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유치원 아이들은 선생님을 부를 때 “선생님”이라고 부르기보다 “엄마”, “아빠”라고 더 많이 부릅니다. “은미엄마~”라며 이름을 넣어 부르기도 하구요.
물론 엄마나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부터는 모두 반말입니다. ‘엄마’라고 부르듯이 정말 엄마에게 말하는 것처럼 아주 다정다감하게, 사랑스러운 어리광쟁이처럼 말합니다. 뿐만 아이라 혀까지 짧아집니다.
“엄마~나 어제 요기 다처쪄”
“오디? 요기? 음~아파께땅~엄마가 호해주까?"
“응”
“호오~얼른나아라~”
아이들이 엄마라고 불러 줄때는 대화가 대부분 이렇습니다. 옆에서 보면 ‘어우~닭살이야~’ 이럴지도 모르지요. ‘아빠’선생님께도 마찬가지구요. 참! 저희 유치원에는 남자선생님이 두 분이나 계시거든요. 원장님 포함이요.
뭐 여자아이들만 그렇게 하겠지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여자아이들이 엄마라 더 많이 부르긴 하지만 남자아이들 또한 그렇게 불러줍니다. 옆반 아이는 '이모'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어쨌든 엄마라고 부르기에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한번은 어느 학부모님이 아침에 유치원에 아이를 데려다 주시는데 열매반선생님이 맞이해 주시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열매반 한아이가 달려오며 “엄마~”라며 선생님께 안겼던 겁니다.
선생님 나이는 20대 중반, 아이는 일곱 살! 당황하신 학부모님 아주 의아한 눈빛과 동시에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손으로 아이를 가리켰죠. “딸?!” 더 당황한 선생님 “아뇨~!그냥 그렇게 자주 불러요”, "그쵸~설마했어요~호호호호" 그랬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또 한번은 엄마랑 캠프를 가서 진짜 엄마들이 왔는데도, 은미엄마라며 계속 말을 걸고 안기는 겁니다. 진짜 엄마가 옆에 계시는데, 엄마라 불러주니 참 난감하기도 하더군요. "그래그래"라며 받아줬긴 했지만 정말 표정 관리가 잘 안되더라구요.
뭐 에피소드가 그뿐이겠습니까? 시집도 안간 선생님보고 아기를 낳아달라고 하지를 않나~ 아빠선생님이랑 언제 결혼했냐는 둥, 엄마 찌찌 먹고 싶다는 둥, 또 그런 말을 유치원 안에 있는 사람들이 아닌 다른 사람들 앞에서 할 때면 낯 뜨거울 때도 많았지요.
그런데 처음부터 아이들이 엄마라고 부른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섭고, 권위적인 선생이 되기 싫어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다 보니 선생님께 말을 낮추어할 때가 많았지요. 또 ‘유치원에오면 선생님이 엄마가 되어서 너희들을 지켜주는 거야 집에서는 엄마가 엄마고, 유치원에서는 샘이 엄마야’ 그랬더니 그때부터 대부분의 아이들이 샘을 엄마라고 부르게 되었던 겁니다.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버릇없어 지는 거 아니냐고요? 저는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이들은 예의를 지켜야할 부분에서는 지키거든요. 자신이 좋아하는 선생님께 나쁜행동을 하기보다 더욱 좋아주려 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렇게 아이들과 엄마, 딸, 아들하며 더욱 큰 것을 얻었거든요.
엄마처럼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선생님
엄마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있을까요? 엄마는 존재만으로도 따뜻함이고, 평안함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 것 같은 그런 수호신이 아닐런지요. 어쩌면 ‘엄마’라는 호칭으로 인해 저희 선생님들이 덕을 보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물론, 진짜엄마와 같은 존재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아이들과 부르며 자연스레 스킨쉽이 많아져, 사랑의 표현들을, 고마움의 표현들을 자주하게 되고, 더욱 더 친해지게 되더라구요. 기본자세가 안기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니 말입니다. 어찌 친해지지 않을 수 있고, 좋아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이 두렵지 않고, 다가가기 힘든 대상이 아닌 엄마처럼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런 선생님이 되는 것이지요.
뭐 예전에도 아이가 속상한 마음을 털어 놓기도 하고, 기쁜 일을 전해주기도하고하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자는 편이지만 왠지 엄마가 되고 나니 마음이 좀 더 다르더라구요. 음...그 뭐라 표현해야할지... 어쨌든, 무척 기분 좋고, 행복합니다.
'시집을 안가봐서, 또 애를 안 낳아봐서 선생님은 모르실거예요~'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어찌 진짜로 아이를 낳아본 엄마와 같겠습니까? 엄마는 그냥 부를 때가 아닌 친정엄마가 되어 보아야 이해할 수 있다는데 저는 언제 그렇게 될런지 모르겠네요. ㅋㅋ 김제동 같은 멋진 사람이 나타난다면 모를까요~ 어쨌든 저도 유치원에서는 엄맙니다. 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