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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마음으로 자세히 보기

마음의 힘이 강해지려면 자세히 보아야 합니다. 저번에 마음의 힘이 강해지려면 글을 썼었지요.

2009/11/16 - [아이들 이야기] - 마음의 힘이 강해지려면

자세히 본다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내얼굴도 거울을 보지 않고 생각해보면 오른쪽에 점이 있었는지, 왼쪽에 있었는지 헷갈립니다. 물론 오른쪽이냐 왼쪽이냐가 중요한 건 아닙니다. 마음을 다해 보는게 중요합니다. 

대충대충 하다 보면 상대방의 마음이 어떻든 "그냥 뭐 그렇겠지" 하고 대충 넘기게 되고, 나 편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됩니다. 배려 하지 않는 그런 모습을 또 아이들은 보고 배우겠지요. 아이들은 말로만 하는 교육은 배우지 않습니다. 행동하는 모습을 보며 배웁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자세히 보려면 섬세한 관찰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관찰력이 있어야 숲에 있는 작은 벌레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발견이 또 감수성을 자극하고, 풍부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힘도, 마음의 힘도 강해지게 됩니다. 

자세히 보기 위해 아이들과 배추그리기를 해보았습니다. 물론 그냥 자세히만 봐라고 하면 늘 하던 대로 대충 그리고 말겠지요. 그래서 친구자세히 보기를 먼저 해보았습니다.

친구들이 한명이 앞으로 나오고 나머지 반 친구들은 자세히 관찰합니다. 얼굴에 점이 어디에 있는지, 얼굴이 하얀지, 까만지, 쌍커풀이 있는지, 없는지, 헤어스타일이 어떤지, 이마가 넓은지, 쫍은지, 어떤 옷을 입었는지, 옷에는 어떤 무늬가 있는지, 양말은 어떤걸 신었는지 자세히 관찰합니다. 이렇게 관찰하다 보면 저도 아이에 대해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되지요. 

이렇게 반 아이들을 차례로 관찰 한 뒤 연필과 스케치북 들고 텃밭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곤 아이들에게 마음에 드는 배추를 고르게 했지요. 아이들은 저마다 배추를 골라 자리를 잡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보통 그림을 그릴 때는 아이들이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고치는 경우가 드뭅니다. 그런데 이날은 지우고, 다시 그리고를 반복하더군요. 그리다 보면 또 다른게 보이는 경우도 있고, 신중하게 그릴려는 모습이 눈에 보였습니다. 시간도 보통 때 보다 오래 걸렸구요.

한번 수업으로 모든 아이들이 마음으로 사람을, 사물을 보기는 힘들겠죠? 다음 번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해 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