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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국토순례

메뚜기 때는 저리가라! 다 먹어치우는 아이들

저는 유치원선생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기뻐서 좋고, 행복해서 좋고, 기특해서 좋고, 보고만 있어도 좋습니다. 또 반면 보고만 있으면 울화통이 터질 때도 있지요. 뭐 인생이 그런거 아니겠어요? 희노애락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절대 노하고 슬픈일이 더 많지는 않습니다. 기쁨과 즐거운 일들이 더 많기에 유치원선생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유치원선생님인 것이 참으로 좋거든요.

 

기쁘고 즐거운 일들이야 말하지 않아도 감이 오실 듯 합니다. 그런데 노할 때는 언제일까요? 모든 선생님들이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저는 밥투정 부릴 때가 제일 미워보이더라구요, 좀 후딱 먹고 놀지 왜그리 주구장창 도시락을 들고 버티는지... 속이 터질 때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밥때마다 아이들에게 화내는 선생이 아님을 심히 밝힙니다. 믿어주세요^^;)

 

(아이들에게 조별로 나눠주는 간식. 매번 다릅니다.)

그런데 지금 저와 함께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아이들이 다녀간 곳은 음식이 초토화 되어 버리고 있습니다. 어떤 아이들일까요?

 

 

피자 120만원, 580인분의 밥

 

저는 지금 자전거 국토순례에 와있습니다. 300명이 넘는 청소년아이들이 전국에서 모였지요. YMCA에서 주최하는 자전거국토순례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아이들이 얼마나 먹어치우는지 상상도 못하실 겁니다. 식사시간 마다 음식양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초토화를 시켜버리고 있습니다. 꼭 메뚜기 때가 휩쓸고 간 마냥 말입니다.

 

피자가 간식으로 나왔었습니다. 밥을 먹고 난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자를 120만원어치나 먹어치웠습니다. 모두 다! 그120만원 몇개 안되겠네 생각하시겠지만 1+1 피자 아시죠? 한판 시키면 더 주는 피자, 가격도 비싸지 않고 크기도 크지요. 그런데 그 피자를 다 먹어버렸습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청소년 아이들이 운동을 하고 난 후 먹는 밥이라 원래 인원보다 30%를 더 하셨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밥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라 추가로 100인분을 더해 총 580인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떄까지 단체 중에서 가장 많이 먹는 단체라고 하더군요.

 

그뿐만이 아닙니다. 여수에서 임진각까지 가는 일정이기에 여러 지역을 거치는데 그때마다 지역 YMCA 총장님들께서 격려 차원에서 오셔서 응원해주시며 간식도 챙겨주십니다. 31일(목)에는 이천과 평택 YMCA 이사장님들이 오셔서 아이스크림(일명 쭈쭈바)과 컵라면을 주셨습니다. 그때의 환호성은 이떄까지 국토순례 중 가장 크고도 기쁜 함성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잘 먹는 아일까?

 

물론 평소에도 잘 먹는 아이들이 있겠지만 제가 첫날 아이들을 만났을 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반찬이 왜이렇냐', '꼭먹어야하냐'등 밥투정도 많이 부리고 밥을 먹는 양도 새모이 마냥 먹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도데체 평소에는 얼마나 맛있는 것만 먹길래 이녀석들이 이러나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먹는 것에 집착(?)하기 시작하고 미친듯이 먹어 치웁니다. 진짜 집에서 밥안주는 아이들 처럼요. 

 

(돌도 씹어 먹을 것 같은 아이들의 먹성입니다^^)

요즘 아이들 평소에는 운동량이 매우 적습니다. 공부한다고 학교에서도 몸을 움직이는 수업도 적고, 학교를 마쳐도 놀시간이 없습니다. 학원이다뭐다 어른들보다 더욱 바쁘게 살아갑니다. 그렇게 앉아서 지내는 아이들, 별 움직이지도 않는데 배가 고플리가 없지요. 그리고 인스턴트와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접하다 보니 일반 밥을 맛있다 느끼기도 힘들 겁니다.

 

그런데 국토순례에와 보니 새벽형 인간으로 일어나야하고 오전, 오후 내도록 자전거를 탑니다. 배고프다고 바로 밥먹을 수 없고, 목마르다 바로 물을 마실 수도 없습니다. 단체 생활이기에 주어진 시간이 있고 나눠주는 양도 정해져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게 기다렸다 마시는 물이, 먹는 밥이 어찌 꿀맛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많이 먹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일인지 깨닫게 됩니다. 자전거로 달리다 식사장소에 도착하면 "와~밥이다"를 외치거든요. (물론 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요.)

 

또 물을 아껴야겠다는 마음을 스스로 느끼며 다짐하게 됩니다. 물을 함부로 버리는 친구에게 타박을 주기도 하면서요. 이만하면 우리 아이들 이번 일주일간 자전거 여행으로 얻어가는 것이 제법 크지요?

 

오늘은 8월 1일 라이딩 여섯째날 입니다. 이틀만하면 끝이 납니다. 끝나는 날 우리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이 되있을까요? 많이 기대가 됩니다. 자~! 그럼 오늘도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