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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여행기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두 여자의 지리산 종주 ①

여름방학을 맞아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다. '언젠가는 꼭 지리산 종주를 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실천에 옮긴 것이다. 

8월 3일부터 6일까지 3박 4일 일정이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하루밤, 백소령 대피소에서 하루밤, 장터목에서 하루밤을 지내기로 하였다. 



한 달 정도 전에 계획을 잡은 터라 가기 전부터 들뜬 마음을 주체 할 수 가 없었다.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갔다온 사람마냥 말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 휴가 때 지리산 종주할거예요"라며 자랑도 하고 필요한 등산장비를 빌리기도 하였다.  

여자 둘이서만 지리산에 가냐고 위험하다고 여기저기서 걱정들 많으셨지만 우리는 전혀 굴하지 않았다. 마음 먹은 일은 꼭 해야 하고, 마음은 벌써부터 지리산에 가 있었던지라 그런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용감하니 말이다.^^ 여자라고 못할게 없지 않은가!

사실 지리산 같은 큰 산에는 위험한 사람 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산을 찾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동네 뒷산 같은 으슥한 곳에나 위험 인물들이 많다. 위험한 사람보다는 험한 산이라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해주신 것 같다.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하며 걷기

종주를 준비하면서 한 가지 더 계획을 세웠다. 이왕 종주하는 거 의미있는 일 일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지리산케이블카 반대'를 위한 종주를 하기로 했다.

사실 선배의 권유가 더 크긴했지만 반대현수막을 들고 일인시위하는 멋진 내모습을 상상하니 이번 지리산 종주가 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가방에 달 작은 현수막도 선배가 구해줘서 배낭에 매달고, 종주를 시작 하기 전 왜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공부도 해두었다. 사람들이 분명 물어 볼테니 말이다. 아마 많이들 물어보시겠지?

지리산은 우리의 보물이다. 지금 세대가 함부로 깍고 부셔야 할 곳이 아닌 미래 아이들에게 물려줘야할 큰 자산이다. 생명평화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이 곳에 케이블카를 짓는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미국은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하나도 없다고 하고, 일본은 만들었던 케이블카를 철거하는 추세라는데 우리나라는 자연보존 지구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자치단체마다 앞을 다투어 안달이다. 그저 개발이라면 돈벌이가 된다면 무조건 달라든다. 벌써 일곱군데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되어 있다는데 지리산마저 파괴하려고 한다. 

사람과 자연은 공생하며 살아야 한다. 우주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 자연이 파괴되다 보면 사람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다. 케이블카 징징징대는 소리에 반달사슴곰과 이쁘게 지져귀는 새들, 곤충들 다 떠나고 나면 징징징 소리와 함께 등산을 하게 될 것이다. 과연 그런 산에 사람들이 찾아올까?

종주를 떠나기 전 친구와 함께 노고단으로 가는 차편을 알아보고 먹을 거리와 입을 거리 등 준비물을 챙겼다. 준비물은 이렇다.

지리산 종주 준비물

 

친구가 지리산 종주를 두번이나 해 보았기에 준비물을 상세하게 적어 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산행 준비물은 필요없다 생각하여 챙기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일출 안 볼거라고 랜턴 안 챙겼다가 일정이 바뀌어 고생했다.) 지리산에 날씨는 수시로 바뀌고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물에 있는 것은 모두 챙겨가야 한다.


음식은 식단을 짜서 불필요한 짐을 줄이는 것이 좋다. 식단에 필요한 식재료와 한 끼 정도 분량을 더 챙겨가면 된다. 그래도 음식은 남기 마련이다. 산에서 지내다 보면 나눠먹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에서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좋기에 인스턴트 식품을 몇 개 챙겨 갔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유기농 매장에서 구입하였고 준비물은 둘이서 적절하게 나누었다.

준비물을 챙기니 가방이 묵직하다. '이걸 들고 어떻게 오른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시작하고 나면 결국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첫째날은 성삼재에 오후 5시까지만 도착하면 되기에 천천히 출발하였다. 보통 대피소는 오후 5시까지 도착해야 방을 배정 받을 수 있다. 예약을 하고도 연락없이 취소하는 경우가 있기에 다른 사람에게 방을 배정한다. 성수기에는 사람들이 많아 오후 6시쯤에 방을 배정해 주기 때문에 한결 더 여유가 있었다.

마산역에서 하동가는 11시 33분 기차를 타고 13시 53분에 도착였다. 들뜬 마음에 친구와 기차타고 가는 동안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김밥도 사서 기차 안에서 먹고, 역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다.

하동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하동터미널로 갔다. 터미널은 택시타면 5분이 채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2시 20분 구례가는 버스를 탔는데 최고 성수기라 차가 조금 밀렸지만 시간에 딱 맞춰 구례터미널에서 노고단 가는 3시 40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구례터미널 과일가게에서 복숭아와 포도를 샀다. 노고단대피소에서 간식으로 먹고 둘째날 아침 식사를 과일로 대신하기로 했다. 버스에는  지리산 종주를 하는 비슷한 크기의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이 많았다. 왠지 모를 친밀감이 생겼다. 어쩜 우리랑 똑같은 날에 지리산에 오다니 대단한 인연이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제는 함께가야 하는 동지란 말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봉이 김선달처럼 통행료 받는 얌체같은 절집

성삼재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참 어리없는 일이 벌어졌다. 성삼재 입구에서 사찰 사람이라며 들어와서는 통행료라며 돈을 걷는 것이다. 차량 통행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들 모두를 대상으로 성인, 청소년, 아동으로 개개인마다 통행료를 받아가는 것이다. 

성삼재까지 가는 도로 중 일부가 사찰 소유 사유지이기 때문에 통행료를 받는 것이라는데 이렇게 누워서 떡 먹는 장사가 어디 있단 말이가 참말로 기가 막혔다.

친구는 전에 이미 돈을 못 내겠다고 싸워봤는데 소용없더라며 어쩔 수 없이 내야 된다고 했다. 1분도 채 안되는 거리를 그것도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인데 정부는 이런 것도 하나 해결해 내지 못하는지 참으로 한심스러웠다. 


성삼재에 주차장에는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도착하였다. 야호~기다리고 기다리던 지리산에 발을 내딛는 순간 벌써 천왕봉에 오른 듯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매점에서 비빔밥과 파전을 나누어 먹고 맥주 한캔씩 사들고 노고단산장으로 출발했다. 

스틱을 빼들고 발을 맞추어 가며 걷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도끼병이 있는 우리는 "야야 봤나? 우리 쳐다보더라 여자둘이 왔다고 신기한 갑다", "아니거덩 이뻐서 쳐다 본거거덩" 이렇게 키득키득 농담을 주고 받으며 사진도 찍어가며 걸었다.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니 6시 30분 미리 예약해 둔터라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을 배정 받았다. 둘다 노고단대피소에서는 처음 자보는 거였다. 그런데 방에 가보니 남여가 같은 방인 것이다. 장터목에 잘 때는 안 그랬는데 왜 같은 방을 주는 걸까? 다른 방도 있던데 참 이상했다. 그래도 잘 때는 하나도 신경이 안 쓰이긴 했다.

짐을 정리하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산장에서는 등산화가 신고 벗기 불편하므로 가펴운 슬리퍼가 좋다. 잘 옷으로 갈아 입고 밖으로 나와 포도를 안주로 맥주를 마셨다. 완전 꿀맛~ 옆 사람들과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깐 길 옆에서 흐르는 물에 얼굴을 씻으려고 가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발 아래 구름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붉은 노을과 함께 천천히 해가 내려 가고 있었다. 산 중턱에는 구름이 가득이었다. 그 구름 속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던 해가 이제 일을 마치고 자기도 집으로 가는 것일까? 그 붉은 노을을 바라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따뜻해 짐을 느꼈다. 

하늘 가늑한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

밤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밖에 나왔는데 하늘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하늘에 별이 그렇게 많은 건 처음 보았다. 꼭 까만 도화지에 흰물감을 붓에 묻혀 탁하고 여러번 털어낸 것 처럼 무수히도 많은 별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던 그 밤하늘을 잊을 수가 없다. 친구를 불러 별들이 찬란히 빛나는 밤하늘에 감동하며 지리산 종주 첫 날밤을 보냈다. 비록 잠은 엄청 뒤척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