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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우리샘 그럴 줄 알았다! 아이들이 실망한 사연

며칠 전의 일입니다. 보통은 체육이나 국악과 같은 수업이 있어 시간표대로 생활해야 하는데 그날은 아무것도 없는 날이었습니다. 다른 반 수영공개수업 한다고 체육선생님들도 수영장에 가시고 아무 걸릴 것 없이 우리들만의 날이 생겼지요.

오늘은 체육 수업도 없고~ 영어 수업도 없고~ 국악도 없어~ 그래서 오늘은 우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날이야 어때?"

진짜요? 신나요! 신나요!”

그치? 완전 신나지? 그래서 오늘은 너희들이 하고 싶은 걸 하겠다! 하하하

와아~~~~~~~”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는지 교실이 떠나갈 만큼 괴성(?)을 지르더군요. 두 팔을 하늘 높이 들고 만세동작으로 말입니다. 사실 우리 아이들 보통 때도 많이 노는데요. 그래도 좋은가 봅니다. 하긴 아이들의 삶은 놀이여야 한다는데 놀이도 시간을 내어 하니 어찌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렇게 좋아?” 물으니 완전 좋아요그러면서 우리샘 진짜 대단하다는 둥, 우리 은미 엄마가 최고하는 둥, 칭찬들이 마구마구 쏟아지더군요. 어깨가 으슥으슥~~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저까지 행복해졌습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날이 생겼으니 먼저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봐야겠지요. 아이들의 날이 생겼는데 내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물었습니다. 놀 때는 목소리가 교실 떠나갈 만큼 큰데도 수업시간에 물어보거나 발표해라 그러면 꼭 목소리가 작아지거든요. 근데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말하라고 하니 목에 핏대 세우고 의견을 말하더군요. 정말 결정하는 과정이 치열했습니다.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것 = 인라인 스케이트 타기, 색종이 접기, 놀이터 가기

이렇게 세 가지가 나왔습니다. 제일 하고 싶다는 것은 제일 좋아한다는 말과 같을 겁니다. 우리 아이들 이렇게 세가지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잘하거든요. 그래도 종류가 많을 줄 알았는데 예상 밖에 결과였습니다. 이 세가지는 아이들이 정말정말 좋아하는 놀이구나 싶었지요. 물론 다하면 좋겠지만 하루라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선생은 한명, 아이들은 다수! 여건상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래서 아이들과 투표해서 하나를 정하기로 하였습니다.

나의 권리 행사, 투표를 합시다!

그럼 지금부터 투표를 할거야, 투표는 다수결! 손은 두 번 들 수 있어, 제일 하고 싶은 거랑 두 번째로 하고 싶은 거랑 손을 들면 돼, 그치만 세 번 손들기는 없어, 손을 안 드는 것도 없어, 손을 안드는 것은 안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야. 알겠지?”

말 그대로 규칙은 이렇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투표는 꼭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네요.^^ 어쨌든 투표는 결과 인라인스케이트 타기로 결정됐습니다. 조금 서운해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세 가지 안에 있던 거니 그렇게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는 아이들이 없었습니다.

그럼 인라인스케이트가 제일 많이 나왔으니까 오늘은 스케이트 타는거다"

아싸
~~~!!"

그런데~”

! ! 데에~! 내가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뭔소립니까? 제가 그런데라는 말이 입에서 나옴과 동시에 한 아이가 혼잣말로 그런데~’라고 따라 말하면서 그럴 줄 알았다!’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반아이들이 일제히 그 아이를 쳐다보았지요. 저 또한 그 순간! 그대로 멈춰라 되어 버렸습니다.

나는 어떤 교사였는가?

무언가가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 아이는 순간적으로 조금은 장난 섞인 말이었지만 정말 속마음을 표현한 말이었습니다. 이 때까지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말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말하면서 많은 제약으로 아이들을 구속하고 싶었구나라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스쳤습니다. 아이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아이들 앞에서 아니...그게 아니고~~”라면서 변명을 하고 있더라구요.

사실 공동체 생활에서 규칙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나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타인에게 방해되는 행동은 자유라 말할 수 없다 생각하거든요. 자유 속에서도 규칙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활동을 하기에 앞서 규칙에 대해 미리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이날도 어김없이 규칙을 말하려는 순간 한방 먹은거지요.

사실, 규칙은 저의 의도대로 흘러갑니다. 그것은 선생으로써 아이들을 위험한 것으로 부터 지켜야 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그 규칙을 지키겠다 다짐하지 않으면 놀러 나가기 힘들다고 말하곤 하는데요. 그런데 그것이 아이들의 흥을 떨어뜨리고 있었나 봅니다.

이날도 너희들을 지켜주기 위함이다라며 규칙에 대해 말하고 정말 신나게 인라인스케이트를 탔습니다. 활동을 무사히 마쳤지요. 하지만 한 편으로 나는 자동차 브레이크 같은 선생인 걸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아이들이 훨훨 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은데 말이지요. 나를 반성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