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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호주머니 속 아주 큰 사랑

사랑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기분 좋은 말입니다. 사랑은 하는 것에도 받는 것에도 아까울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것도 표현을 잘해야 그 마음을 상대방이 잘 느낄 수 있을텐데요. 하루에 사랑하는 이에게 몇 번이나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나요? 한 번? 한 번도 아니?

저는 하루 종일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사랑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일부러 많이 하려 노력합니다. 복도를 지나가다가도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00~사랑해~”라고 말합니다. 조금은 장난스럽게요. 그 말을 들은 아이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하게 되더라구요.

얼마 전이었습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있었지요. 어쩌다가 호주머니에 손을 넣었는데 뭔가 손에 잡히는 겁니다. ‘이게 뭐지?’하고 꺼내 보았더니 왠 조그마한 상자였습니다. 악세사리를 포장하는 조그마한 상자였습니다. 분명 내것도 아니고, 내가 호주머니에 넣은 적도 없는데 이상하다 싶어 열어 보았습니다.



소희가 쓴 편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허은미엄마 사랑해, 허은미엄마 좋아해 소희가라고 적힌 편지였습니다. 그걸 본 순간 제 기분이 어땠을지 상상이 가시나요? 나 너무 좋은거예요~행복해서 하늘로 붕~뜨는 기분이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는 기분까지요.

소희가 어디 있나 주위를 살펴보니 역시나 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더군요. 선생님이 자기의 편지를 받고 어떻게하나 보고 있었던 겁니다.

소희야~ 고마워 나도 사랑해~~~주 많이

소희를 불러 꼬옥 안으며 이야기했습니다. 원래 애교 많은 아이지만 이렇게 몰래 호주머니에 넣어둘줄이야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선생님을 위해 편지를 쓰고 또 호주머니 속에 넣어두면서 아이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다른 아이들, 그때부터 사랑의 편지 무진장 많이 받았습니다. 호주머니가 터져 버릴 만큼 많이요. 호주머니 속 작은 편지가 아주 큰 사랑으로 바뀌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참으로 고맙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입니다.

사랑은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는 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잘 표현할 줄도 알고, 또 그 마음을 받을 줄도 알아야 일방적이지 않은, 건강한 사람 관계를 만들어 지지 않을까요? 저는 우리 아이들이 그런 아이들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보너스~ 우리반 수영이가 저에게 준 쪽지입니다. "뭐야?"하고 펴보니....
이것이 진정한 장난이 아닐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