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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유치원샘이 성격 더 더럽다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알게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성향은 모두 달라 반응은 저마다 다르지만 저는 예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첫만남에 예의 없는 말투와 행동은 첫인상에 굉장히 크게 좌우합니다. 아마 저만 그럴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러리라 생각드네요.

제가 유치원선생인지라 처음 사람을 만나면 보통 반응은 두가지 입니다.

 
▲첫째 "나라면 아이들 보기 힘들텐데 그걸 직업으로 하시는 거예요? 정말 아이들을 사랑하시나봐요. 대단하세요"

▲둘째, "유치원 선생님이 성격 더 더럽다던데, 또 박봉이잖아요. 할만해요?" 

긍정적 반응과 부정적 반응이라 하겠습니다. 그런데 꼭 첫 만남에서 부정적인 말인 유"치원샘이 성격 더 더럽다던데"와 돈을 작게 주는 하찮은 직업이라는 느낌의 말인 "박봉이잖아요" (제 느낌이 그렇다는 겁니다)를 말해야 하는지 참 의문입니다.

보통 그런 사람들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습관에 베여 있거나, 또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이겠지요. 친한 사이가 아니면서 첫 만남에서 그런 말은 참 예의 없는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그려 준 제 모습입니다. 성경이 더러워 보이는가요? ㅋ>

어떤 직업이든 성격이 좋은 사람이 있고, 성격이 별로인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직업을 가진 사람을 만났던 자신의 경험에 의해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의사 만나봤는데 좀 배웠다고 사람 무시하더라 의사들은 별로야"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자신의 작은 경험으로 그 직업을 가진 모든 사람들을 매도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직업마다의 특성이 있긴 합니다. 그럼 사람들이 "유치원샘이 성격 더 더럽다던데"라는 말은 조금 일리가 있긴 하겠지요. 하지만 유치원 선생님들의 환경을 잘 모르고 하시는 말씀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늘은 사립유치원샘들 근무 환경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유치원샘은 이렇게 일한다.

출근 시간은 유치원 마다 다르겠지만 보통 8시 입니다. 버스로 아이들을 태워와 집에 갈 때까지 수업을 합니다. 보통 오후 2시~3시 까지는 선생님이 수업을 합니다. 

요즘 유치원에서는 가르치는 것이 굉장히 많습니다. 여러 학습지에 영어공부, 한자공부, 심한 곳은 구구단까지 초등학교에 가서 배워야 할 것들을 미리 조기교육합니다. 물론 아닌 곳도 있지만 보통 사립유치원이라면 그렇습니다. 

진도에 맞추어 오늘까지 해야 할 과제들이 많기에 아이들도 힘들고 선생님도 힘듭니다. 점심시간도 짧습니다. 얼른 먹고 공부해야 하니까요. 선생님도 마음이 여유가가 없고 시간에 쫒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다그칠 수 밖에 없습니다. 빨리 움직여주지 않는 아이들이 미워질 수 밖에 없겠지요.

그렇게 하루 수업을 마치고 또 특활 활동이라고 해서, 미술, 과학, 학습지, 블럭, 바이올린, 가베, 하바등 종일반 수업이 이루어 집니다. 외부강사가 있는 수업도 있고, 없는 수업도 있습니다. 또 큰 유치원이라면 종일반 선생님도 따로 있습니만 대부분 없는 경우가 많아 선생님들이 역할을 나누어 맡아야 합니다.
 
종일반 수업은 보통 5시 반에 마칩니다. 그럼 또 차량 지도를 하면서 아이들을 집까지 태워다 줘야 합니다. 선생님들이 업무를 마치는 시간은 보통 6시에서 7시 입니다.  선생님들은 퇴근하기 전까지 내일 수업 준비를 미리 해두어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계획안을 준비 해야하고, 안내문도 작성해야하고, 회의도 해야합니다. 행사가 있는 날에는 밤 늦게까지 일을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보다 부모들이 좋아하는 것을 늘 고민하는 유치원은 환경을 이쁘게 꾸미고, 오리고 붙이고, 선생님이 할 일이 더욱 많습니다. 선생님들끼리 남아 무언가를 만든다고 밤늦게 일을 마치는 경우가 많아 집니다. 물론 선생님들 끼리 역할을 나누어 일 하지만 사립유치원샘은 정말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은 많이 하는데 월급이 적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처우가 좋아진 편이지만 다른 교사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요. 그래서 더 신경질적인 경우가 있겠습니다. 월급은 작은데 일은 많이 시키고 말이지요. 

공립 유치원 선생님은 차량운행 지도도 안 하고, 수업도 한 시에 마칩니다. 차량선생님이 따로 있고 하물며 간식선생님까지 있다고 합니다. 종일반 교사도 따로 있어 아이들이 종일반 수업을 마칠 때까지 담임은 다음 날 수업 준비를 하고 여유롭습니다. 다섯시에 퇴근을 하고 공무원이기에 처우 또한 좋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 어려운 임용시험을 거쳐 공립유치원샘이 되었으니 당연한거 아니냐'고 말씀하신다면, "너는 가난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가난한 거 당연해 부모 잘 못 만난 니 책임이야" 라는 무책임한 말과 같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적인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사회적 인식의 차이가 굉장합니다. 유럽 유치원선생님들은 아이가 처음 만나는 선생님이기에 사회적 인지도가 의사, 교수 보다도 더 높다고 합니다. 그것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저 밑바닥 수준입니다. 그렇기에 첫 만남에서 위와 같은 말을 하는 분들이 있겠지요.

                                                           <아이들과 찍은 사진올려봅니다.>

사람들이 유치원 샘이 성격 더 더럽다던데 말하는 이유

물론 제가 말한 것과는 다른 유치원도 많습니다. 선생님을 배려하고, 지시하기 보다는 서로 토론을 즐기고, 아이들에게 좋을 것은 무엇일까 고민하고, 선생님도 즐겁게 유치원 생활을 할 수 있는 곳 말입니다. 

사람들은 유치원샘이라고 하면 아이들을 사랑하고, 착하게 말하고, 애교 많고, 여리고 사랑스러운 사람일 것이라는 기대치가 있습니다. 그런 기대치 때문에 더 실망스럽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요?

힘든 환경에서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가족이나 지인에게 풀 때도 있을 테고 불만들이 쏟아져 나올 때도 있을테니,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말입니다.

어쩌면 그런 말들과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유치원선생님들이 보람이 줄고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직업이든 힘든 곳과 힘들지 않은 곳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보통 사립유치원 선생님들의 일하는 환경을 조금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을 올립니다. 

마음이 따뜻하고 좋으신 선생님들이 얼마나 많다구요. 꼭 유치원만 아니고 초등학교에도 중학교, 고등학교에도 좋은 선생님과 그렇지 않은 선생님이 있잖아요. 유치원 선생님도 색안경을 끼지 않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