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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모두가 신나는 재롱잔치로 만드는 법

지난 주 유치원에서 재롱잔치가 있었습니다. 재롱잔치라 해도 여러 유치원에서 하는 것 처럼 거창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작은 공간에서 소규모로 이뤄지고, 또 이틀에 나눠합니다.

유치원 전체 아이들이 하루에 다 이뤄지면 아이들은 자신의 차례가 올 때까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틀에 나눠하면 그만큼 아이들 시간이 많아집니다. 선생님들은 조금 힘든 측면이 있지만요.


제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일곱살입니다. 일곱살 공연은 율동과 노래, 동극, 국악공연이였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우던 국악과 노래, 율동이었기에 아이들도 힘들지 않게 준비합니다.

문제는 선생님 마음이지요. 아이들이 잘해주길 바라는 큰 기대감으로 준비하면 아이들을 잡게(?)됩니다. 마음을 비우고 선생님도 즐기는 마음으로 해야하지요. 저도 인내를 하지만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소박한 재롱잔치)

제비뽑기로 역할을 정하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평소 옛날이야기를 자주 들려주는데 그 중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그리고 등장인물이 많은 것을 몇 개 골라 투표로 동극을 정하였습니다. 아이들 인원이 많아 동극은 2개 '소와 바꾼 무', '좁쌀 하나로 판서의 딸과 바꾸다'였습니다. 물론 대본은 제가 썼습니다.

그리곤 역할을 정하는데요. 어른이나 애들이나 똑같습니다. 서로 대사가 많은 역할은 맡기 싫다하지만 또 주인공과 같은 큰 역할이 걸리면 말은 싫다 하면서 좋아합니다. 그리고 악역은 진짜 싫어하지요.

교사 입장에서 편하려면 똑똑하고, 잘하는 아이에게 주인공과 같은 비중 있는 역할을 시키면 훨씬 수훨합니다. 그렇게 열내지 않아도 잘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기회를 평등히 주려면 선생님 마음대로 해서는 안된다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제비뽑기로 역할을 정하였습니다.

각자의 역할이 정해지고 아이들과 연습을 하는데 정말 힘들더군요. 아이들은 대사 하나만 나와도 '까르르르' 좋아서 넘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저도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 수록 재롱잔치 날은 다가 오고, 마음은 조급해졌습니다. 장난만 치는 아이들이 미워지기도 하더군요. 급기야 큰소리치는 일이 자주 생겼습니다.

아이들에게 사정도 해보았습니다. "한번만~~~ 장난 안하고 해보자~ 그러면 여러번 연습 안해도돼~", 협박도 했습니다. "너거 계속 장난치면 이 간식 안준다!" 등등 여러 방법을 동원해 연습을 하였습니다. 참 선생으로써 부끄러운 행동도 있었고, 즐겁기도 했습니다.



부모님께 도움 요청해 보았더니...

대사가 잘 안외워져 안되겠다 싶어 대본을 가정으로 보내 도움을 요청해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대사를 잘 외울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랬더니 정말 효과가 좋더군요. 아이들이 습득하고 있으니 연습도 잘 되고, 또 아이들 입장에서 자신감 생긴 모습이었습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흐뭇했지요.

부모님께서 아이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시니 아이들 입장에서도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다 생각이 들어 좋았을 겁니다. 자신들만이 아닌 부모님도 재롱잔치에 관심을 가져 주시고, 또 응원해 주고 있다 생각에 아이들이 더욱 재롱잔치에 관심을 가지고 더 기쁜 마음으로 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라구요.

교육은 함께 가는 거다.

가끔 입학상담을 할 때면 최대한 부모가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말씀하시는 부모님들을 만납니다. 맞벌이를 하고 있어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쓸 수가 없으시다며 손 가는 일 많이 없었으면 하신다면서요. 초등학교 가기 전 준비도 다 해주는지도 여쭈시기도 하십니다.

교육은 일방적일 수 없습니다. 한쪽에서만 교육이 일어나면 아이에게 배움은 실천되지 않는다 생각이 듭니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고 습득되겠지만 실천되어지지는 않는 교육은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학교에서는 '쓰레기는 쓰레기 통에 버리세요' 가르치는데, 부모는 길바닥에 함부로 버린다던지, '교통질서를 잘 지키세요'라 학교에서 말하는데 부모는 교통신호를 위반하는 모습을 보인다던지 말입니다. 학교와 가정은 함께 가야 합니다. 아이 앞에서 함께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아이가 학교에서 요즘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봐주고, 도와주고, 응원해주고, 또 실천해주는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아이는 더욱 흥미를 느끼며 교육의 긍정적인 면을 실천하게 될겁니다.  

동극을 준비하며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해 보니 아이들 또한 자신감이 많아진 모습에 보기 좋았고, 보모님들 또한 아이가 잘 해주니 기분이 좋으셨을 겁니다. 그 모습에 저 또한 기분이 좋았구요. 부모, 아이, 교사 모두가 행복해지는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조금 무겁게 진행이 된 것 같네요. 저희 유치원에 함께 해주시는 부모님이 많으시다는 것이 교사로써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