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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세상.

아무도 날 믿어주지 않는다면


내말을 믿어 주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면? 어느 날 아침 일어나보니 내가 살던 곳이 딴 세상으로 변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요르크 슈타이너가 쓴 '난 곰인채로 있고 싶은데...' 동화는 인간의 이기심으로 생태계를 파괴 시키고, 사람이 기계화 되어 버린 사회, 선입견에 사로 잡힌 사람들의 시선을 보여주는 동화책입니다. 동화책은 아이들이 보는 것이라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겨울이 다가와 곰은 자연스레 겨울잠 자러 동굴로 들어갑니다. 곰이 아무것도 모르고 잠을 자고 그 동안 숲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숲 속을 찾아오게 되고 나무들을 잔뜩 베어 버립니다. 그리고 커다란 기계와 크레인을 들고와 숲 한가운데에 공장을 지어 버립니다. 이전까지는 사람들이 살지 않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화물차를 타고 들어 오게 됩니다.
 
봄이 되자 곰은 잠에서 깨어 납니다. 곰은 자신이 보고 있는 광경이 믿기지 않습니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공장감독이 곰을 발견합니다. 그리곤 소리칩니다.

"이봐, 당신 여기서 무얼하는 거야? 빨리 자리에 가서 일해" 
"저 죄송합니다만, 저는 곰인데요"

그래도 공장감독은 믿어주지 않습니다. 일하기 싫어하는 게으름 뱅이라고 화만 냅니다. 그리곤 인사과장에게 끌고 가지요.


인사과장도 마찬가지로 곰의 존재를 믿어 주지 않습니다. 곰이 자신이 곰이라는 말에 "내가 무얼 보든지 내마음이야!"라며 면도도 안 한 게으름뱅이로 취급합니다. 그리곤 전무에게 보냅니다.

전무는 곰 얘기를 벌써 듣고 화가 나 있습니다. 그리곤 부사장과 통화로 알립니다. 그래서 곰은 또 부사장에게로 갑니다. 부사장은 소지도 지르지 않고 간단히 해결해 버립니다. "지러분한 놈이로군" 한마디로 사장에게 보내집니다.

사장은 공장에서 제일 높은 사람인 만큼 월급도 제일 많고, 큰 사무실에 있습니다. 별로 하는 일도 없고 말이지요. 사장은 심심하던 차에 곰으로 인해 재밌어 합니다. 그리곤 곰의 말이 사실인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동물원과 서커스단으로 데리고 갑니다.

동물원에서도 서커스단에서도 곰을 곰으로 믿어 주지 않습니다. 그것도 곰들이 말입니다. 곰이라면 우리 철장에 갇혀 살고, 아님 재주를 부려야 곰이라고 말합니다. 곰은 잔뜩 화가 나 "난 정말 곰이라고!!" 소리 치지만 아무도 믿어 주지 않습니다. 모두들 비웃을 뿐입니다.

공장으로 돌아온 곰은 공장감독이 시키는대로 작업복을 입고 수염을 깍습니다. 자신이 곰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누구하나 믿어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지요. 곰은 다른 일꾼들 처럼 출근카드를 찍고 일을 합니다. 

공장감독은 언제나 곰이 일하는지 감시하고, 사람들은 똑같은 일을 반복합니다. 곰은 공장의 일부분이 되어 버립니다. 그렇게 일을 하던 곰은 어느 덧 가을이 되자 곰은 점점 피곤해지고 잠이 오기 시작하더니 조는 일이 생겨버립니다. 공장감독은 잔뜩 화가 나 당장 나가라며 곰을 해고 시킵니다.

곰은 공장감독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짐을 싸서 공장 문을 나섭니다. 밖은 눈이 휘날리는데 다른 길이 없어 고속도로를 몇 일을 걷고 걷습니다. 그리곤 모텔을 하나 발견해 들어 가지요. 곰은 모텔 주인에게 방을 하나 달라고 합니다. 그런데 모텔 주인은 방을 주지 않고 되려 화를 냅니다.

"미안합니다만, 우리 모텔에서는 공장 일꾼들한테는 방을 주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곰에게 방을 내주는 일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말에 곰은 깜짝 놀랍니다. 드디어 자신을 곰으로 인정해 주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이지요. 그리곤 곰은 밖으로 뛰쳐나와 모텔 뒤 숲으로 향합니다.

곰은 숲으로 걸어 들어가면서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 지 알 수가 없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걷고 걷다 동굴을 발견하지만 곰은 어떻게야 할지 모릅니다.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것 같은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곰은 졸리고 지쳐 멍하니 허공만 바라봅니다. 흰눈이 자신을 뒤덮을 때까지 말입니다.

동화내용이 꼭 지금 세상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곰이 곰으로 살 수 없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없는 세상 기계화 되어 버린 세상, 돈이면 다 되다고 생각하는 세상 말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린이 답게 살고 있을까요? 시험 점수로 평가되고, 0교시 수업과 학원, 그리고 숙제에 잠 잘 시간도 없는 우리 아이들 과연 하루 하루가 행복할까요? 
 

난 곰인 채로 있고 싶은데... - 10점
요르크 슈타이너 글, 요르크 뮐러 그림, 고영아 옮김/비룡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