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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놀이터가 워터파크로 변신한 사연

놀이에 흠뻑 빠진 아이들

 

얼마 전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바깥놀이를 하였습니다. 이날은 오전 내도록 마음껏 노는 날이었지요. 너무 좋아 입이 귀에 걸린 아이들 신발, 양말까지 다 벗어던지고 옷에 흙이 묻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놀고 있었습니다. 여벌옷도 안챙겨 왔는데 말입니다. 거기에다 수돗가에서 물까지 떠와서는 모래에 섞어가며 열심히 놀고 있었습니다. (좀 놀줄 알지요?ㅋ)어찌나 재미나고 신명나게 노는지 그모습을 봐라보는 저까지 기분이 좋았습니다. 내심 '갈아 입을 옷이 없는데...너무 많이 버리면 안되는데'라는 걱정과 함께 말입니다.

 

놀이터 모래를 파내어 강줄기를 만들고, 배를 띄우고 다리를 만들면서 모래를 다 파버릴거라나요? 서로 힘을 뭉쳐 해내고야 말겠다는 굳은 의지가 대단했습니다. 

 

"선생님! 다음주에는 여벌옷 챙겨와야겠어요. 우리 그렇게 해요?"

"왜?"

"그럼 옷 다버려도 되잖아요"

"우와! 그거 좋은 생각이네! 그래 좋아!"

 

자신들도 갈아 입을 옷이 없다는 것이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여벌옷을 챙겨오자는거 보니 말이지요.  친구들과 "그래그래 좋다"라며 대단한 생각을 해낸 것 마냥 신이 났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어른도 아닌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모으고 자신들의 삶의 계획을 세워간다는 것이 말입니다. 참으로 기특합니다.

 

"선생님! 그럼 우리 워터파크해요!"

"응? 워터파크??"

"네! 워터파크가면 미끄럼틀로 있고 하잖아요! 물뿌리면 우리도 워터파크되잖아요"

 

세상에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해냈을까요? 놀이터를 워터파크로 만들자니요! 그래 생각해보니 워터파크가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놀이터 워터파크 계획은 세워졌고, 그 날만을 기디리고 있었습니다.

 

놀이터 워터파크를 기다리는 아이들

 

그날부터 우리의 기다림은 길고긴 인내였습니다. 하려면 다른날에도 할 수는 있었지만 일주일 뒤에 하기로 하였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도 경험해 보면 좋겠다 싶었지요. 워터파크를 기다리는 아이들, 여기저기 소문도 다내고, 며칠이 남았냐며 늘 체크를 하더라구요. 어찌나 부푼 기대감으로 기다리는지 저까지 설레이는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다림이 그렇게나 길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세상에 하기로한 날 비가오는 것이었습니다. 이럴수가!!

 

다른 수업들이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날은 삼일 뒤였습니다. 어짜피 다 젖을 걸 생각했기에 비가와도 상관이 없겠다 싶다가도 비가오면 기온이 낮아지니 감기에 걸릴까하는 염려 때문에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삼일 뒤가 되었고, 아이들이 가다린 만큼 행복도 두배가 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물을 떠다 나르고 붓고, 흙탕물에서 첨벙첨벙 노는 아이들, 처음 유치원에와서 흙이 손과 몸에 묻는 것이 더럽다고 싫어하던 아이들도 언제 변했는지 흙바닥에 눕고 구르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진정한 워터파크는 물미끄럼틀!

 

그러나 진정한 워터파크는 물미끄럼틀이지요. 어찌 생각을 해냈는지 친구들끼리 힘을 합쳐 미끄럼틀에 물을 붓기 시작하더라구요. 친구가 작은 소꿉놀이 바구니에 물을 떠나가 미끄럼틀에 물을 부으면 또 다른 친구는 "바로 지금이야"라며 냅다 미끄럼틀을 내려갑니다. 그렇게 깔깔 거리며 물미끄럼틀을 만들던 아이들, 세상 어느 워터파크 보다도 재미나지 않았을까요?

 

더 재밌게 해줄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옥상 창고에 있던 기다란 호스가 생각났습니다. 냅다 가서 가져와서는 미끄럼틀에 설치해 물을 틀어줬습니다. 우리 선생님 대단하다 눈빛의 아이들, 덕분에 어깨 한번 으쓱했네요.ㅋ

 

그렇게 우리의 워터파크 놀이는 놀이터 동생반에도 전파 시키며 YMCA유치원 역사에 남을 놀이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 놀이가 쭈욱~ 이어져 나갈겁니다.

 

놀이는 아이들의 삶, 세상에 온 까닭이다.

 

아이들에게 놀이란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입니다. 놀이는 아이들의 삶이며 행복이며 건강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왔다'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닙니다.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놀이를 아이들 삶에서 빼앗아 버린다면 아이들의 삶도 죽어버리게 되겠지요. 죽은 삶, 죽은 교육을 우리가 해서는 안되지 않겠습니까?

어른들은 놀이를 하찮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놀지말고 공부나 해라", "논다고 밥먹여줘? 공부를 잘해야 잘살 수 있어! 공부해! 공부해!" 를 늘 외칩니다. 놀고 있으면 아무것도 안한다고 생각하고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지도 모르게 배운다는 것을요. 놀면서 배운지도 모르게 배우는 것은 머리로 배운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을요. 그렇게 배운 것은 아이들의 몸에 베여 삶으로 나타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딱히 가르치치 않아도 흙과 물이, 꽃과 나무가, 돌멩이와 곤충들 모든 것이 놀잇감이 되고 친구가 됩니다. 하늘을 나는 새가 되고, 우주를 날아다니며, 깊은 바다속도 탐험합니다. 놀이를 만들어 내며 아이들은 세상을 알아갑니다. 창의성 익히고, 친구와 함께 혐력하는 법을 배우고, 사회적 규칙을 알아갑니다. 강자와 약자의 역할을 배우며 나눔을 알게 됩니다. 

 

 이만큼 놀이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특히 유치원 시기까지의 아이들에게는 말입니다. 이시기 만큼은 욕심을 내어서라도 자연에서 뛰어 놀며 놀이에 흠뻑 빠져보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역할이 아닐런지요?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지도 모르게 배울겁니다. 그렇게 멋진삶을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박수치며 말해줄겁니다.

 

"그래 잘한다! 마음껏 놀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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