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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여행기

아이들에게 도움 받아 감동한 선생님

제가 선생이다 보니 선생으로써 해야할 일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입니다. 하지만 배움이라는 것이 어찌 한쪽에서만 일어나겠습니까 양쪽에서 일어나게 되어있지요. 한쯕으로의 일방통행은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양쪽의 소통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선생도 아이도 치지지 않고 서로 배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아이들로 인해 배우기는 일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정말 모르고 있던 사실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또 어떠한 행동으로 인해 깨달음을 주기도 하지요. 또 아이들이 저를 챙겨 주고, 도와주는 일도 많습니다.

이렇게 매일 유치원 아이들과 생활하다 이번 여름방학때에는 '자전거국토순례'를 다녀오면서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큰아이들과 일주일간 함께했었는데요. 저에게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소통과 다르게 큰아이들은 뭐랄까? 오히려 제가 학생이 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요? 도움과 보살핌(?)을 듬뿍 받고, 큰 가르침을 얻고 왔습니다.

선생으로써 잘해야지 하는 부담감이 컸던 나

자전거국토순례가 아이들에게도 큰 도전이었을테지만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말 큰 마음을 먹고, 대단한(?) 각오로 참가했었거든요. 제 인생에서 대단한 일을 해낸 하나의 큰 사건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니까요.



어쨌든 아이들을 인솔하는 지도자로 참가했지만 사실 정말 걱정되더라구요. 내가 잘해낼 수 있을지도 의문인데 아이들까지 챙겨야한다니 말입니다. 또 아이들이 선생님에 대한 기대치가 있을텐데라는 부담감이까지 더해지더라구요. 혼자 괜한 부담감을 만들고 있었던 겁니다.

물론 즐거운 마음이었습니다. 가기 한 달 전부터 완전 들뜬 마음이었고, 자전거를 타면서도 힘들었지만 정말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힘들었던 만큼 성취감도 컸었거든요. 그래도 내가 힘드니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아이들을 못챙길때도 많았습니다. 역시나 였던 겁니다.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누도 많이 나눴습니다. 어찌 참가하게 되었는지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도 많이 해주고 "파이팅!"도 외쳐가며 서로 함께 달렸지만, 몸이 힘들어지니 계속 뒤쳐지는 겁니다. 역시 아이들을 따라 갈 수가 없더군요.

계속 뒤쳐지니까 로드가이드 해주시는 지도자선생님이 제일 선두에 서라고 하셔서 선두에서면 나중에는 제일 뒷쪽으로 밀려나기 일쑤였습니다. 뒤로 쳐질때면 아이들 보기가 어찌나 민망하던지 정말 속상하더라구요.

처음에는 아이들도 "에~ 선생님 또 만나네요ㅋㅋ"라며 놀렸습니다. 자기네들보다 못하는 선생님을 놀려보고도 싶었을 겁니다. "야! 나도 속상하거덩~! 놀리지마라!" 그러면서 우스갯소리로 넘기긴 했지만 진짜 속상했습니다. 선생으로써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었는데 자전거를 능숙하게 못타는 내가 얼마나 한심스러웠는지 모릅니다. 

뒤쳐지던 선생님에게 '파이팅!'을 외쳐주던 아이들


그런데 시간이 갈 수록 아이들의 말이 달라졌습니다. 자전거를 탈수록 힘들다는 것을 알았기에 상대방의 힘듬도 이해할 수 있었겠지요.


"선생님! 힘내세요 파이팅!"
"선생님 또 만났네요. 괜찮아요? 힘내세요!"

아이들이 저에게 힘이 나는 말을 해주는 겁니다. 선생인 내가 아닌 아이들이 저에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꼭 온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처럼 찌르르한 감동이 왔습니다. 아이들이 꼭 큰 어른같이 느껴지던 순간이었지요. 

그렇게 저는 뒤쳐질 때마다 아이들의 응원을 받으며 자전거를 달렸습니다. "응! 고마워~ 너도 힘내!"라면서요. 정말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은 멋진 장면이죠? 상상이 가시나요?         


선생님에게 먼저 물을 건내던 아이들

그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면 늘 물이나 간식을 먹었는데요. 아이들은 늘 저를 먼저 챙겨주었습니다. "선생님~이거요"라며 자기 먹는 것 보다 저에게 먼저 건냈고, 또한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먼저 건내는 멋진 아이들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러지 않았던 아이들이었습니다. 자기 것을 먼저 챙기던 아이들이었는데 말입니다.

한 번은 33km 되는 새만금방조제를 지나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달렸으니 아이들도 저도 지쳤었지요. 그때 간식 당번이 물을 가져오는데 물이 없다는 겁니다.

이틀 정도는 아이들이 물의 소중함을 알 수 있도록 500ml 물 한병을 받아 다 마시면 다시 물을 채워 아이스 박스에 담아두었었다가 쉬는 시간이 되면 다시 가져다 마시고를 반복했었거든요. 그런데 그 전 쉬는 시간에 시간이 촉박해 물을 다 담아두지를 못했다는 겁니다. 그러니 빈통이었던 거지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불끈! 하더군요. 정말 정말 목이 말랐거든요. 다행히 물을 받아 오기는 했지만 차가운 물이 아닌 미지근한 물이었습니다. 그 햇볕 쨍쨍한 여름날, 자전거를 타고 마시는 물인데 미지근하니 아이들 얼마나 짜증이 났겠습니까? 아이들도 저도 막 투덜대고 있었는데 우리 조장이었던 고등학교 1학년 종윤이가 그러다라구요.

"이거라도 감사하고 그냥 마시자"

아이들도 저도 모두 투덜거리던 것을 멈추고 조용히 물을 마셨습니다. 그 순간! 제가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얼굴이 빨개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선생인 내가 먼저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불끈한 마음을 가라앉혔어야 했는데 고등학생인 종윤이보다 더 못난 사람이었던 겁니다. 참 멋진 고등학생이지요?  
 

부끄러웠던 나

 

그렇게 아이들은 서로를 더 많이 챙겨주고, 응원해주었습니다. 물론 저에게까지도 말입니다. 시간이 갈 수록 아이들은 더욱 더 잘해갔습니다. 밥먹고 씻는 것까지 말하지 않아도 동생들을 챙겼지요. 

저 정말 부끄러웠겠죠? 그런데도 아이들은 자전거 국토순례가 끝난 뒤 저에게 고마웠다 인사를 하였습니다. 전화로, 페이스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서 말입니다. 그 마음을 저에게 전해주는 겁니다. 정말 고마운 사람은 저인데 말이죠. 

620km를 함께 완주한 아이들, 조금은 모자란 선생이었기에 아이들이 생각하는 권위적인 선생님이기보다 친근하지 않았나 싶기도합니다. 그래서 선생이라기 보다 함께한 동료가 된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한마디하고 싶네요.

<저전건 국토순례에 참가한 우리들입니다.>

멋진 아이들~종윤이, 건호, 지환, 건우, 효준, 창준, 성민, 현석, 성재, 건모, 민영, 소연아~ 정말 고마웠어! 너희들이 있었기에 선생님도 잘 해낼 수 있었어! 정말 고마워~^^

우리는 대단한 일을 해낸 멋진 사람들이야! 이제는 못할 것이 없다고 했던 너희들이잖아! 선생님은 언제나 너희들을 응원할거야~ 사랑해~ 장한 우리들! 파이팅!   

8월 25일에는 교과부에 글이 실렸습니다.
선생님을 반성하게 해준 진짜 선생님-http://if-blog.tistory.com/1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