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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여행기

청소년이 말하는 세월호 참사

10회 한국YMCA자전거 국토순례 셋째날 날 이야기

 

한국YMCA 자전거국토순례는 전국 17개 지역 YMCA 청소년과 지도자 338명이 727일부터 83일까지 목포에서 임진각으로 오로지 자전거만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힘든 체험을 아이들이 한단 말이야? 의문이 드시겠지만 접수 시작 몇 분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좋은 프로그램이랍니다. 한마디 말보다도 한 번의 체험이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겠지요. -기사말

 

727일 전국각지에서 아이들이 목포에 모였고, 그 다음날인 28일부터 라이딩을 시작하여 오늘은 자전거를 탄지 삼일 째 되는 날입니다. 전라북도 김제시 출발, 충청남도 부여군까지 무려 90km를 달려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지금까지 달린 거리를 모두 합하면 252.7km입니다. 아이들이 정말 대단하죠?

 

노란 깃발과 함께 달리는 아이들

 

아이들은 그냥 자전거를 타는 것만은 아닙니다. 자전거도 타면서 조금 더 의미 있는 활동을 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매해마다 통일 자전거 국토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그래서 도착 지점이 임진각인 이유입니다.

 

 

 

아직도 분단국가인 나라에 살고 있지만 해가 갈수록 아이들은 그 사실을 체감하지 못하며 살아갑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학창시절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내용들이며, 가끔 선거철이나 되면 북에서 쳐들어오려고 하는 나쁜 짓들을 한다는둥 겁을 주는 언론보도들을 한다, 뭐 이정도만 알고 지냈지요. 하지만 아이들은 알아야 합니다. 내가 그렇게 자랐다고 아이들도 모르고 자랄 수는 없습니다. 더욱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여 이 나라를 짊어지고 갈 아이들은 올바른 역사와 현실에 대해 잘 알아야합니다. 그래야 반복되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의미 있는 활동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통일자전거 국토순례와 세월호 참사 추모를 함께하는 것이었습니다. 또래의 너무 많은 친구들이 수학여행을 가는 배가 가라 앉아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참사가 일어 난지도 백일이 훌쩍 지나버렸음에도 아직도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못한 상태이지요. 생각만하면 화가 나고 마음이 아픕니다.

 

이러한 현실을 아이들이 알고, 먼저 떠난 친구들을 위해 위로해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생각하여 아이들은 자전거마다 잊지 않을게노란 깃발을 매달아 달리고 있습니다.

 

세월호참사에 대한 아이들의 마음

 

깃발을 메달아 아이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은 자전거 국토순례를 준비하는 어른들의 마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진정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자전거 타다가 노란 깃발을 보면 끔찍해요. 무서워요

마음이 아파요 그애들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 타기 무서워요. 절대 배 안 탈거예요

나는 이렇게 자전거 타고 있는데 개네들은 죽었잖아요. 슬퍼요

세월호를 생각하면 화나요! 어른들이 너무 무책임한 거 같아요! 우리도 알건 다 아는데...”

 

사춘기를 격고 있는 아이들에게 진솔한 대답을 듣기는 사실 힘듭니다. “몰아요, 생각없어요. 귀찮아요등 장난치듯 혹은 귀찮은 듯 말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이 노란 깃발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저 마지막 말입니다. 어른들이 무책임하다는... 나 또한 어른이기에 참으로 부끄럽게 느껴지더군요.

 

노란 리본을 다는 진지한 아이들

 

729일 자전거를 타고 숙소로 돌아온 저녁시간에는 아이들과 밥을 먹고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노란 리본에 먼저 떠난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고 리본을 매달고 기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친구랑 있으면 떨어지는 나뭇잎만 봐도 웃음이 난다는 그 시절인 우리 아이들, 그렇게 장난도 많이 치고, 떠나갈 듯이 소리 지르며 웃어대고, 개그맨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신나게 노는데, 이 활동을 시작하니 제법 진지한 모습을 보여 참으로 대견스럽더군요.

 

정성껏 한글자한글자 조심스럽게 노란끈에 글귀를 적고, 야외에 설치되어 있던 줄에 매달았습니다. 촛불도 밝혀 노란리본 모양으로 내려놓고, 그 앞에서 먼저 떠난 친구에게 기도를 합니다. 어떤 기도였을까요?

 

사고는 예기치 않게 찾아옵니다. 사고는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안전에 신경을 썼더라면, 조금 더 신속하게 대처를 했더라면, 돈보다 사람이었더라면... 이렇게 대형 참사가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이들도 저마다의 생각으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 살아가야 될 우리 아이들이 이 나라를 믿고, 신뢰하며, 마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어른들의 책임이라 말합니다. 맞기는 합니다. 이렇게 침묵하고 있는 어른들의 책임도 일부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책임을 져야하는 사람들은 특정 소수의 책임 있는 어른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외면하려하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의 어른들이 목소리를 내야할 때인 것입니다. 그 소리가 천둥소리만큼 커질 정도로 다함께! 끈질기게! 지치지 않고 외쳐야 될 때입니다.

 

청소년자전거국토순례 중인 아이들아! 너희를 지켜줄게! 걱정하지 말고 너희는 즐기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