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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세상.

목욕탕 냉탕 놀이의 최고수를 만나다!

얼마 전 엄청나게 재미난 동화책을 발견했습니다. 친구선생님의 추천으로 알게된 '장수탕 선녀님'이란 책은 제 마음을 너무나도 따뜻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지요. 읽고 읽고 또 읽어도 재밌어서 웃음이 나고, 꼭 어린 시절 엄마 따라 목욕탕 다니던 개구장이 저로 돌아가 추억 여행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장수탕 선녀님의 팬이 되어 동화책을 끼고 다니며 유치원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동료선생님들과 친구들, 가족들에게 읽어보라며 권했습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은 더 큰 재미였지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이 행복감을 느끼고 싶어 동화책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장수탕 선녀님'은 '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작가의 신작동화입니다. TV에서 구름빵이라는 만화를 보면서 종이로 참 기발하게 만들었다 생각했었는데 이번 동화에서도 그냥 그림책이 아닙니다. 점토인형들을 이용해 실제 목욕탕에서 사진으로 찍어 사실감 있게 보여줍니다. (목욕탕 냉탕 벽에 그려진 폭포수 벽화는 정말 짱입니다!)

 

점토인형들의 모습은 동화책에 더욱 생기를 불어 넣어줍니다. 점토 인형들의 엽기적인 표정과 사실적인 몸매(?) 모습들은 반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

 

백희나 작가는 자신의 어린시절 목욕탕에서 놀던 기억을 떠올리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어떤 추억을 머금고 사는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끼게 해주더군요. 아이쿠!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럼 동화 속으로 빠져보실까요? 

 

낡고 오래된 동네 목욕탕 '장수탕'에 간 덕지

 

덕지는 오늘도 어김없이 엄마 손에 기끌려 동네 목욕탕으로 갑니다. 큰길가에는 새로 생긴 스파랜드에는 불가마도 있고, 얼음방에 게임방도 있다는데 덕지 엄마는 늘 동네에 아주 오래된 '장수탕'에 갑니다.

 

덕지는 목욕탕 가는 것이 무진장 싫지만 딱 좋은 한가지! 울지 않고 때를 밀면 엄마가 요쿠르트를 하나 사주신다는 겁니다. 그리고 하나 더 목욕탕의 놀이터 냉탕이 있기 때문이지요.

 

엄마가 '감기 걸려도 모른다!' 잔소리를 하셔도 덕지는 냉탕에서 혼자서도 신나게 놉니다. 풍덩풍덩 발 딛고 개헤엄치기, 어푸어푸 국가대표 덕지 선수 금매달, 꾸르르 으악, 배가 침몰한다 등등 물놀이에 푹 빠져 있는 그 때! 이상한 할머니가 나타납니다.

 

갑자기 나타난 할머니는 자신이 선녀라고 합니다. 산속에 사는 선녀였는데 날개옷을 잃어버려 여태 목욕탕에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선녀와 나무꾼'이야기를 들여주시지요. 덕지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끝까지 들어 드립니다.

 

냉탕 물놀이의 신세계를 알게되다!

 

선녀할머니는 냉탕에서 노는 법을 정말 많이 알고 계셨습니다. 덕지는 할머니와 함께 놀며 냉탕 물놀이의 신세계에 빠져듭니다. 쏴아아, 폭포수 아래서 버티기, 첨벙첨벙, 바가지 타고 물장구 치기!, 꼬로록꼬로록, 탕속에서 숨참기, 수영하는 할머니 등에 엎히기! 덕지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때 할머니는 요쿠르트를 가리키며 수줍게 묻습니다. 저것이 무엇이냐구요. 먹어 보고 싶다 이말씀이지요. 그때 덕지는 결심합니다. 할머니께 요쿠르트를 드리기로 말입니다. 울음까지 참으며 하나 먹을 수 있는 그 요쿠르트를 말입니다.

 

 

 

 

그리하여 덕지는 뜨거운 물에 들어가 숨이 막힘에도 불구하고 때를 불립니다. 그리고 엄마가 때를 밀때도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으며 때를 밀고 드디어 요쿠르트를 상으로 받습니다. 덕지는 그 소중한 요쿠르트를 할머니께 드렸습니다.

 

다음에 또 할머니랑 놀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목이 조금 말랐지만 엄마와 함께 목욕탕을 나옵니다.

 

엄마말씀 안 들어 감기 걸린 덕지

 

그런데 오후가 되자 머리도 아프고, 콧물도 났습니다. 그렇습니다. 감기에 걸린게지요. 너무 아파 한밤중에 잠에서도 깼습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목구멍이 따끔따끔, 온몸이 후끈후끈, 너무 아픈 그때! 할머니가 나타납니다. 나타난 할머니는 덕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십니다.

 

"덕지야, 요구릉 고맙다. 얼른 나아라."

 

다음 날 아침, 거짓말 처럼 감기가 싹 나았습니다. 

 

 

진정한 목욕탕의 골목대장 선녀할머니

 

참 재미난 동화책이죠? 참으로 사랑스러운 캐릭터들과 내용이 제 마음을 녹였습니다. 아이다움이이 가득한 아이 덕지는 요즘 게임과 TV에만 빠져 움직임 없이 사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목욕탕에서도 재미나게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놀이라는 것은 어느 장소에서나 이렇게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이라면 이렇게 놀아야지요. 그래야 아이지요!

 

동화속 할머니를 통해서도 가르침을 줍니다. 진정한 유치원선생이라면 이런 골목대장같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목욕탕 냉탕에서 노는 법의 진수를 보여주는 할머니는 진정한 골목대장 선생님이셨습니다.

 

제 닉네임이 '골목대장허은미'입니다. 왜 골목대장이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많으신데요. 이 선녀할머니 처럼 되고 싶어서 입니다. 옛날에는 골목에서 놀 때면 늘 대장이 있었습니다. 이 대장은 나이에 상관 없이 아이들을 두루 아우르는 리더쉽으로 놀이를 선보입니다. 그럼 아이들은 그것을 보고 배우며 닮고 싶어 합니다.

 

아이들과 함께 놀며 말만이 아닌 몸으로 직접 보여주고, 따라하고 싶고, 닮고 싶고,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배움이 일어나게 하는 그런 골목대장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어서가 이유입니다.

 

그래서 교탁에 서서 말만으로 가르치는 사람이 아닌 먼저 선보이는 선생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저는 저를 선생이라 하지 교사라 칭하지 않습니다. 물론, 선보이는 것에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말입니다.

 

제가 꾸는 꿈 중에서는(꿈이 좀 많습니다ㅋ) 할머니가 되어서도 선생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때도 지금 처럼 반을 맡아 아이들을 돌보지는 못하겠지요? 그래서 옛날이야기 선생이 되어 아이들에게 꿈을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선생님이 되고 싶답니다. 그런데 선녀할머니는 놀이까지 선보이시니 저보다 한 수 위가 분명합니다.

 

요즘 나도 동화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하나 더 생겼는데 이 동화책을 보며 꿈이 더 커졌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이런 행복해지는 동화책을 쓰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참 좋은 동화책 잘 읽었습니다^^

 

 

 

장수탕 선녀님 - 10점
백희나 지음/책읽는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