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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여행기

부모님의 잔소리보다 효과적인 체험

10회 한국YMCA자전거 국토순례 넷째 날 이야기

 

한국YMCA 자전거국토순례는 전국 17개 지역 YMCA 청소년과 지도자 338명이 727일부터 83일까지 목포에서 임진각으로 오로지 자전거만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힘든 체험을 아이들이 한단 말이야? 의문이 드시겠지만 접수 시작 몇 분 만에 마감이 될 정도로 인기가 좋은 프로그램이랍니다. 한마디 말보다도 한 번의 체험이 큰 울림을 주기 때문이겠지요.

 

 

<힘겹게 오르막을 오르는 아이들>

 

727일 전국각지에서 아이들이 목포에 모였고, 그 다음날인 28일부터 라이딩을 시작하여 오늘은 자전거를 탄지 사일 째 되는 날입니다. 오늘은 충청남도 부여군 출발, 충청남도 아산시에 있는 서남대학교 기숙사에 와있습니다. 무려 96.3km로 지금껏 자전거를 탄 날 중에 가장 많은 거리를 달린 날입니다. 첫날부터 지금까지 달린 거리를 모두 합하면 349km입니다. 이제 국토순례도 절반가량 지났네요.

 

인생이 오르막 내리막이지!

 

오늘은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군청소년수련원을 빠져나와 오전시간은 청양군 남양면까지 달렸습니다. 그런데 정말 지금껏 국토순례를 한 날 중 가장 최 고난위도 코스였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산이 많았습니다. 정말 산을 몇 개를 넘었는지요. 말 그대로 오르막 내리막을 무한 반복한 기분이었습니다.

 

자전거로 오르막을 오르려면 천천히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 한발 한발 저어 나아가야합니다. 저 위에 오르막 정상이 눈앞에 보이고, 그 곳에는 언제 닿을지 머나먼 산처럼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렇게 멀게만 보이던 정상이 정말 어느 순간이면 거짓말처럼 도착하고 맙니다. 그때의 성취감과 해냈다는 안도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합니다. 그렇게 열심히 올라 반대로 내리막을 내려가는 순간은 또 짜릿하지요. 바람이 온몸으로 느껴지면서 시원한 에어컨이 남부럽지 않을 정도랍니다.

 

하지만 오늘 오전에는 그 오르막이 많아도 너무 많더군요. 오르막 하나 넘었다 싶어 내리막을 내려오면 오르막이 또 나타나고, 나중에 또또 나타나고 7~8개는 넘은 듯합니다. 아이들 끝내는 ! 오르막 언제 끝날지 포기했다! 언젠가는 끝나겠지!” 하더군요.

 

이렇게 자전거로 산을 넘으며 아이들이 하는 말 인생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거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는 거다. 인생은 그런거지하더군요. 애늙은이 같은 그 말을 듣는데 어찌나 우습 던지요. 박장대소를 하며 웃었지만 한편으로는 참으로 기특했습니다. 그 삶의 이치를 어른들이 말해주지 않아도 깨달았으니 말입니다.

 

<도움받는 아이, 등을 밀어주는 선생님이 많이 고맙겠죠? 이 아이도 나중에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면 좋겠습니다.>

 

 

 

자전거국토순례로 인생을 배우는 아이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어 이런 저런 삶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노하우들을 들려주곤 합니다. “엄마가 해봤는데~ 아빠가 아는데~”라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말씀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경험이 부족하니 그것을 깨달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는 한계가 생깁니다. 그래서 또 우리엄마 잔소리하네! 아빠 잔소리 듣기 싫어!”라며 부모에게서부터 점점 멀어지곤 합니다. ‘다 너네들 잘되라고 하는 말이라 하시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못합니다. 저도 크면서 부모님께 가장 듣기 싫었던 말 중에 하나가 아빠가 다 안다!”라는 말이었지요. 그럴 때면 ~ 아빠 살던 시대가 내랑 같나? 지금은 다르다고~” 였지요. 말하다 보니 딱 저도 지금 자전거국토순례 중인 아이들 같았네요.

 

아무튼 백 마디의 말보다 한번 보는 것이, 직접 몸으로 느껴보는 것이 더욱 효과적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그런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타면서 말입니다. 오르막을 오를 때는 ! 이게 언제 끝나나?” 싶은 힘든 역경이 오다가도 그것을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천천히 가다보면 내리막을 만나 행복을 느끼고 그것을 반복하다보니 오르막도 너무 슬퍼할 필요도 없고, 내리막도 너무 좋아 이성을 잃어버릴 필요 없이 좋아할 만큼만 좋아하면 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 아이들이 인생을 배워가나 봅니다. 부모님들이 잔소리처럼 가르쳐주지 않아도 말입니다. 이런 경험이 삶을 살아가는데 힘든 역경을 만났을 때 이겨나갈 힘을 만들어주겠지요? 저는 그럴 거라 믿습니다.

 

너희들 지금 참 잘하고 있구나!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