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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일곱 살, 팔용산에 오르다


일곱 살 아이들은 몇 달 뒤면 초등학교에 갑니다. 새로운 곳에 간다는 설레임과 두려운 마음이 교차하겠지요. 그건 어른들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사람을 사귀고, 생활을 익히고, 난처한 일을 당할 때면 그것을 이겨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어른보다도 아이들은 새로운 환경에 훨씬 더 잘 적응해 나갑니다.


아이들과 조금은 힘들고, 어렵지만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활동을 해보기로 하였습니다. 얼마 전 "걸어서 바다까지"(YMCA에서 봉암갯벌까지) 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기도 했지요.

팔용산으로 출발~!
아빠선생님과 담임인 저와 21명 아이들은 팔용산 정상까지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주먹밥과 우리밀 라면, 물 그리고 간식으로 귤을 싸들고 산으로 갔습니다.

출발 코스는 돌탑이 있는 등산길이었습니다. 산 입구에는 친절하게도 팔용산지도가 있었지요. 아빠 선생님이 우리가 갈 코스를 설명해주셨습니다. 나무작대기를 하나 들고서 말이지요.


"선생님 이거 누가 다 쌓았어요?" 돌탑길을 지나는데 아이들이 물어봅니다. 엄청난 양의 돌탑들이 아이들이 보기에도 신기했나 봅니다. 돌탑을 구경하면서 아이들도 저마다 돌탑이 넘어 질세라 조심스럽게 돌을 하나씩 올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함께 소원도 빌었습니다. 두 손모으로 두 눈 꼭 감고 말이지요.

"정상은 언제나와요?"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한 아이가 "에이~ 괜히 왔다 힘들어 죽겠네"합니다. 저 앞에는 씩씩하게 가는 친구들이 있는 반면, 맨 뒤에 오는 아이들은 힘이든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럼 선생인 저 또한 힘이 쫙 빠집니다. 그렇다고 저까지 힘빠지는 소리하면 안되겠지요. 저는 희망을 전해야 하는 선생님이니깐요. "힘내 할수있어 화이팅!"을 연발 외치며 올랐습니다.


산에서는 사람도 많이 만났습니다. 꼬맹이들이 등산을 하는 모습이 기특해서 어른들은 꼭 나이를 묻습니다.

"너희 초등학생이가? 몇살이고?"
"우리 7살이예요"


아이들은 의기양양하게 대답하며 뿌듯해하고 저 또한 흐믓해졌습니다. 당연히 유치원생이 등산을 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하셨겠지요. 

 
조금씩 오르다 보니 정상이 눈에 들어오고, 흥분한 아이들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습니다. "우리가 해냈다 해냈다"하며 아이들이 외쳐댑니다. 여기저기서는 환호성이 들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놀라워하며 아이들을 칭찬해 주셨습니다.

정상에도착하니 더욱 볼거리가 많았습니다. 마산이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지요. 신기해 하는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곳을 찾아보았습니다. 공설운동장을 찾고, YMCA를 찾고, 우리집은 어디에 있는지 찾아봅니다.

괜히 왔다 => 잘 왔다.

"괜히 왔다" 말하던 친구얼굴을 보니 기쁨에 가득차 있었습니다. "잘왔다"로 바꼈을테지요.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작은 정자에서 싸온 주먹밥을 먹었습니다. 여기저기 부러운 눈초리를 받으며 말이지요. 등산 온 어른들은 "우리도 다음에 저렇게 주먹밥 싸오면 되겠다"하며 부러워하더군요.

다함께 모여 앉아 먹는 주먹밥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그리곤 간식으로 귤도 먹었습니다. 오후 3
시까지 YMCA로 돌아가야 하기에 서둘러 정리 하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한 수원지길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수원지 쪽으로 내려와 숲속학교(아기스포츠단 숲에서 하는 활동을 말함)할 때, 우리들 집결지에서 라면도 끓여먹기로 하였습니다. 힘이 빠질 때면 우리는 라면을 생각하며, 라면을 희망삼아 열심히 내려왔습니다.  


"햇님이겨라 이겨라 이겨라"

이 날은 갑자기 날씨가 영하로 떨어졌던 굉장히 추운 날씨였습니다. 차가운 바람에 몸이 휘청거리기도했지요. 그래도 햇빛이 있을 때에는 덜 추웠습니다.

그런데 바람에 밀려온 구름이 우리를 따라 오더니 햇빛을 막어버리는게 아니겠습니까? 아니라도 추운데 무심하게 햇빛까지 막아버리고 말이지요.


아이들 중 하나가 햇님을 응원했습니다. "햇님이겨라 이겨라 이겨라 구름 져라 져라 져라"열심히 응원을 하니  구름이 정말로 지나가고 햇님이 나왔습니다. 기뻐서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지요.

물론 구름이 이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럼 또 아이들은 응원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는 작아졌지만 말이예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라면을 먹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은 산을 내려오며 열 번도 넘게 "선생님 라면을 먹을 수 있어요?" 하고  물었습니다. 

추운날, 산에서 먹는 라면 맛

아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하여, 아빠선생님이 먼저 내려가 라면을 끓여놓기로 하였습니다. 아마 라면을 못 먹었다면 아이들은 엄청 실망을 했을 것입니다.


걸음을 서두르고 길을 재촉하여 아슬아슬하게 도착하여 정말로 라면을 먹었습니다. 따뜻한 국물과 꼬불꼬불한 라면을 후~후~ 후루룩 쩜쩜....... 추운날 산에서 먹는 라면 맛은 정말 함께 먹던 사람이 죽어도 모를 기막힌 맛 입니다.
 
등산하는 동안 어른분들을 만나면 아이들에게 칭찬도 많이 해주셨지만, 정상까지 갈 수 있겠냐며 걱정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아마 '저 선생님들 애들 데리고 위험하게 여기까지 오나?'하는 생각도 하셨을 겁니다.

조금 힘든 일도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숨어 있는 능력을 조금씩  깨워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걸어서 바다까지 다녀오고, 팔용산 등산을 거뜬히 해낸 이 아이들은 내년 1월 엔 지리산 노고단에 오릅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기스포츠단 친구들은  매년 1월에 지리산 노고단 등반을 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