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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이야기

유치원 선생님은 아프면 안돼?

'허체력'이라 불리는 건강체질이라 잘 아프지 않는데 감기에 걸렸습니다. 동료 선생님이 "선생님도 감기 걸려요?" 합니다.

목이 부어 쉰 목소리에 열나고 콧물 나고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어제는 몸이 힘들긴 하더군요. 오늘은 많이 좋아졌습니다. 허체력이 맞기는 한가 봅니다ㅋ


몸이 아플 때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에게 참 미안한 일이 많습니다. 내 몸이 힘드니 아이들에게도 너그러운 마음보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이 생기고, 보통 때면 넘어갈 일도 큰 소리 쳐질 때가 있거든요.

아이들에게 그러면 안돼 하면서도 제 마음대로 안 될 때면 내가 지금 왜이러나 싶고, 내 자신이 참 바보스럽고, 내가 말로만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 하고 말만 하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갖가지의 마음이 생깁니다. 내공의 부족함을 느끼곤 합니다.


                  (저희반 아이가 밥 먹다가 이런 멋진 얼굴을 만들었네요. 모두 웃으세요~^^)


예전에 동료선생님이 감기에 걸렸는데 한 학부모님께서 "유치원선생님이 아프면 어떻해요? 아이들은 어쩌라구요?"라고 말씀하셨다고 하더군요. 농담이었다지만 참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더군요. 유치원샘은 아플 수도 없는 건가? 그런데 이렇게 선생님의 건강 상태에 따라 아이들에게 영향이 가니 전혀 말도 안되는 말이라 할 수도 없겠습니다. 

오늘은 알림장에 부모님이 메모해주신 것에 간단한 답글을 적고 있는데 한 아이가 다가와 저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선생님은 힘들겠다 일도 많고~"
"어?? 아니야 아니야 선생님 안 힘들어~ 힘들어 보였어?"
"네, 웃지도 않고 그거 쓰잖아"
"미안해~선생님이 표정이 않좋았구나 미안미안"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댕~하더군요. 아차 싶었습니다. 지금 나는 내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아이들은 내표정을 보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던 겁니다. 아이들에게 표 안내야지 하면서도 표정으로는 다 말해주고 있었던 겁니다.

나를 관찰하던 아이가 나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그 아이가 나에게 다가와 말해 주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참 좋은 아이들을 만나 이렇게 이쁜말을 듣고 살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한 일입니다. 이야기를 듣고 감기가 저 멀리 날라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군요.

몸은 어느 곳이든 건강해야 하지만 직업에 따라 특별히 관리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피아니스트는 손을, 아나운서는 목소리를, 축구선수는 다리를 유치원샘은 전체를?? 아닐까요. 

저 또한 집에서 가족들의 기분 상태에 따라 어떻게 행동해지는지 많은 영향을 받는데 아이들도 마찬가지 일 겁니다. 마음 껏 뛰며 보고 느끼고 즐겨야 하는 아이들인데 선생님의 건강 상태에 따라 못하는 일이 생기면 안 되겠지요. 내일도 아이들과 열심히 뛰어 놀 수 있도록 에너지를 충전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