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주 이야기

남자는 군대, 여자는 애 낳아서 좋겠다고?

점심 시간, 밥먹는데 아이들끼리 연평도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러면서 군인아저씨가 죽었다는 말과 함께 군대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남자는 군대, 여자는 애 낳음에 공평성을 따지는 아이들

"우리도 군대 가야 된다"
"안가도 된다"
"아니다~ 군대는 꼭 가야되는 거다"
"민구야(가명, 반에서 똑똑한 아이로 통하는) 남자는 군대 다~가는 거 맞제?"
"군대? 한국에 태어나면 남자는 군대 다 가야되는데 안 가는 사람도 있다"
"맞다! 아픈사람은 안 간다"

"여자는 좋겠다 군대 안 가도 되서.."
"근데 여자도 군대 갈 수 있다. 자기가 가고 싶다 하면 간다~"
"그래도 여자는 꼭 군대 안가도 된다이가~"
"야! 여자라고 좋은 것만 아니거든 애 낳아야 되거든~"
"맞다! 여자는 애 낳아야 되니까 여자도 안 좋은거 있다"
"맞다 맞다(고개 끄덕이며 모두 공감)"
"애 낳을 때 진짜 아프다더라"
"애는 잘 때 눈 꼭 감고, 힘 번 꽉! 주면 낳는다(두손 불끈 쥐고 힘주는 시늉)"
"여자라고 다 애 낳는거는 아이다 안 낳을 수도 있다"
"그래, 결혼 안하면 안 낳는다"
"아니거든, 결혼 안해도 낳을 수는 있거든"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아이들 몇 명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어찌나 우습던지요. 특히 애 낳은 시늉을 하는데 빵~터졌습니다.

(남자로 태어난 아이들, 이녀석들도 나중엔 군대에 가겠지요?)

일곱살 아이들이 벌써 부터 이런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연평도사태를 바라보면서 군인이 되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며 아이들도 걱정이 되었나 봅니다.

남자는 왜 여자보다 불공평한지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답을 찾으려고 하더군요. 아이들끼리도 토론이 되는 것을 보며 참 잘 자랐구나 생각이 들어 뿌듯했지요.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일곱살 때부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 마음이 쓰렸습니다. 분단 국가가 아니라면, 군대가 의무적인 것이 아니라면 이런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지 말입니다.

어릴 적 부터 남자라서 군대에 가야 하는 것을 걱정해야 하고, 참 슬픈 현실입니다. 마음 아픈 나라에 우리가 살고 있네요.

아이를 낳으면 아프다는 것을 말하며, 부모가 자신을 낳아주심에 감사한 마음이 들겠지만 군대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천안함에서 부터 연평도 사건을 바라보며 이 나라에 남자로 태어난 이들의 아픔이 절실히 느껴집니다.

이 나라에 태어난 남자라면 군대 꼭 가야되는 것이지만 군대 안가려고 아둥바둥 하는 이들 '얼마나 군대 가기 싫으면 그럴까? 내자식 낳아도 보내기 싫을텐데' 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 아이들을 크면 어찌 군대에 보낼지 걱정이 되네요.


오늘 12월 14일 교육과학기술부 블로그 '아이디어 팩토리'에 글이 실립니다.
http://if-blog.tistory.com/929- 품안의 자식, 날개를 펴지 못하게 하는 부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