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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연수.강의

자연 결핍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

문홍빈 안양 YMCA 사무총장의 'YMCA 교사에게 묻다' 라는 강의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 'YMCA에서 교육은 온전한 인간으로 키우기 위함이다' 라는 말을 시작으로 교육의 키워드 세가지 건강, 생태, 문화라고 말씀드렸었죠? 

온전한 인간이란 덕, 지, 체가 한 몸에 하나로 균형 있게 이루는 것을 말하고, 그러기 위해 건강, 생태, 문화가 필요한데 건강에는 기초체력, 바른 먹거리, 생활리듬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두번째 생태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2011/04/06 - [배움터.연수.강의] - 아이를 온전한 사람으로 키우려면


자연에 결핍된 아이들

진달래 먹고, 물장구 치고 다람쥐 쫓던 어린 시절에♪♬ 이런 노래가 있지요. 이 노랫말 처럼 예전 우리 아버지 세대는 이렇게 자연 속에서 뛰어 놀았습니다. 이 분들께 어릴 적 추억을 여쭤 보면 절로 웃음이 나고 행복했노라 말씀하시지요. 저도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 생각하면 산으로 들로 뛰어 다니며 진달래 따먹고, 개구리 잡고, 계곡에서 물놀이 하던 추억에 기분이 좋아지곤 합니다.
 



그런데 요즘 도심 속에 사는 아이들은 어떨까요? 지금의 아이들이 어릴적 추억을 생각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요? 건물? 학원?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요?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요즘 아이들 정말 자연을 만나기 힘든 환경 속에 살아 갑니다.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 적습니다. 눈을 돌려 보아도 온통 콘크리트 건물 뿐입니다. 간혹 있는 잔디와 나무들은 보호해야 하는 장식품일 뿐입니다. 건물 속에서 아이들은 살아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 추억들도 돈으로 사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시골체험', '외갓집캠프', '풀꽃여행' 등 자연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돈 주고 경험해야 하는 것이지요. 할머니, 할아버지 댁이 시골인 아이들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조부모님이 시골에 사신다면 그 아이는 정말 행운아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요즘 대부분의 조부모님들도 도시에 사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도시에 사시니 제가 아이들 낳아도 마찬가질 겁니다.

그래도 부모가 여행을 좋아해 아이에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준다면 몰라도 도시의 환경 속에서 자연을 벗삼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문홍빈총장은 이런 아이들에게 '자연결핍장애'가 나타나고 있다고 표현 하시더군요. 자연, 생태라는 것이 한번의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에게 내면화 되지 않는다고도 말씀 하셨습니다.하지만 도심 속에서도 자연(생태)의 확장은 일어 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산(숲), 내(하천), 들(농사)가 핵심 고리다

첫째, 산(숲)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가자

도시에도 산은 있습니다. 이곳에 아이들을 자주 데리고가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자는 것입니다. 같은 산이라도 계절마다의 색과 향기, 소리, 생명들이 다릅니다. 직접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느끼며 자연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시골에 가도 더 넓은 자연이라 생각하지 딴 세상으로 받아 들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연을 많이 만나본 아이들은 다릅니다. 벌레를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합니다. 흙을 더럽다 생각하지 않고, 아주 훌륭한 놀잇감으로 삼습니다. 자연의 무한한 장난감으로 창의적인 놀이들을 만들어 갑니다. 감수성과 표현력이 풍부해집니다. 

글자를 잘 쓴다고 소설가가 되지 않지요. 아이들은 말을 잘해야 합니다. 표현을 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한글을 조금 빨리 쓴다고 모든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한글이 먼저가 아닌 체험으로 마음을 먼저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둘째, 내(하천)에서 놀자.

물이 있는 곳이라 보면 좋겠습니다. 조금만 눈을 돌려 보면 됩니다. 우리 지역인 마산에도 팔용산과 무학산 계곡이 있는데요. 저희 유치원에서는 매년마다 '숲속학교'라는 것을 합니다.



숲속학교는 말그대로 숲에서 학교처럼 하루종일 지내는 겁니다. 아이들과 숲에 가서 도토리도 줍고, 나뭇잎도 날리고, 올챙이, 물고기, 다슬기 잡으며 계곡에서 물놀이도 합니다. 새소리, 벌레소리를 듣습니다. 여러 풀꽃들을 봅니다. 그것의 이름 알기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책으로 보고, 말로만 듣는 것이 아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며 직접 체험하는 것이지요.

놀기 좋은 여름에는 한달 정도를 매일 숲 속 계곡에서 놀고, 다른 계절은 일주일에 한번 씩 갑니다. 추운 겨울에도요. 아이들에게 내면화 될 수 있도록 자주 가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셋째, 들(농사)를 짓자

아이들과 농사를 지어 보면 좋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농사는 마냥 어렵게만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 않다며 여러 방법들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우선 텃밭농사는 이랑을 크게 만들어 아이들이 지나다니기 쉽게 만들면 좋다고 합니다. 또 이랑을 길에 일자로 하기 보다 아이들이 둘러 모여 볼 수 있도록 동그란 모양이나 꽃모양 처럼 해도 좋다고 합니다. 그러면 아이들에게 '밟지마라', '조심해라'는 말을 적게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이 생기도록 하려면 이런말이 적게 나와야 겠죠?

(아이들과 농사지을 때 사진입니다. 오염되지 않은 땅은 벌레가 많습니다.)


또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씨앗을 가정으로 보내 모종으로 키워 오도록 하면 아이들도 더욱 신나게 농사를 짓는다고 합니다.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키워 왔으니 더욱 애착이 생길겁니다. 그렇게 가정도 참여하게 해서 채소정원도 만들고, 김장 정원도 만들고 꽃정원도 만들면 좋다고 합니다.

농사를 지어 수확한 것으로 아이들과 요리도 만들어 먹어 보면 음식의 소중함도 알게 되고 못 먹는 채소가 없어진다고도 말씀하시더군요.

이러한 활동은 수확 중심이 아닌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씀도 빼놓지 않으셨습니다. 전체를 보고, 그것을 알아가는 활동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텃밭이 없다면 스티로톰 상자에 흙을 담아 옥상에 채소 정원을 만들어 작은 농사를 짓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시더군요. 못한다고 생각하면 못하고 할 수 있다 생각하며 뭐든지 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농사는 문총장님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유치원이 작년 이사를 하면서 환경적으로 여건이 안돼 텃밭농사는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제 생각의 틀을 깨는 말씀이셨습니다.

이렇게 생태의 핵심은 산, 내, 들이었습니다. 숲, 하천, 농사인 것입니다. 이렇만 체험하게 해준다면 도시 속에서도 '자연결핍장애' 없이 아이들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요?

강의 세번째 편은 문화입니다. 기대하세요^^


오늘 제글이 교과부에도 실렸습니다.
유치원샘 피가 거꾸로 솟았던 사연 http://if-blog.tistory.com/10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