 그 것을 가지고 놉니다. 교실에 장난감과 교구가 다른 유치원 처럼 넘쳐나지 않으니 아이들 스스로 장난감을 만들어 놀 수 밖에 없는 환경이지요.

시켜서 하는 것과 스스로 하는 것

아이들이 장난감을 스스로 만드는 모습을 보면 정말 굉장합니다. 수업 중 미술시간과는 차원이 다른 아주 자발적인(요즘 말하는 스스로 학습)의 모습으로 만든 걸 완성할 때까지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 줍니다. 수업 중 그렇게 장난치던 아이도 만들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만드는 모습을 보면 알 수 가 있습니다.


만들다 잘 안되면 잘 만드는 친구에게 부탁을 하기도 하고, 또 친구가 만드는 모습을 아주 자세히 관찰을 합니다. 또 좋아하는 친구에게 만든 것을 선물하기도 하고 만든 것을 모아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들고 다니기도 합니다. 또 친구와 함께 만들 때는 협력자가 되어 의논을 하고, 만들고 나면 그 친구와 최고의 놀이 파트너가 되어 놉니다.

수업 시간 시켜서 하는 것과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겠지요. 이렇게 노는 아이들에게는 서로에게 배움이 일어납니다.
스스로 학습이 일어나게 하려면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지 아이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게 미리 알려주고, 빨리해라, 이거해라, 다그치면 절대 스스로 학습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얼마 전 새스케치북을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스케치북에 내용을 꽉 채워 집으로 가져 가게 하고픈 마음이 들기도 했었지요. 당연 부모님들이 좋아하실테고 저 또한 욕심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그 마음 하루만에 접었습니다.

스케치북이 나가던 날, 왠 횡제냐는 듯 아이들은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오리고 찢고하며 열심히 장난감을 만들더군요. 스케치북 종이는 두꺼워서 더 좋다면서 말입니다. "선생님 한 장 더 해도 되요?"라며 계속 물으러 오는데 하고 싶은 데로 해버려라 말해버렸습니다. 욕심을 버린 것이죠.


가끔 많지는 않지만 교구놀이 후 정리를 할 때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아이들이 놀 때 만큼 정리하기 싫어합니다. 그럼 하면 안되는 협박(그럼 다음에 못 가지고 논다!)를 해보는데 벌써 몇 번이나 경험한 아이들에게 통할리가 없습니다. "00이 잘하네~ 우와 최고!"라고 칭찬을 해야 잘 됩니다. 이럴 땐 칭찬이 아이들을 춤추게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발적인 놀이를 한 날에는 정리도 잘합니다. 일단 치워야 할 것은 종이, 가위 정도니 간단하기도 하고 교구처럼 제자리를 찾아 분류하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겠지요. 그럼 선생님의 협박보다 칭찬을 많이 듣게 되니 아이들에게도 좋을 겁니다.
 
살아있는 장난감, 죽어 있는 장난감

가끔 저희 유치원을 잘 모르시고 오시는 분들은 "교실에 장난감이 너무 없는 거 아니예요? 아이들이 뭘 가지고 놀죠?" 물어 보십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모습을 잘 들여다 보면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 같지만 제각각 혼자놀이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치원에서는 혼자놀이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 놀아야 합니다. 장난감을 서로 차지하려 싸우기 보다 서로 협력하여 장난감을 만들고 그것을 가지고 놀면서 아이들은 성장해 가야 합니다.

 
장난감, 교구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죽어 있는 장난감 보다는 살아 움직이고 교감을 할 수 있는, 생명이 깃든 것이 훨씬 좋겠지요. 또 그렇다면 장난감에도 살아 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을 구분할 수도 있겠습니다. 시중에 파는 장난감이 죽은 거라면 내가 만든 장난감은 살아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 아이들이 살아있는 놀이를 할 수 있게 종이 왕창 풀어야 겠습니다. 아이들이 보물들을 많이 만들 수 있도록 말이죠. 만든 것을 모아 전시회를 열어 볼까요? 또 욕심이 생기네요. 욕심을 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