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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나이트 키즈 클럽 아세요?


'노바디' 춤추는 일곱살 아이들

아침 차량지도를 끝내고 교실로 왔어요. 그런데 여자아이들이 저에게 달려오는 거예요. "선생님 이것봐요 이것봐요~" 하면서 말이지요. "뭔데~~"하며 아이들 손에 이끌려 교실로 가보았어요.


그런데 아주 익숙한 노래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평소 동요가 흘러나오는 교실에서, 세상에 아침 출근길에 듣던 그 노래 '노바디'가 흘러나오는 거예요.

순간!! 저는 당황했습니다. 끄라고 해야할지... 어떻게해야 할지 말이지요. 일단 아이들이 신이나서 저를 데릴러 왔으니 한번 어떻게하나 보기로 했습니다.

'노바디'노래가 흘러나오고 아이들은 노래에 맞추어 흔들흔들 춤을 추었어요. 원더걸스가 추는 춤을 유심히 보았나 봐요. 제법 비슷하게 춤을 추는데 정말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음이 나왔어요. 구경하는 친구들로 어찌나 신나 하는지 저까지 기분이 좋아졌어요.

나이트 키즈클럽, 아세요?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즐거워하기에 노래부르고 춤추는 것을 그냥 두었습니다. 말로 아이들에게 허락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제 마음 속으로 허락해 준거예요. 사실 제가 교사랍시고 허락하고 말고 할 것은 아니잖아요. 교실은 아이들 것 이니까요.

구경하던 남자친구들은 "여기가 무슨 나이트가?" 합니다. 그런데 나이트라는말이 재미있었는지 자기들끼리 '나이트키즈클럽'이라고 이름까지 짓고 열심이 놀았어요. 남자친구들은 스케치북에 글자까지 적어 친구들에게 보여주기도 하였답니다.

음악이 담긴 CD는 찬희가 들고왔다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들은 그 CD를 쉬는시간마다 틀어 놓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어요. 안무도 늘어 여러가지 춤 동작이 나왔지요. 몇 번 그렇게 하더니 이제는 관객을 모으는 겁니다. 의자를 가져다 놓고 친구들보고 앞에 앉아라고하고 "너희는 관객이깐 조용히하고 잘봐"합니다.

아이들의 노바디 춤은 점점 놀이의 형태를 갖추어 갔어요.

 점심시간에는 옆반인 시내반으로 CD를 들고 가 노래를 틀고 춤을 추었어요. 관객은 당연히 다섯살 꼬맹이들 이지요. 동생들을 자기들 앞에 앉아라 그러고는 "여기는 무대니깐 올라오지마~"합니다. 그러고는 사회자 한명이 나와 "지금부터 노바디 공연을 하겠습니다. 관객들은 모두 조용히 하시고 봐주세요"합니다.

전 교실 순회 공연에 나서다.

동생들은 언니가, 누나가 하는 것을 멍~하게 쳐다보더니 금새 좋아합니다. 자리를 떠나지 않고 제법 오래 관객이 되어 지켜보았습니다.

다음 날에는 수현이가 최신곡이 담긴 노래CD를 들고와 다른 노래들까지 틀어 놓고 신나게 춤추고 놀았어요. 우리반 여자친구들은 몇 일은 더 그러고 놀았지요.

나중에는 초대권까지 만들어 친구, 동생, 선생님들에게도 나누어 주며 구경오라고 했답니다. 교실공연이 아니라 체육실에서 큰 공연을 했어요. 

아이들은 제가 가르친 노래보다 더 신나고, 재밌게 노래와 춤을 즐겼어요.
 
아이들이 저렇게 즐거워 한다면 가요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다고 아이들의 꿈이 담기지 않은 가요를 가르칠 생각이 아니예요. 다만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자발적으로 놀이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가요도 아이들에게 나쁘지만은 않다라는 생각이 든 것 뿐이랍니다.

아마 제가 가요를 강압적으로 가르쳤다면, 저렇게 신나지 않았을 거예요. 자기들이 스스로 원해서 한 것이었으니 더욱 신이 났었겠지요.

아이들은 공연을 기획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어요. 늘 함께 지내는 저도 깜짝 놀라습니다. 어린반에 가서 공연을 할 때, 체육실 공연을 위한 초대장을 만들었을 때는 더욱 그랬어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스스로 배움을 익혔어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삶을 배운다.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규칙을 만들고, 친구와 사귀는 방법, 양보하는 법, 타협하는 법, 단합심, 패배와 승리를 경험하는 것 등 무수히 많은 것을 놀이를 통해서 배웁니다. 그래서 놀이를 잘해야 머리도 좋아지는 것입니다. 머리를 좋은 아이로 키우려면 많이 놀게 하여야겠지요.

우리 아이들이 내일은 또 무슨 놀이하며 무엇을 배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