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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제자의 선물 열어 보았더니...

올 해 초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유치원에는 스승의 날이 2월 15일입니다. 1년 동안 선생님과 함께 보낸 아이들이 감사한 마음이 생겼을 때 스승의 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그래서 스승의 날 선물도 엄마들이 아닌 아이들이 깜짝 선물을 준비합니다. 물론 담임이 자기반 아이들과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교환수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2월 15일, 스승의 날 당일이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침 차량지도를 하고 있었지요. 25인승 버스에 동네를 돌며 아이들을 태우는 겁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손에 쇼핑봉투를 양손 가득 들고 오는 겁니다. 깜짝 놀라 "이게 뭐야?" 물으니 "선생님들한테 줄 선물이야" 그러는 겁니다. 엄마가 함께 나왔다면 돌려 보냈을테지만 아이 혼자 나왔기에 그냥 태울 수 밖에 없었지요.

 

 

우리반 아이는 아니었지만 '선생님들 선물'이라기에 내심 '무슨 선물일까?' 궁금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쇼핑봉투를 보니 백화점 봉투인데다 안에 보이는 선물 상자가 제법 크더라구요. 너무 속보이나요? ㅎㅎ 하지만 솔직한 마음은 그랬습니다. 어찌 선물이 좋지 않겠습니까? 선물을 안받는 유치원이고 학기 중간에 선물이 들어오면 다 돌려보내지만 사실 졸업을 앞 둔 시점에 자기 아이만 잘봐달라는 '뇌물성' 선물이 아닌 정말 마음의 선물이기에 간혹 받기도 하거든요. 아니라 생각이 들면 당연 돌려보냅니다.

 

이 시점에서 선물을 가져온 아이에 대해 아셔야합니다. 이 아이는 두둑한 배짱으로 선생님들과 친구처럼 지내며 서스럼 없이 속마음을 주고 받고, 일곱살이지만 체격은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이며 또 조금은 괴짜 같은 엉뚱한 면이 있어 웃음을 주는 일이 많고, 여자아이지만 남자아이들에게 절대 지지 않으며 흙바닥에 퍼지고 앉아 놀이를 할 수 있는 몸도 마음도 건강한 아이입니다. 말그대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지요.

 

선생님들도 예뻐하고 잘해주니 어머님께서 감사한 마음으로 보내셨구나 생각을 하였습니다. 선물이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였으나 참고 유치원까지 갔지요.

 

유치원에 도착하고, 제가 츄리닝으로 옷을 갈아 입으러 간사이 아이는 신이 나서 좋아하는 선생님들께 선물을 돌렸던 모양입니다. 제가 안보이니 저에게 줄 선물은 교사실 제 책상위에 올려두었구요. 그때였습니다.

 

"은미샘! 00이가 샘한테도 선물줬죠? 그거 열어봤어요?"

 

"아니~아직 못열어봤는데"

 

"샘샘! 그거 빨리 열어봐요 푸하하하하~완전 대박이예요"

 

"잉?? 도대체 뭐길래?"

 

"아~일단 열어봐요~"

 

선생님들의 재촉에 빨리 교사실로 내려가 선물을 열어 보았습니다. 여는 순간, 너무 웃겨 배를 잡고 눈물을 흘리며 웃을 수 밖에 없었지요. 선생님들과 웃음 폭발이 일어난 순간이었습니다.

 

선물은 장난감 큐브와 원피스! 그것도 새것이 아닌 헌 큐브와 입었던 옷임을 증명하듯 얼룩이 있는 원피스였던 겁니다. 역시 상상을 깬 대박 선물이었습니다. 아이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이게 무슨 선물이야?"

 

"이거 내가 아끼는 큐브야, 선생님 줄려고 내가 들고 왔어"

 

"정말? 고마워~그럼 이 원피스는 뭐야?"

 

"이거? 이건 내가 산거야"

 

"정말? 산거야?"

 

"응, 내가 산거야"

 

"그럼 비쌌을텐데 엄마는 알아?"

 

"엄마는 몰라! 엄마한테 물어보면 안돼!"

 

그래 그랬던 겁니다. 원피스는 엄마의 원피스였습니다. 그 원피스를 잡고 얼마나 웃었던지요. 다른 선생님의 선물상자에는 그 큰상자에 조그만 곰인형 하나 또 다른 상자에는 저에게 준 큐브보다도 더 낡은 스티커들이 떨어진 큐브 하나가 들어있었던 겁니다. 그걸 본 선생님들이 제 선물상자에는 어떤 것이 들어 있을까 궁금해 달려왔던 거구요.

 

나중에 그 아이의 담임이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까맣게 모르셨답니다. 그 전날 어머님께서 그릇세트를 사셨는데 그 그릇상자를 아이가 몰래 가져가 선물을 챙기고, 상자마다 선생님들의 이름을 쓰고, 종이봉투에 담았던 거지요.

 

그 선물을 담으며 아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자신이 아끼는 곰인형과 큐브 장난감을 그리고 엄마 몰래 원피스를 가져와 담으며 기뻐할 선생님들의 모습을 상상하였겠지요? 아침 몰래 선물을 들고나오며 아니는 얼마나 행복하였을까요?

 

아이의 그 마음을 생각하니 마냥 웃기만할 선물이 아니었습니다. 이 세상 어느 것보다도 소중하고 값진 최고의 선물이었던 겁니다. 어찌 그 감동을 말로 그리고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졸업을하고 초등학교에 간 아이, 참 보고 싶어지네요. 이런 사랑을 줘서 고맙고 행복한 마음을 줘서 또 고마워, 너를 만나서 참으로 행복했다~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