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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아이들 가르치며 감격의 눈물 흘렸던 사연

저희 유치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일주일에 한 번 수영장을 갑니다. 물에서 실컷 놀기도 하고 영법도 배우지요. 왜 아이들을 수영장에 데리고 가냐구요? 수영장에 가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초운동능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마다 다른 활동으로 체육 수업을 하는데요. 실외에서의 움직임과는 다른 물속에서 움직임을 익혀 안쓰는 근육도 쓰게 하고 또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아이들의 발달을 돕기 위함입니다.  


어릴 적 동네 앞 도랑가에서 수영을 배웠던 나

저는 어릴 적 시골인 큰집 도랑가에서 수영을 배웠습니다. 큰집에서 5년 정도 살았거든요. 동네 친구들과 물장구 치고, 가제 잡고, 다슬기 주우면서 물과 하나된 듯 정말 신나게 놀았습니다. 여름이면 매일을 또랑에서 그렇게 놀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참 행복하고, 마음이 따뜻해 지는 추억입니다. 이런 추억이 있다는 게 참으로 감사하네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꿈도 못꾸는 환경이지요.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또랑에 놀면서 영법은 모르지만 잠수하는 법과 물에 뜨는 법을 자연스레 익히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제가 배영을 할 줄 알더라구요. 얼마나 신기하던지요. 아이들의 물놀이도 이렇게 자연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게 아냐, 즐겁게 하는 게 중요한 거야!

수영은 잘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물을 두려워 하지 않고 신나게 자신과 물이 하나가 된 듯, 그렇게 신명나게 놀 줄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제가 놀았던 것 처럼 수영장에서 그렇게 놀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그렇지 않지요. 아이들이 제 마음대로만 성장해간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겠습니까? 제가 필요하지도 않을 겁니다. 

어쨌든 학기 초가 되면 아이들과의 실랑이를 하곤 합니다. 물이 무서워 수영장에 가기 싫어 하는 아이 몇 명을 '가볼까?'라는 마음이 들게 만들어야 하거든요.

"수영은 잘하고 못하고가 중요한게 아냐~내가 신나게 노는게 중요한거야~
재미가 없고 무섭기만 하면 얼마나 싫겠어~ 그런데 싫다싫다 생각하면 계속 싫어지기만 해~
뭐든지 새로운걸 하려고 하면 싫다 생각만 나게 되~ 그러니까 좋을거야 생각해봐
그리고 물은 친구랑 같아, 한번 가고 두번 가고 세번 가다 보면 물이 좋아지는 거야~
그런데 가보지도 않고, 놀아보지도 않고 무섭다고 도망만 다니는 건 겁쟁이야
너희에게 용기를 줄께! 선생님은 절대로 너희들을 물에 빠지게 하지 않아 
그러니까 걱정 말고 신나게 놀지만 하면 되는거야"

"절대로 놓지 마세요! 나 꼭 잡으세요!"

저희 반에 학기 초 수영장에 가는 것을 굉장히 무서워 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이름도 손수영 입니다. 수영이가 수영을 싫어하는 겁니다. (이건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대견한 일이니 실명으로 하겠습니다.) 이름 값을 좀 못하죠? ^^


수영장에 처음 간 날, 수영이는 물에 발조차 담그려 하지 않았습니다. "걱정마 선생님이 꼭! 잡아 줄께 절대로 안놔~" 라며 말해도 몸은 저~ 뒤에 가 있고 발만 꼼지락 꼼지락 애벌레 기어가듯 물에 다가 오더니 "아앙~ 싫어요 싫어 살려주세요"하며 우는 겁니다.

깊은 물도 아니고 유아풀장인데, 내가 잡아 준다 그래도 물에 절대로 들어오지 않으려 하더군요. 원래 수영이의 모습을 아신다면 "수영이가 정말?!!" 하고 놀래실 거예요. 엄청 활발하고 개구장이거든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싫어하는 아인데 시키지 말까?' 싶다가도 이렇게 처음부터 도망치면 안된다 싶어 꾸준히 노력하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수영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어찌나 귀엽던지요. 무섭지만 나를 의지해 도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사랑스러웠습니다. 간시히 꼬시고 꼬셔 물 속에 아주 잠시 들어 오기는 성공했었습니다. 

언제나 "선생님! 꼭 잡으세요 놓으면 안되요"를 말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수영장에 올 수록 아이의 실력은 거북이 걸음마 하듯 나아졌지요.

내가 꼭 안고 수영장 한바퀴 돌고, 그 다음엔 두바퀴 돌고, 나중엔 열바퀴를 돌았지요. 또 나중에 몸만 잡아주고 양팔을 벌리고 걷고, 나중에는 손만 잡아 주고, 또 킥판을 잡아주는 식으로 점점 더 나아졌습니다.


얼마나 많은 칭찬을 해주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잘한단 말이야? 오늘 완전 멋있어~ 선생님 뽕~반했어!"라면서요. 그럴 때 마다 수영이는 조금 무섭기는 하지만 좋아서 웃음은 나오고, 얼굴에 두 가지 표정이 나오더군요. 상상이 가시나요?

기다림의 성공! 드디어 해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제가 없으면 안되던 아이였는데 세상에 자기 혼자 물속으로 들어오는 겁니다. 거기에다 킥판까지 잡고 말입니다. 그리곤 나보고 자기를 잡아라면서 물에 뜨더군요. 울고 불고 하던 아이 수영이가 말입니다!

정말 예뻐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아기가 첫걸음마 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감격 스럽다던데 꼭 그런 기분이 이런 기분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너무나 기뻤습니다. 너무나 감격스러워 눈물이 날 것만 같았지요.

수영이가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습니다.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며 보이는 선생님들 마다 '우리 수영이가 킥판을 잡고 물에 떳노라' 자랑을 하고 다녔습니다. 이렇게 선생인 내가 좋아하는데 아이 자신은 어땠겠습니까? 세상을 다 가진 기분 아니었을까요?

저번 주에는 수영이가 물 속에 들어와 친구들과 놀더라구요. 제가 옆에 없었는데도 말입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아이들의 발달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어 가다 어느 순간이 되면 산 하나를 뛰어 넘 듯 눈에 뛰게 발달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 기쁜날, 수영이 부모님께도 전화 드려 너무나 감격스러웠노라 말씀을 드렸지요. 그렇게 우리반 수영이는 하나의 도전을 해냈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다릅니다. 이렇게 가다가도 다시 힘들어 할 수도 있고, 잘 하던 아이가 또 힘들어 지기도 합니다. 그게 인생 아니겠습니까? ^^ 그럼 성공했던 경험으로 다시 도전하면 되지요. 언제나 아이들 옆에서 든든한 수호천사가 되어 아이들을 지켜주어야 겠습니다. 아이들의 수호천사 이거 괜찮은데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