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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너무 용감한 유치원생들 때문에 난감했던 사연

11월 초, 우리 유치원아이들을 데리고 남해편백자연휴양림으로 가을캠프를 갔었습니다. 편백휴양림이라 가을 단풍은 사실 큰 기대를 안 하고 갔었는데요. 그런데 웬걸요~ 편백나무 사이로 가을 나무들이 울긋불긋 물들어 정말 가을이구나를 실감나게 해주더라구요. 정말 가을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답니다.

매번 캠프를 가면 남해편백자연휴양림으로 많이 갑니다. 대부분의 휴양림은 깊은 산속에 있어 경사가 높은 곳들이 많은데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넓고, 운동장만한 넓은 잔디밭도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 정말 좋거든요.(실외수영장도 있어요. 여름에 짱좋지요.) 또 아이들이 자주 오다 보니 길을 잘 알고 있어 안전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들도 익숙한지 마음 편하게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놀이에서도 확장이 일어나더라구요. 그래서 좋답니다^^

어쨌든, 이번 가을캠프를 준비하면서 매번 하던 것 말고, ‘재미난 게 없을까선생님들과 고민하다 새로운 모험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그 모험은 12일 중 첫째 날 저녁 혹은 밤에 야간산행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캠프에서 가장 재밌었던 걸 그렸더니 대부분 야간산행 때 그림을 그렸습니다.>


유치원생 아이들을 데리고 그 위험천만한 야간산행이냐구요?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의 산길은 임도여서 차들도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고, 제일 중요한 것! 경사가 완만하다는 점이지요. 또 여름캠프 때 낮에 그 산길을 따라 아이들이 가보았기 때문에 밤중이라도 충분할 거라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 정상까지가 아닌 임도 중간에 있는 정자까지거든요. 물론 아이들은 여기까지가 정상이라고 생각하지만요^^

렌턴때문에 꼬임에 넘어간 아이들

사실 걱정 되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밤이라 아이들이 무서워하면 어쩌지?’, ‘정말 아이들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날씨의 사정 때문에 못하는 거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고, 정말 힘들어서 못가겠다는 아이들이 생기면, 그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이 아닌 체육선생님이나 아빠선생님이 데리고 내려가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우리들의 야간산행의 이름은 별빛 산행으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야간산행이니 만큼 준비물에 렌턴이 추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을캠프를 떠나기 전 어떤 활동들을 할 것인지 이야기를 해주면서 그 중 이제 것 없었던 렌턴을 준비물로 가져와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었지요.

애들아 있잖아~ 이번에 가을캠프가면 렌턴을 꼭 가지고 와야해. 렌턴 알지?"

알아요 불나오는 거요


그래그래 그거! 그걸 가져와야하는데 왜냐면 밤에 별빛산행을 할거거든~아주 캄캄한 밤에 말이야, 대단하지?! 그건 아무나 못해! 용감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어. 그걸 해낸다면 아주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거야. 근데 너희는 원래 대단한 아이들이니까 더더더더 대단한 사람이 되는 거지. 근데 조금 무서울 수도 있어. 또 안 무서울 수도 있고.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야. 무섭다 생각하면 무섭고, 안 무섭다 생각하면 안 무서운거니까


그래~선생님 귀신 같은거 없잖아요~ 도깨비도 없잖아요!”(조금 무서웠는지 귀신 도깨비가 생각난 모양입니다
.)

당연하지! 그런 건 없어~ 걱정 안 해도 돼~ 또 선생님이 지켜줄거니까 용기를 내기만하면 돼. 너희들은 맨날 못 하는 게 없지만 이건 못할 수도 있어. 해낼 수도 있고, 지금은 못하지만 나중에 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까 지금은 용기가 안 나는 사람들은 안 해도 좋아. 렌턴도 안 가져와도 돼


그랬더니 자기들은 아주아주 용감해서 모두 할 수 있다고들 하더라구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아이들이지요. 근데 한 아이가 저에게 그러더군요. 엄마가 렌턴이 준비물인걸 알고 있냐고 말입니다. 렌턴을 사야하는데 엄마가 모르면 안된다구요. 이 아이들은 랜턴의 꼬임에 넘어간겁니다. 참 아이들답지요.

그 뒤로도 렌턴을 샀다는 둥, 자기는 아직 못 샀다는 둥, 가을 캠프 가기 몇 밤 남았냐는 둥, 어찌나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오른쪽은 렌턴을 켜고 걸어가는 모습이고 왼쪽은 야광팔찌를 받은 아이들입니다.>

드디어 별빛산행을 가다!

당일 아침, 아이들을 만났는데요. ..... 유치원에 오자마자 렌턴 자랑하기에 바쁜 아이들이었습니다. 이거 뭐 별빛산행 하기 전부터 건전지 다 달아 안 켜질 기세더라구요. 간신히 달래고 달래 별빛산행을 위해 참기로 했지요.

드디어 아이들이 기다리던 밤! 유치원생 아이들을 데리고 야간산행을 하였습니다. 날씨가 얼마나 좋았는지 가을인데도 낮에는 더워서 반팔 옷을 입고 다닐 정도였고, 밤에도 얇은 점퍼 하나만 입어도 전혀 춥지 않고, 구름 한 점 없고, 휘영청 밝은 달로 렌텐 없어도 밝은 그런 날이었지요. 아이들의 마음을 하나님도 아신 걸까요? 별빛산행이 아닌 그야말로 달빛산행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출발! 렌턴 때문에 신난 아이들, 어찌나 제 얼굴에 빛을 쏘는지 정말 눈아파 죽는 줄 알았습니다.^^

용감이 넘쳐 렌턴을 꺼버리는 아이들

아이들은 정말 용감했습니다. 여섯 살, 일곱 살 아이들이 어찌 그리 용감한지, 정말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들을 아이들에게 마구마구 해주었지요.

너희들은 왜 그래?! 무슨 유치원아이들이 힘들다 소리도 안하고 뭐가 이렇게 용감해?”

우리 YMCA다니잖아요


! 그렇지 하하하하 진짜 너희들은 대단한 아이들이야! 그래도 진짜 안힘들어? 선생님은 힘든데~에이~~힘들면 말해
~”

하나도 안힘들거든요~! 선생님은 힘들어요? 무슨 선생님이 그래
!”

자기들은 YMCA유치원 다녀서 용감하다는 아이들, 오히려 저에게 타박을 주더라구요. YMCA선생님이 그래도 되냐면서 말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들은 원래 용감하다는 둥, 선생님은 그것도 몰랐냐는 둥, 아이들의 용기가 하늘을 찔렀지요.

아무튼 아이들에게 힘나라고 폭풍 칭찬을 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렌턴을 끄고 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깜짝놀라 고장났냐고 물으니 아니랍니다. 완전 용감해서 불끄고도 갈 수 있다는게 아니겠습니다. 이거 정말 난감하더군요.

야아~니 진짜 용감하다~ 완전 짱! 대단해대단해. 근데말이야 렌턴을 안 켜면 바닥이 잘 안 보이니까 돌멩이 같은걸 못보고 넘어질 수도 있거든. 그건 용감해도 켜고 가야되는거야

이렇게 말해줘도 먹히지가 않더군요. 그러면서 너도나도 렌턴을 끄고 가는데 진짜 무슨 유치원생 아이들이 이렇게 용감하단 말입니까! 진짜 설득 시키느라 진땀을 뺐었습니다. 그래도 켜는 아이들 몇을 빼고는 대부분 렌턴을 끄고 가더라구요. 그래도 달빛이 밝아 다행이었지요.

정상에 도착해서는(실은 정상 아니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알고 있는) 야광팔찌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야광팔찌에 신난 아이들, 내려가는 동안에는 정말 렌턴 없이 야광팔찌만으로 걸어갔지요. 정말 한명도 포기하는 아이들 없이 모두가 성공하였습니다. 정말 대단한 유치원아이들이죠?

<하산해서는 따뜻한 어묵꼬지도 간식으로 먹었습니다.>


그래도 유치원생 아이들인데 너무했다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충분히 해낼 수 있는 환경이었고, 아이들에게도 낯선 곳이 아닌 익숙한 공간이기에 그렇게 무리한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아이들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도, 어른들이 너무 아이로만 바라보고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 모험이 아이들의 삶에서 큰 영향이 되리라 저는 믿습니다. ‘나는 대단한 아이다라는 말이 산에서 내려온 아이들의 입에서 나왔으니까요. 하면 할 수 있다는 마음! 이 마음이 아이들을 더욱 성장하게 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칭찬을 먹고 자란다고 하지요. 칭찬을 잘 먹고 자란 아이들은 밝고, 자신감 또한 높습니다. 그러니 자존감도 높겠지요. 어찌 잘한다 잘한다말을 들은 아이와 이것밖에 못해!”말을 들은 아이가 같겠습니까?

칭찬의 힘이 아이들을 성공하게 만들었다 생각합니다. 더욱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생각하구요. 그 성공의 경험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아이들은 정말 대단한 아이들로 커 갈 겁니다. 그런 나를 뛰어 넘는 성공의 경험 아이들에게 많이 해주렵니다. 그리곤 말해 줄 겁니다. 너희들은 원해 대단한 아이들이었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