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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생일선물

월요일 제 28번째 생일이었습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어른인데도 "생일 축하한다"라는 말이 기다려 지더군요. 아마 나이가 더 들어도 그럴 것 같아요.^^ 부모님께 전화드려 낳아 주심에 감사를 먼저 드려야 하는데, 본능적으로 축하부터 먼저 받으려고 했네요. 조금 부끄럽습니다.

당일 아침부터  좋지 않은 일이 생겨 눈물이 찔끔하더니 저녁까지 조금 머리 아픈일이 겹쳤었는데요. 그 와중에 정말 행복한 일이 있었습니다.

주말을 지내고 오는 월요일 아침, 아이들을 만나면 늘 주말에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아이들은 말들을 쏟아 냅니다. 너도, 나도 먼저 말하려고 하는 통에 가끔은 줄을 세워 이야기를 들어 주기도 하고, 그림으로 표현해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해 보는 경험을 가지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선물 받은 제그림입니다.)

아빠랑 축구한 이야기, 할머니 댁에 다녀온 이야기, 부모님과 함께 마트 가서 장 본 이야기, 아무것도 안하고 집에만 있었다는 아이 등 아이들의 인원 수 보다도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요.

저도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하는데, 오늘이 선생님 생일이여서 주말에 친구들을 만났다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이들 왈 "선생님도 엄마 와요?" 하더라구요. 저희 유치원에서는 생일이면 부모님 중 한 분이 오셔서 아이가 태어났음을 축하해 주시고, 친구들에게 자신의 아이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 주시러 오시거든요.

"야! 너거 모르나? 선생님 엄마는 이제 할머니다! 그러니까 유치원에 못오지"
"그래 선생님이 무슨 일곱살이가?"
"선생님 맞아요? 선생님 엄마 할머니예요?"
"그럼~ 할머니지, 너희들 엄마 처럼 젊지 않아 선생님이 어른이니까"
"그래도 올 수는 있잖아요"
"그렇지, 오실 수는 있는데 선생님 엄마는 못와"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아이들이 하나 둘씩 저에게 선물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는 "선생님 내가 선생님 얼굴 그려드릴께요~"라며 화가가 된 듯, 종이 한 번, 나 한 번 쳐다 보며 열심히 그림을 그렸 주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하루 종일 선물이 끈이지 않더군요. 잊을만 하면 종이꽃 들고 오고, 색종이 접어 가져오고 말입니다.

(장난감으로 계익을 준비한 아이들, 유치원 아이들에겐 자신의 선생님이 최곱니다.)

또 아이들 몇 명이 힘을 합해 계익도 만들어 주었습니다. 교실에 있는 교구들을 이용해 계익모양 처럼 만든거지요. 아이들끼리 키득대며 계익을 조심조심 저에게 가져와 생일 축하 노래도 불러 주었습니다. 노래를 부르니 반 아이들이 대부분 모여 함께 노래를 불러 주더군요. 사랑의 눈빛을 담아 불러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선생님~ 생일 축하 합니다 ♪"

아이들이 선생님을 위해 축하 선물을 준비하는 모습들을 보며 얼마나 예뻤는지 모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생일선물입니다.

자신들 또한 좋아하는 선생님께 선물을 준비하면서,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그 기쁨이 자신의 기쁨도 된다는 것을 알았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과 지내며 때로는 힘들기도 하고, 속상한 일도 있지만 이런 행복한 일이 더욱 많습니다. 그렇기에 천직으로 생각하며 일하고 있지 않나 싶네요. 아이들 덕분에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행복을 느끼에 해준 아이들에게...

"애들아~ 고마워~ 사랑해~^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