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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선생님을 쌤이라 부르면 왜 안돼?

얼마 전 입학 상담을 하는데 저희 유치원에 대해 미리 많은 정보를 수집해 오신 부모님이 계셨습니다. 이런 부모님 정말 좋습니다. 궁금한 점을 미리 생각해 오셔서 질문하시니 저도 말이 술술 나오고, 즐겁게 상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 우리 유치원에 대해 밖에서는 이렇게들 생각하시는 구나' 생각이 들어 흥미로웠죠. 저희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시는 부모님들께서는 좋은 말씀만 하시니 이런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잘 없거든요.


그 질문 중 하나, "YMCA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은 선생님께 반말을 한다는데 이 것이 정말인지,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였습니다. 정말 아이들이 선생님께 반말을 해대며 버릇 없이, 예의 없게 행동하는지 궁금하셨겠지요. 거기에다 선생님들은 정말 그걸 놔두는지 예절 교육은 안 시키는지 말입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약간은 과장된 부분이 있다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선생님께 반말을 하지는 않거든요. 아이들도 눈치는 있습니다. 수업 중이거나 특히 선생님이 화난 상황에서는 절대 반말하지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 하겠지요. 또 무서워하거나 마음을  열지 않은 선생님께 절대 반말이 나올리 없습니다. 저희도 예절교육은 합니다.


아이들이 정말 반말을 할 때는 선생님이 친구처럼 좋을 때, 선생님을 엄마 처럼 대하고 싶을 때, 어리광을 피우고 싶을 때 일 것입니다.

아이가  "선생님~나 어제 영화 봤다"라며 이야기하는데, 선생님이 "봤어요 해야지~" 라며 아이의 말을 자르면  이야기할 맛이 날까요?

이럴 때는 "정말? 뭐봤어?" 라며 받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반말하는 정도는 요정도로 정말 미약한 부분입니다.


선생님이라 안 부르고 쌤~이라고 부르는 아이들


아이들이 선생님께 반말한다고 하는 것은 아마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고 "쌤~"이라 부르는 것 때문에 소문이 커져 "반말을 한다더라"로 된 것 같았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저희 유치원에 들어온 신입 아이들도  처음엔
깍듯이 선생님이라 부르다가도 조금만 지내다 보면  "은미쌤~", "바다쌤~"합니다. 선생님들 이름을 넣어 쌤을 붙이기도 하고, 반이름을 붙여 부르기도 합니다. 하물며 원장선생님께도 "아빠쌤~"합니다.

그래서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꽤 오래 전에 있었던 일인데요. 아빠가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데 엄마와 아이가 아빠를 마중하러 공항에 갔었답니다. 아빠 회사 사람들도 많았구요. 그런데 아빠쌤을 만난 겁니다.

아이가 의외의 장소에서 아빠샘을 만나니 반가운 마음에 "아빠샘~"이라고 하지 않고, "아빠, 아빠" 하며 원장 선생님께 달려가는데 엄마가 참 난감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쨌든 저희는 "쌤~"이라 부르는 아이들을 야단치지 않습니다. 그것을 반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이 우리에게 마음을 열었구나 생각을 합니다. "은미쌤~" 이라고 부르는 말 속에는 아이들의 많은 감정이 내포 되어 있습니다.

선생님이 친구 같은 마음, 친하고 싶은 마음, 친함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 좋은 마음, 재미 있는 마음, 엄마 같은 마음, 아빠 같은 마음의 긍정적인 마음일 것입니다. 선생님이 두렵지 않은 존재인 것이지요. 저희는 아이들이 마음을 열어 준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낄 뿐입니다.

"쌤"이라고 부른다고 선생님의 존재가 없어지지 않는다.

쌤이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선생님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존재가 그 권위(?)가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아니 권위로 아이들을 억누르기 보다 동등한 입장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대안학교에서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고 선생님을 별명으로 부르는 것에는 선생님의 마음에서 또한 그런 권위 의식을 버렸기 때문이겠지요.

선생님이라고 해서 가르치려고만 들고, 어른 대접을 받으려고만 든다면 아이들은 마음을 열어 주지 않을 겁니다. 그런 선생님보다는 "쌤~"이라고 친근하게 부를 수 있는 선생님을 아이들은 더 많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것은 그것이 습관이 되어 초등학교에 가서도 선생님께 쌤이라고 불러 찍힐까봐, 상황에 맞지 않게 굴까봐 그게 걱정일 것입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 가서 그렇게 두려움을 심어주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일곱살 아이를 둔 학부모님들은 늘 "초등학교에 가면?"을 걱정하십니다. 그래서 그 전부터  초등학교에 맞는 습과을 몸에 익혀 두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경향이 많습니다. "초등학교에 가면 이렇게 하면 안돼"하는 말로 아이들을 협박(?)하시는 경우가 많으시거든요.

아이들은 그 것 때문에 초등학교에 대한 불안감과 부담감이 더욱 커지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아이들도 몇 번만 겪어 보면 판단을 합니다. 상황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가끔 아이들을 너무 과소평가하시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전 언제나 아이들에게 그냥 '선생님'이기 보다 '은미쌤'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