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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기저귀 빨리 때려다 오히려 부작용 생긴 사연

25개월 된 조카가 있습니다. 요즘 언니의 걱정은 기저귀를 때야 하는데 아직 그럴 기미를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조카는 전혀 그럴 생각을 안한다는 것이죠.

조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언니는 혹시 저능아와 같은 장애가 있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다른 것 다 필요 없이 건강하기만을 바란다더니 요즘은 점점 욕심이 많아지는지 이것 저것 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저는 무엇이든지 빨리 하려고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든 적절한 시기가 찾아 오는 법이고, 빨리 하려고 서두르다 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차근차근 생각하며 해나가야 일도 잘됩니다.

아이 마다 발달 시기와 성향은 제각각입니다. 평균적인 잣대로 아이들을 거기에 맞추어 "우리 아이는 평균보다 빨라, 느려"라며 아이들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빠른 아이들은 엄마가 좋아하지만 느린 아이들은 문제가 되어 버린다는 것입니다.

                                                          (귀염둥이 조카 해원이입니다^^)

아이에게 기대하며 기다리는 부모 입장에서는 조바심이 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아이도 부모도 행복하려면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빨리해주기를 바라고 욕심내다 보면 문제가 되지 않을 사항인데도 문제가 되어 버리는 안타까운 일이 생깁니다.

그것도 그럴것이 하나가 되고 나면 또 다른 것에 욕심이 생기고, 또 자신의 아이보다 잘하는 '엄친아'들을 보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언니는 늘
"너도 애 낳아봐라 안 그럴 것 같냐"하는데, 말은 "당연하지!"하며 자신있게 대답하지만 가끔은 "나도 생각대로 안되면 어쩌지?" 걱정이 되곤 합니다. 


엉덩이가 짖무르는데도 말하지 않은 아이

어쨌든 언니가 조카 기저귀를 때려고 몇 번 야단을 첬다고 합니다. "응가  나올려고 하면 엄마한테 말해"라고 했는데, 아이가 말을 하지 않아 "엄마가 말하라 그랬지!"하며 호통을 친거지요. 그렇게 몇 번 야단을 들은 조카에게 부약용이 나타났습니다.

예전에는 기저귀에 응가를 누고 나면 눴다고 기저귀 갈아 달라고 말하던 아이였는데 응가를 눠도 말하지 않고 엉덩이가 짖무를 때까지 참더라는 것입니다. 그 조그마한 아이가 야단을 들을까봐 엉덩이가 따가워도 참았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마음이 아팠습니다.

언니는 안되겠다 싶어 이제는 바꿔 야단을 치지 않고 "말안해도 괜찮아 엄마가 미안해" 를 말해주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다시 정상으로 돌아 왔다고 하더라구요.

기저귀 빨리 때고 변비 걸려 버린 아이

유치원에서도 그런 아이들을 만나곤 했습니다. 일년에 한두명씩은 꼭 있었습니다. 유치원이라면 5~7살 아이들인데도 그런 부작용이 아직도 남아 병(?)이 되어 버린 아이들 말입니다.


이 아이들의 병은 변비입니다. 만병의 원인이라고 하는 변비가 어른도 아닌 어린아이들이 걸린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채소 반찬 보다는 고기반찬을 많이 먹고, 물을 많이 안 마시는 것과 같은 여러 생활 습관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이 아이들의 부모님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기저귀를 빨리 때려고 하다 변비가 걸린 일이 많았습니다.

맞벌이 부부로 어린이집에 일찍 보냈어야 했기에 기저귀를 빨리 때려고 했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부모의 마음이 조급하니 실수를 하는 아이를 더 다그치고, 야단치는 일이 많았다고 합니다. 
                                                                                                           (출처:Flickr-gom2day님의 사진입니다)
 
그러다 보니 응가가 누고 싶어도 야단 맞을까봐 아이가 참더라는 겁니다. 변비에 걸려 유치원생이 되었는데도 고쳐지지 않고 남아 있었습니다.

또 어떤 아이는 영아때부터 보육기관에 보냈는데 하필이면 선생님이 조금 무서웠다고 합니다. 아이가 실수를 하면 야단을 많이 맞았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참게 되고, 눌려고 해도 안나오는 변비가 걸린 것이지요.

변비에 걸린 아이들을 보면 화장실 가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어떤 아이는 변기에 앉아 "엉엉" 울고 있기도 합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진행 되어야 하는 것을 억지를 부려 빨리 하려다 보니 나타난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맞습니다. 빠르다고 모든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경우를 많이 보아 왔습니다. 아이들이 변비 걸린 것도 그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천천히 느리게 해나가야 합니다.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온전히 해낼 수 있을 때까지 어른들은 기다릴 수 있어야 합니다.
 
기다리다 적정 시기가 되었을 때 이끌어 주고, 잘할 수 있다 응원해주고, 아낌 없는 칭찬을 해주어야 합니다. 여러 실패를 맞본 아이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어 줘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빨리 빨리 문화가 아이에게도 반영되고, 또 부모와 선생님의 조바심이 그리고 욕심이 아이들을 힘들게하고 있지는 않나 살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