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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이야기

꿈 없는 선생님이 어딨어!

몇 일 전, 아이들과 '걸어서 바다까지'를 했습니다. 힘들지만 도전해 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져보기 위함이었지요. 그래서 제 친동생을 불러 자원봉사를 시켰더랬습니다.

새로운 사람이 오면 아이들은 엄청난 관심을 가지며, 많은 질문들을 쏟아 냅니다. 그 날  아이들에게 질문 공세를 받았던
자원봉사한 저희 동생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들과 다함께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재잘거림으로 웅성웅성 참 시끄웠습니다. 쉽게 표현하기 위해 저희 동생을 줄임말로 '자봉샘'이라 표하고, 아이들과 주고 받은 대화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아이들: 누구야! 누구세요?(아이들 수가 많습니다.)
자봉샘: 나? 허은미선생님 동생이야
아이들: 은미샘 동생이라고요?
자봉샘: 응
아이들: 애들아~ 이 선생님 은미샘 동생이래~(메아리x22) 뭐라고? 은미샘 동생이라고?그래 동생이다 동생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마디 할 때마다  메아리 처럼 다른 아이들에게 전달하고, 못들은 아이들은 다시 묻곤 합니다. 완전 먹이 달라는 아기참새들 같습니다.

아이들: 근데 왜 동생인데 이렇게 커요?


자봉샘: 응? 나 허은미샘보다 안 큰데?
아이들: 우리 동생은 다섯살인데 이상하다 동생이.. 맞제?(옆 친구에게) 어른도 동생일 수 있거든, 은미샘이 어른이다이가!!
자봉샘: ㅡ.,ㅡ;


아이들이 생각하는 동생은 자기들보다 어리다고 생각하는지 동생이 어른인 것을 신기해 하더랍니다.

아이들: 그럼 이름이 뭐예요?
자봉샘: 허은숙
아이들: 뭐요? 인숙이요? 현숙이요? 
           허은숙이라 잖아~ 맞죠?
자봉샘: 어, 맞어
아이들: 애들아~ 이 선생님 이름이 허은숙이래~(메아리 x22)
아이들: 그럼 선생님 몇 살이예요?
자봉샘: 나? 몇 살 같이 보여?
아이들: 나 다~알아요. 19살 맞죠? 샘 고등학생이죠?
자봉샘: 아닌데~ 나 26살이야
아이들: 예? 26살이요? 그럼 우리샘은 몇살이예요?
자봉샘: 28살
아이들: 잉? 우리샘보다 두살 작네
           그럼 선생님 결혼했겠네요
아이들: 야! 니 바보가! 우리샘도 결혼 안했는데 동생이 결혼하나
           결혼 할 수도 있거든~! 모르나!
자봉샘: 싸우지마~나 결혼안했다
아이들: 선생님 꿈이 뭐예요?
자봉샘: 어??
아이들: 꿈이요 꿈! 꿈 없어요?
자봉샘: (대략난감)...너는 꿈이 뭐야?
아이들: 내가 먼저 물었잖아요 말해주면 말해줄께요
자봉샘: (더 난감) 음...나? 아직 꿈을 모르겠는데 ...
아이들: 에~무슨 선생님이 꿈이 없어요! 이상하다
자봉샘: ㅡㅡ;;

동생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꿈이 없는 자신을 반성하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이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우스웠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동생이 꿈을 아직 모른다는 것이 참 슬프더군요. 나이가 26살인데...

어제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이주호장관님을 뵈었었는데요. 초등학생이 꿈이 아직 없다는 말에 "괜찮다고 중고등학교에 가서 찾을 수도 있다고, 아니 대학생이 되어 찾아도 늦지 않다"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 동생은 사회로 나가기 위한 준비생인데도 꿈이 없다네요.

서유럽에는 아이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꿈을 이루기 위해 학교를 선택하고 준비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나아가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며 참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지요.

좋은 대학을 가려면 모든 과목에서 우수해야하고 직업에서 딱히 영어가 필요없어도 공부해야하고, 우리나라는 요즘 그런것 같습니다.

국영수 모두 잘하지 않아도 잘하는 것 하나만 잘해도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몸으로 움직이며 일하는 굴뚝 청소부가 변호사보다 더 돈을 많이 벌고, 농부님들을 더 훌륭하게 보는 나라, 그런 나라도 있다고 하니 참 부롭습니다.  


저희 동생도 꿈이 있었습니다. 처음 목표하였던 것에 살패하다 꿈의 크기(?)가 점점 줄더니 "노력해도 하고 싶어도 저렇게 작게 뽑는데 어떻게 해"라는 말이 떠어릅니다. 좋은 대학을 나와도 직업을 가지기가 참으로 힘이 듭니다. 목표가 너무 높기 때문일까요?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꿈을 가질 수 없게 만드는 사회에서 지금의 청년들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지요. 청년실업이 넘쳐나는 사회입니다.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참으로 답답하네요. 아이들 이야기에 웃다가 동생이야기에 씁쓸해졌던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