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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눈썰매장보다 재미난 비료포대썰매

얼마 전 아이들과 졸업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해 도전 정신과 독립심을 키워주고자 매년 지리산 노고단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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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캠프를 가면 눈이 많이 와도 걱정, 안 와도 걱정입니다. 계절이 겨울인 만큼 아이들은 눈을 기대합니다. 눈싸움, 눈썰매 눈이 있는 것 만으로도 마냥 신나게 놉니다. 그렇기에 눈이 안오면 조금은 실망스럽지요.

눈이 많이 오면 계획했던 일들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폭설로 인해 노고단을 오르지 못했습니다. 성삼재까지 차로 올라가야하는데 통제 되었으니 말이지요.

그래서 이번 캠프는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묵는 숙소는 지리산 벽소령 아래 위치한 의신마을 입니다. 아이들과 기차타고 버스타며 찾아가는데 의신마을까지 버스가 못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같이 가는 봉고차로 아이들을 태워와야 했지요. 그런데 가는 길 다행이 눈이 많이 녹아 버스기사님이 태워주시기도 하셨습니다.

또 다음날에는 가지고 간 봉고차가  고장이나 견인차를 불러 읍내 카센타까지 고치러 다녀오기도 했지요.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꼭 이런날 고장이 납니다. 

노고단을 오르지 못해 아이들과 의신마을 뒷쪽 등산길인 벽소령을 올랐습니다. 어른 걸음으로 벽소령 꼭대기까지 가려면 다섯시간 정도 걸리기에 끝까지 가지는 못하고 한시간 가량 걷고 내려왔습니다. 

우리 준비물은 비료포대 입니다. 내려오는 길에 타고 내려와야 하니까요. 비료포대 썰매 타보셨나요? 말이 필요없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굉장히 재밌습니다.

전날 비료포대로 눈이 쌓인 오르막길에서 신나게 탔던 아이들이기에 아이들은 기대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많이 오르면 그만큼 길게 썰매를 탈 수 있으니 말이죠.


신명 난 아이들은 내려가면서 탈 곳이 많은데도 타고 다시 오르고 타고를 반복합니다. 보통 내려오는 시간이 더 적게 걸려야 하는데 썰매를 타다 보니 비슷하게 걸리던군요.

요즘은 장난감이 넘쳐납니다. 형제가 없는 아이들도 많죠. 그래서 사람보다는 장난감, 기계와 친한 아이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활하는 아이들은 친구가 있어도 잘 놀지 못합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또 이런 혼자놀이로는 신명나게 놀기가 힘이 들지요. 창의적이지도 못합니다. 자동차 장난감으로는 자동차 놀이 병원놀이장난감은 병원놀이, 게임은 기계와 나, 이렇게 되니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에서 찾은 놀이감은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놀이를 만들어 냅니다. 나뭇가지가 돌맹이가 자동차도 되고 비행기도 되고, 소꿉놀이도 할 수 있습니다. 친구와 함께 하지 않으면 재미나지 않기에 자연적으로 친구와 함께하게 됩니다.

비료포대 썰매 혼자타면 재미있었을까요? 친구들과 교사가 함께 였기에 아이들이 더욱 신명나게 탈 수 있었을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 비료포대 썰매 타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