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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여행기

눈 쌓인 한라산에 봄기운을 느끼며

아이들 졸업을 준비하며 어찌나 바쁘던지요. 3주간에 걸친 앨범 작업은 매일 새벽 같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졸업 전날 끝이 났습니다. 정말 글 쓸 시간도 친구 만날 시간도 없더군요. 그런데도 아날로그식 앨범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겠죠? 정성이 10만배(?)쯤은 되니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관련글-2010/02/04 - [교육이야기] - 내마음이 느껴지나요? 아날로그식 선물의 매력

하지만 삶의 여유는 느낄 수 없었지요.  삶의 여유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졸업시키고 다음날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한 해 동안 아이들과 무사히 지냄에 대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랄까요? 왠지 말만해도 멋진사람이 된 듯한데요. ㅋ

친구모임인 미녀산총사(미녀들인지 증명되진 않았지만..ㅎ )들과 주말을 이용해 한라산을 올랐습니다. 한라산과 백두산은 30살이 지나기 전 가보겠다는 꿈이 있는데 하나 이루어졌네요^^

(미녀산총사입니다.ㅋ)

비행기는 미리 예약해 두었습니다. 빨리 예약하면 할 수록 가격은 저렴합니다. 저희는 제주항공을 이용했는데요. 작은비행기라 해서 무척 작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작지만도 않더군요. 좋은 비행기들에 비해 승무원이 직접나와 구명조끼 입는 것까지 직접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제주도 도착하니 승무원이 제주말로 안내방송도 해주시고 참 재미있었습니다. 무슨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요.ㅋ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밤을 지내고(정말 서비스가 좋더군요. 이용방법에 대한 글은 다음편에 쓰겠습니다.) 다음날 한라산으로 향했습니다. 우리나라 제일 큰 산 답게 사람들이 정말 많더군요. 성판악에서 출발했는데 사람들이 많아 발딛을 틈이 없었습니다. 우리 뿐만 아니라 겨울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새삼느껴졌습니다.

한라산을 오르다.

(한라산 정상)
(움푹 페인 곳이 몇 년 전부터 개방한 사라오름입니다. 이승기가 간 곳이라 하더라구요.)

드디어 출발, 성판악에서 진달래 대피소까지 12시 안에 도착하여야 합니다. 저희는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 말씀만 믿고 계획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는데 정말 큰일 날뻔했습니다. 8시에 출발하라 하셨는데 성판악에 도착해 장비 챙기다 30분이 지나버려 또 조금 늦어진 탓도 있었지요.

어쨌든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5분 뒤 통제하겠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다급해져 얼른 통제 입구를 통과했지요. 입구에서 조금 올라와 준비해간 김밥을 먹는데 조금 서럽기도 하데요. 대피소에서 라면 사서 같이 먹을려고 했었거든요.ㅋ

김밥 먹고 있는데 직원이 달려와 빨리 정상 출발해라고 야단도 들었습니다. 통제하려는데 사람들이 앉아 밥먹고 있으니 통제가 안된다구요. 저희 말고도 사람들이 꽤 있었거든요. 생각해 보니 예의가 아니다 싶어 얼른 출발했죠.

한라산 정상에서도 하산 시간이 있었습니다. 오루 1시 30분이었습니다. 높은 산이다 보니 시간을 철저히 지키더라구요. 2시 넘어 도착해 반대편 길인 관음사로 내려가지 못하고 왔던 길로 도로 내려갔습니다.

백록담은 움푹한 접시 같았습니다. 눈을 담고 있는 오목한 접시말입니다. 처음 가본 백록담,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보았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백록담에서도 시간을 많이 주지는 않다군요. 하산 시간이 있어서 말입니다. 사진찍고 얼른 내려왔습니다. 겨울 한라산은 정말 일찍 출발해야겠습니다.

한라산이 나에게 준 것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니 참으로 좋았습니다. 힘들고 긴 시간이었지만 친구들 덕분에 웃음 꽃이 피고, 힘이 쏫아 나더군요. 함께 할 수 있음에 행복했습니다.


날씨도 정말 좋았습니다. 겨울산이라 무장을 하고 갔었는데 소용이 없을 만큼말입니다. 따뜻한 봄 햇살 미리 듬뿍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산에 가면 참 좋습니다. 힘들지만 조금씩, 조금씩 오르다보면 언젠가는 도착합니다. 또 오르는 길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낍니다. 나뭇잎 밟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 뛰어다니는 다람쥐, 예쁜 나뭇잎들까지 모든 것이 나의 마음에 평안함을 가져다 줍니다. 자연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번엔 한라산의 자연을 마음껏 느끼고, 마음에 담고 왔지요.

사서도 고생한다고 하잖아요. 이번에 산을 오르며 계속 그말이 생각나더라구요. 그 고생이 나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새학기를 맞이하며, 어려운 일이 닥치고, 어떤 힘든 시련이 와도 이겨낼 힘이 생길 거라고 말입니다.

힘들고 지친 나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네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살아갈 맛이 나잖아요. 사진을 보시며 조금이나마 힘이 전달 되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