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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 구루미보육원 견학

7월 29일 - 구루미보육원 견학


일본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숙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구루미보육원으로 출발했다. 구루미 보육원은 시 외각에 위치하고 있어 한 시간 가량 버스로 이동했다. 가는 길 창밖풍경을 유심히 관찰해보았다. 일본은 영어간판보다는 자국어 간판이 많았고, 우리나라는 이중으로 되어 있는데 베란다 창문이 대부분 하나로만 되어 있었다. 나중에 가이드분이 알려줬는데, 일본은 덥고, 높은 습도로 바람이 잘 들게 하기 위해서 그런다고 하였다.


10시쯤 한적한 시골마을에 도착했다. 구루미보육원의 부원장님께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부원장님을 따라 가면서 우리들은 논이 넓게 펼쳐지고, 시골집이라 하기엔 너무나도 좋은 집들과 시골풍경에 도취되어 사진을 찍으며 이동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곳은 ‘학동’이라고 부르는 초등학생들이 수업하는 건물이 있었고, 그 뒤에 보육원이 위치하고 있었다. 넓은 앞마당 앞에 구루미보육원의 원장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곳곳을 돌아보며 원장님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학동은 1학년부터 6학년까지 30명 정도의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이었다. 내가 갔을 때에는  방학중이였고, 방학기간에는 대게 오후에 아이들이 와서 풀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학동에는 남자보육사들이 많이 보였고 우리들이 지나가니 아이들이 반갑게 인사해 주었다.


원장님께서는 보육원 앞마당부터 설명해 주셨다. 앞마당은 아이들의 놀이터로 사용되는데 특이하게 생긴 놀이기구들이 있었다. 대나무를 타고 오르는 기구, 나무 미끄럼틀과 또 다른 놀이기구도 있었다. 이처럼 나무로 만들어진 놀이기구는 모두 부모의 힘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학부모모임을 통해서 계획한 것을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 모여 만든다고 하였다.


뒤편에는 큰 나무는 아니었지만 어른 키보다 조금 큰 나무가 있었는데 10년 된 그 나무는 아이들이 타고 놀 수 있도록 심은 나무라고 하였다. 나무 자체가 단단하여 아이들이 아무리 타고 매달려도 부러지지 않는다 하였다.


앞마당 조금 걸어가니 텃밭이 있었다. 그 곳에서는 7세 아이들이 농사를 짓는다고 하였다. 플라스틱 통에 거름을 만들고 많은 양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직접 키우면서 수확도 해보고 그 것으로 요리도 해 먹는다고 한다.


그 옆으로는 경사가 제법 있는 비탈길이 있었고, 그 뒤로는 산이었다. 그 비탈길은 잔디로 되어있었고, 비탈길 꼭대기에는 야외용 테이블과 벤치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맨발로 활동을 하며 연령마다 썰매도 타고 뛰고, 구르며 놀고, 벤치에서는 쉬기도 하고 밥이나 간심을 먹기도 한다고 하였다. 아이들의 발달에 큰 도움을 주는 곳으로 아이들과 선생님 모두 구루미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라 하였다. 벌레가 많은 여름에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보육원건물 앞에는 풀장이 3개가 있었다. 하나는 30년 된 풀장으로 아주 작은 것이었다. 우리들에게 보여 주시려고 꺼내 놓으셨다고 하였다. 이 풀장은 0세~1세(우리 나이 1~2살)아이들이 사용하였고, 아이들이 소변을 해도 물을 금방 갈 수 있게끔 작게 만들었다고 하였다.


두 번째 풀장은 조금 더 컸는데, 이 곳은 2살(우리 나이 3살)아이들이 사용하고 제일 큰 풀장은 3살(우리 나이 4살)부터 큰아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조립식 풀장이었다. 그리고 물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교체한다고 하였다.


야외 설명을 마친 뒤 건물로 들어갔다. 구루미 보육원은 2층 건물이었고, 1층부터 설명해 주셨다. 국내산 나무만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바닥에도 숯을 깔아 좋은 공기가 올라와 아이들의 건강에 이롭게 하도록 지어졌다고 한다. 벽은 일본 한지로 자연 풀을 이용하였고 가장 친환경적인 건물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나무 건물이지만 방화시설은 잘 갖추어져 있지는 않았다.


아이들은 모두 1층에서 생활한다고 한다. 2층에는 선생님 교사실과 자료실로 아이들과 미리 약속해 절대 올라오지 않는다고 한다. 1층에는 연령마다 교실이 있었는데, 모두 오픈 되어 있었다.


2층 우리가 모인 곳은 회의실로 대게 손님들이 오면 사용한다고 하였다. 소지품을 다 내려놓고, 신기하게 생긴 의자를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 이 의자는 의자도 되고 탁자도 되고, 뒤집으면 높은 의자 또 뒤집으면 낮은 의자가 되는 다용도 의자였다. 갖고 싶은 마음이 마구 생기게 만드는 나무의자였다.


1층에는 넓은 홀이 있었다. 우리 체육실보다 훨씬 넓은 곳이었다. 홀 한쪽 벽면으로 둘러앉았다. 원장님께서는  아이들과 함께 구루미보육원에서 이루어지는 리듬활동 수업을 보여주시고 우리가 체험하게 해주실 거라 설명하신 뒤 피아노 치셨다.


피아노 음악이 들리자 아이들이 하나 둘씩 의자를 가지고 모여 앉았다. 선생님이 오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더욱 놀란 것은 우리들과 인사시켜 주시는데 아이들이 연령별로 줄을 맞추어 앉아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너무나 잘 준비하는 모습에 사실 깜짝 놀랐다. 심하게 연습시킨 건 아닐까하는 의혹(?)이 생겼다.


아이들은 의자에 앉고 선생님들은 아이들 앞에 무릎을 꿇고 앉으셨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교육하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노래와 율동을 하는데 자세히 보니 선생님 두 분은 유독 한 아이씩 만 보고 계셨다. 그 아이가 장애 아이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에게 방해되게도 하지 않으셨다. 그 모습을 보며 정말 대답한 선생님들이라 생각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아이들이 연령별로 나왔다. 손바닥을 마주 붙이고 매우 빠르게 달리기도 하고 손, 발을 땅에 붙이고 기어가기도 하고 어린연령은 선생님과 1대 1로 아이들의 몸을 풀어주고 정말 많은 동작들이 있었다. 동작을 할 때마다 선생님들께서는 정말 열심히 하셨는데 그 모습이 정말 인상이 깊었고, 정말 체력이 좋으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장애 아이는 정상아이보다 활동이 늦은데,  선생님 한분은 앞에서 응원하고 한분은 뒤에서 응원하면서 아이를 이끌어 주셨다.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오히려 박수치며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여러 동작들을 보여주셨는데 음악이 빨라지면 더 빨리 동작을 하고, 느려지면 뒤로 동작을 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자기 차례와 동작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이렇게 10시 30분이 되면 매일 리듬활동을 한다고 하였다. 리듬 활동을 1시간 30분 정도 하고서는 어린연령 순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나가 다른 활동을 하러 갔다.


리듬활동에서 중요한 것은 어깨와 척추, 발과 발가락을 차는 것, 그리고 힘주는 동작을 하면서 아이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라 하셨다. 그리고 귀로 듣고 움직이는 것과 아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하셨다. 원장님의 설명으로 아이들이 하였던 동작을 우리도 체험해 보았다.


다시 의자를 들고 다시 2층 회의실로 갔더니, 회의실에는 점심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구루미보육원에서 마련해 준 음식으로 정말 먹음직스럽게 보였고 채소들 색깔이 알록달록 예뻤다. 먹기가 아까울 정도였다. 음식은 조리사분이 계시고 방학 때에는 지금은 대학생이 된 구루미를 졸업한 아이들이 와서 무료로 봉사활동을 한다고 한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원장님께서 구루미보육원에 대하여 설명하는 시간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38년 전에 세워진 구루미보육원은 처음에는 0세 보육원을 목적으로 시작되었고 28년 전에는 시내에 있는 시청 옆에 있다가 자연 속에서 교육하고 싶어 이곳으로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직원과 부모가 함께 공동육아를 하는데, 원장님선생님도 처음에는 부모입장에서 아이들 보내다가 나중에 교사가 되셨다고 한다.


구루미는 무인가 보육원으로 자립적으로 세워졌다. 시골마을이라 아이들이 마을에 많이 없다고 시에서 인가를 안 줘서 정부 보조금을 못 받고 있다. 구루미를 다니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보조금이 안 나오기 때문에 못 보내는 부모님들도 많이 계시다고 하셨다. 아이들의 한 달 교육비는 부모 소득을 기준으로 부담하기 때문에 아이마다 다르다고 하였다.


부모와 공동육아를 하며 장애아 통합교육도 하고 있다. 예전에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26명의 아이들이 다닌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부모가 등·하원을 시켜줘야 하는데 시골이라 거리상의 문제 또한 크다고 하였다.


아이 2명~3명 정도를 교사 한명이 맡아서 교육하는데 연령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어린연령일 수록 적게 맡고 높은 연령일수록 많이 맡고 있다. 회의실을 제외하고는 건물 내에 에어컨이 없다. 아이들은 자연바람 그대로 생활을 하는데 그 이유는 요즘 중·고등학생들을 보면 일사병으로 죽는 아이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 더울 때는 피부가 확장하고 추울 때는 피부가 수축하면서 환경에 잘 견딜 수 있는 아이로 키워 건강하게 중·고등학교 시절을 그리고 건강한 어른으로 키움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였다.


구루미보육원에서 리듬활동처럼 중요하게 생각하는 활동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림그리기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림그리기는 주제를 주고 여러 종류의 재료를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주제를 전혀 주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이들 발달 단계를 놓고 보면, 작은 종이는 아이가 그리기에 불편하기 때문에 4절지 크기의 종이를 주는데, 아이가 그리고 싶은 만큼 그리고 그리는 도구도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그린다고 한다. 심지어 많게는 하루에 40~50장을 그리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그렇게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에 아이의 내면에 있는 것이 표현 되는데 그림상태, 색, 두께를 보면서 교사회의 때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그림을 자료로 부모와 상담을 하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연령별로 그림그리기의 발달도 다르고, 오감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하셨다. 연령별 특징은 다음과 같다.


한살-한살이 지나면 그림 형태가 바뀜, 자기에 대한 고집이 생기는 시기, 말을 안 듣는 시기

두 살-내가 할거야, 싫어 등의 고집이 나옴, 두발로 뛰는 상태가 됨, 말이 됨

세살-동그라미를 그림, 집단보육의 필요성이 생김, 엄마만으로 모자람, 탐구심이 많은 왕성한 사기

네 살-동체가 생김, 머리·몸·다리를 그림. 어제·오늘·내일을 앎, 제제심이 생김, 룰이 있는 놀이가 재있어짐

다섯 살-땅과 하늘을 구분함, 지평선이 나옴

여섯 살- 생각·느낌·탐험 한 것을 그리는 시기

초등학교 가기 전-일본종이를 주고 물감으로 색칠하게 한다.


교육과정 중에는 걸레를 사용하는 교육도 하는데, 이는 스스로 함으로 성취감을 느끼고, 일의 해낼 수 있음을 알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실과 바늘의 사용도 가르친다.


구루미의 교육은 부모와 협력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야채를 먹는 식습관, 리듬이 있는 생활(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것)을 부모도 함께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활동이 있다. 입소 전에 구루미의 활동을 체험해 보고 글자나 영어와 같은 인위적인 조기 교육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사전에 모두 알린다고 한다. 그리고 교육비만으로 충당하기 힘들기에 특산물을 많이 파는 수익사업도 많이 한다고 하였다.


교사의 채용은 엄격하며, 기본적인 자격이 있어야하고 채용 시에 리듬활동을 해보고, 밥도 먹어본다고 한다. 교사가 편식이 있으면 채용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많은 공부를 하도록 지원하고 특히 자기를 발전시킬 수 있는 공부를 하도록 권장한다고 하였다.

제일 기억에 남은 것은 교사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서 아이를 대상으로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가? 저절로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굉장히 열심히 하는 모습도 감동이었다. 우리는 보통 아이들을 돌본다고 수업 활동에는 참여 안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구루미 선생님들은 정말 열심히 참여 하셨다. 윗옷을 왜 바지에 넣고 바지를 저렇게 잡아 올렸지? 생각했었는데 활동에 방해되기 때문이었다. 그런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배우고 또한 열심히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층을 둘러 볼 때는 깜짝 놀랄만한 장면을 보게 되었다. 식사시간에 어린 아이들이 손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보통은 더럽다고 수저로 먹게끔 하는데 참 의외였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이가 스스로 먹을 수 있게 하고 오감을 느낄수록 하기 위해서” 라고 하였다. 그리고 장애 아이들을 특별히 배려하던 선생님들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구루미를 보면서 우리 아기스포츠단이 지향하는 교육이 이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환경도 이런 것이다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흙산에서 진흙놀이 하는 아이들, 물놀이하는 아이들, 자연에서 함께 크는 아이들 말이다. 우리 마산Y는 구루미 만큼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주변 마을 곳곳을 잘 활용하기는 하지만........구루미에서 배울 점들,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우리 실정에 맞게 잘 응용한다면 구루미보다 더 나은 교육을 해낼 수 있으리라는 다짐도 해보았다.

오후 4시쯤, 구루미 견학을 마치고 고베로 갔다. 모둠별로 흩어져 구경을 하고 우리선생님들 선물도 샀다. 혼자만 좋은데 오고 미안한 마음을 물질로~^^


저녁에는 너무 피곤하여 숙소가 있는 동네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우동집에 들어가 우동과 소면소반, 돈까스, 카레라이스등 5명이서 6인분을 시켜 먹었다. 자동판매기에서 주문표를 뽑아야 되는데 정말 고생했었다. 맛나게 저녁을 먹고 그날도 편의점에 들렀다. 왜? 맥주~사야했기에 말이다. 한 사람당 한 캔씩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씻고, 10시에 평가회를 가졌다. 모두 비슷한 느낌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역시 말씀 잘하시는 Y선생님들이셨다. 밖에 나가면 잠을 잘 못 이루는 나였지만 정말 피곤했는지 엎어가도 모를 정도로 푹~ 잤다.

 

구루미 보육원 http://kosodate-kurum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