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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 이야기

케냐친구에게 초대장보내기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반 지순이가 저에게 다가와 아주 작은 쪽기를 건냅는 겁니다. 꼬깃꼬깃 접어 엄지 손톱만한 쪽지였지요. 무엇인지 물어보았습니다.

"이거 뭐야?"
"초대장이요"
"초대장? 무슨 초대장?"
"운동회 초대장이요, 이거 아디오니한테 보내줘요"
"아~운동회 초대장~ 이걸? 아디오니한테 보내자고?"
"네~!! 저기 저금통에 넣으면 아디오니한테 가잖아요 10월 3일 맞죠?"(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어 맞어"
"여기에 적었어요, 합포초등학교라고도 썼어요"
"잘했네~^^; 하하하"
"이거 여기에 넣을까요?(저금통에)"
"어^^; 그래"


해맑은 지순이의 표정을 보니 참 당혹스럽데요. 저금통에 넣는다고 가는게 아니고, 또 그렇다고 아디오니가 운동회에 올 수가 없는데 안된다는 말이 안 떨어지더라구요. 아참! 아디오니가 누구냐구요?

                                                            (왼쪽에 있는 아이가 지순입니다^^)

아디오니는 밥 한 숟갈 나눔으로 월드비젼을 통해 저희 유치원에서 후훤하고 있는 케냐의 여자아이입니다. 식사시간, 맛난 음식을 혼자만 먹는 것이 아닌 옆에 있는 사람들과 또한 어려운 이웃들과 욕심내지 않고 갈라먹자는 의미로 선분식과 선헌식을 하고 있습니다.

선헌식으로 밥 한 숟가락의 양의 동전을 저금통에 모으고 있는거지요. 그렇게 반마다 모은 돈으로 한 달에 한번 2만원씩 아디오니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3년 전부터 하고 있는데 그때는 아디오니가 8살이었으니 이제 10살입니다. 따지고 보면 아디오니언니라 해야하는데 아이들에게는 사진 속 8살 모습 그대로 먼나라에 사는 피부색이 다른 친구입니다.

그런 아이오니에게 지순이가 운동회 초대장을 보내자는 겁니다. 운동회를 기다리는 지순이의 마음이 또 기대하는 마음이 아디오니를 초대하고 싶은 만큼 컸던 거겠죠. 마음이 어찌나 이쁘던지 참으로 예뻐보여 잘했다 칭찬해주었습니다.

정말 아디오니가 와 준다면 아이들에게도 아디오니에게도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되겠지만 그럴 수 없음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디오니를 초대하고 싶은 만큼 운동회를 생각하고 있다니 저 또한 기분이 좋아지고 운동회가 기대가 됩니다. 이렇게 기대하고 있는 아이들인데 부모님들이 빠지시지 말고 와주셔야 할텐데 걱정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