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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점심시간, 입 닫고 밥만 먹으라구요?

식사시간, 어떻게 보내시나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화기애애한 대화 속에서 맛있는 반찬도 서로 챙겨주고 또 나눠 먹으며 웃음꽃이 피어나는 즐거운 식사시간이신가요?
 
얼마 전 졸업한 부모님께 들은 이야긴데요. 초등학교에 보냈더니 말도 하지 말고 빨리 밥먹으라 한다고, 아이가 "엄마 참 이상하지?" 하더랍니다. 유치원과 달라 엄마 마음이 씁쓸했다고 아이들이 참 불쌍하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저는 아이들과 식사시간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있습니다. 밥은 즐겁게 먹어야 합니다. 벌 받는 것 마냥, 억지로 먹는 것처럼 되면 맛도 없을거고 먹는 즐거움도 모르겠지요. 그럼 음식에 대한 소중함도 적게 느낄거라 생각합니다. 

점심시간, 아이들의 이야기 꽃은 피어납니다. 둘러 앉아 밥을 먹으니 정말 많은 말들이 쏟아집니다. 아침에 일어 났던 일, 엄마, 아빠 자랑에서 부터 싸움까지, 어제 어디를 갔었으며 무엇을 보았는지, 친구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또 무엇을 싫어하는지, 선생님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한 모든 것들이 쏟아집니다.

"니는 무슨띤데?"
"나는 소띠"
"우리 엄마는 돼지띤데"(누가 물어봤나? ^^*)
"야 니는 무슨띤데?"
"어?? 나는 흰띠"(태권도 띠^^*)

"민우야, 체육실에 니랑 닮은 동생 있다 니동생이가?"
"어?? 동생?"
"어 나 니동생 모르는데 내동생만 아는데 니랑 닮아서 니 동생 같다"
"어 맞다 맞다"
"얼른 밥먹고 가봐 아니면 없어진다" 

"야~~ 오늘 카레 진짜 맛있제에에~~~~"
"응 맛있어서 참을 수가 없다 계속 먹고 싶다"
"YMCA 다니길 잘했다 맞제?ㅋㅋ"

"나 어제 아침에 밥먹다가 똥이 뿌지직 똥쌌닼"
"나도 아침에 똥샀는데"
"야! 너거 밥먹는데 또 얘기 하지마라 밥이 똥같다"
"그래 밥먹을 때는 우리 엄마가 똥얘기 안하는 거랬다"



정말 많은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 몇개만 적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반찬에 대한 이야기, 언제 먹어 봤으며, 어디에 좋은지 엄마가 말해 줬다며 아는 이야기들도 쏟아집니다. 반찬이야기가 나오고 누군가가 잘 먹고 또 칭찬을 하게 되면 너도나도 잘먹으려 합니다. 칭찬의 힘입니다.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유를 주되 자유속에서도 지켜야 할 규칙은 있습니다. 돌아다니며 먹지 않기, 한시간 안에 먹기입니다. 천천히 꼭꼭(침을 많이 섞어) 씹어 먹어야 하지만 한시간이 넘어가면 밥이 굳어져 맛이 없어지니까요.

음식은 먹고 싶은 만큼 먹습니다. 그렇다고 욕심을 부려 많이 가져 갈 수는 없습니다. 먹고 모자라면 먹을 수 있을 만큼 아이들이 더 가지고 갑니다. 생명이 깃든 음식을 남겨서는 안되니까요.



밥은 받을 때부터 양을 물어보고, 적게 달라하면 조금 빼주고, 많이 달라 하면 많이 줍니다. 그런데 먹다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밥이 많을 때가 있지요. 그럼 덜어주거나 보통 제가 먹어줍니다. 손댔다고 덜을 수도 없고, 버리는 모습을 보여선 안되니까요. (그래서 제가 통통한가 봅니다.ㅋ)


그리고 실수로 음식을 흘리면 손으로 줍기 힘든 것을 제외하고는 손으로 줏어야 합니다. 환경을 생각해 휴지보다는 걸레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입니다. 말로만 환경을 지키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지요. 아이들은 교사의 말보다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배운다고 하잖아요.

물론 친구랑 장난에 푹 빠져 시간이 늦어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몇 번 말을 해도 안듣고 욱! 올라 올때도 있지요. 그런 아이들 때문에 모든 아이들이 말도 못하고 밥을 먹게 할 수는 없겠지요.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가면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해야한다고, 선생님은 무섭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부모님 중에도 그렇게 겁주는 분들이 있죠) 꼭 행복은 끝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두려운 마음에서 하는 이야길 수도 있고, 어디선가 들은 이야길 수도 있지요.

학교가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