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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국YMCA에서 주최한 자전거 국토순례에 다녀왔습니다. 자전거 국토순례는 전라남도 강진에서 임진각까지 620km를 자전거를 이용해 내힘으로 달리는 거지요. 

초등학교 5학년 아이부터 60대 성인까지 143명이 전국에서 참가하였는데요. 마산에서는 12명의 아이들과 지도자 2명이 참가하였습니다.

학원 안갈 수 있다는 말에 참가한 아이들

저는 언젠가는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겠다는 꿈이 있었습니다. '학생시절에 왜 이런 경험을 해보지 못했을까'라는 후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참가를 준비하면서 참가자들의 나이를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이 3명이나 있었거든요. 조금 부끄럽기도 하더군요. 지도자로 참여했기는 했지만 이 나이에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다는 것이 말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소연, 승재, 건모와 6학년 민영이와 현석이, 중학교 1학년 성민, 창준, 건우와 중학교 2학년 건호, 건우, 지환이 그리고 가장 큰 형 고등학교 2학년 종윤이가 참가하였습니다.

(마산YMCA 참가자들입니다.)

얼마나 대견스럽고 장하던지요. 어린 나이에 이렇게 힘든 프로그램에 참가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고 멋진 아이들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아이들 힘들고 어려운 건 안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잖아요. 금방 포기해버리고 투정부리고 말입니다. 보내는 부모도 대단하지만 간다는 아이들이 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너희들은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다! 어찌 여기에 올 생각을 다했느냐? 내가 너 나이때는 한번도 생각해 본 적없었는데 정말 대단하다" 라는 말을 자주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참가한 이유를 듣고 빵~터졌었습니다.

"학원 안가서 좋아했는데 학원 가는게 더 낫겠다!"
"난 학교 안가도 된다고 해서 왔는데"

정말 아이들 다운 이유죠? 학원과 학교 안가도 된다는 엄마의 말에 넘어가 참가한 아이들이라니요. 학원과 학교가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여기에 왔을까라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특히 학교, 학교는 가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

자전거 5개월 동안은 자전거 쳐다도 안볼거야!

서로 모르던 아이들이 처음 만났을 때 어찌나 서먹해 하던지 어찌해야하지 몰라했었는데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친해지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은 아이들인가 보다 생각을 하였습니다.

첫째날 라이딩을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 수록 아이들의 원성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몇 km왔어요? 언제 쉬어요?"
"나 다시는 이거 안할거다!"
"5개월 동안은 자전거 쳐다도 안볼거다"
"나는 이 자전거 버려버릴 거다"


등등 아이들이 힘들어지면 질수록 자전거에 대한 원망과 불만이 쏟아져 나오더군요. 그런데 아이들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겁니다. 저도 죽을만큼 힘들었거든요. '도데체 언제까지 가는거야, 차에 타벌릴까? 말까?' 라는 생각을 하루에 수백번도 더했거든요.


나도 이렇게 힘든데 아이들은 더하겠지 생각이 드니 아이들의 말이 받아지더라구요. "진짜 힘들지? 이거 진짜 장난 아이다 그치? 이거 해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인거야" 라면서요.

힘든 코스를 함께 넘고 나니...

틀째날은 난이도 최상급의 코스였습니다. 내장산 고개를 넘어야했거든요. 이 날은 버스를 탄 사람도 많았거니와 대부분은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올라야했습니다.

저기까지만 가면 되겠다 싶어 오르면 휘어진 또 다른 길이 보이고, 또 오르면 또 다른 산길이 나오고 정말 끝이 안보이더라구요. 3km나 되는 길이었습니다. 그 길을 힘들어도 꾹 참으며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던 아이들, 그렇게 인내하며 함께 내장산 고개 정상에 오랐습니다.
 
그렇게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 정상에 도달한 아이들의 감동은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아니었을까요? 그 감동을 뭐라 표현하기도 힘이 듭니다. 그렇게 정상에 도착하니 먼저 들어와 있던 실무자와 참가자들이 아이들마다 큰 응원과 박수 갈채를 보내주었습니다.
 
그 순간! 아이들은 저마다 '나는 최고!'가 되었습니다. 자신감이 충만해졌다고나 할까요? 그러고 나니 오히려 지치기 보다 에너지가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흥분된 아이들이었습니다. 이젠 시키지 않아도 뒤에 오는 친구들에게 똑깥이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내장산이 가장 힘든 코스였는데 이것을 해낸 아이들은 그 뒤부터 못할 것이 없어졌습니다. 아이들 입에서 "야! 내장산보다는 아니겠지! 힘내라!" 라는 말이 나오더라구요.

선생님 나 내년에도 올래요!

이렇게 힘든 코스를 넘고, 뙤약빛 아래서 땀을 흘리고, 비를 맞기도 하고, 서로를 도와가며 함께 자고 먹고 씻으며 혼자가 아닌 함께가 되어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함께라는 힘이 이렇게 강한 것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절대 혼자서는 못해낼 일이거든요.

힘들면 힘들수록 성취감은 더욱 커지는 법이지요. 해냈다!는 그 뿌듯함에 종주가 끝난 아이들 입에서 "선생님 나 내년에도 올래요! 선생님은요? 선생님도 올거죠?"라는 말이 나오더군요. 자전거 쳐다도 안 볼거라던 아이들, 다시는 안 올거라는 아이들이 말입니다.

(가장 힘든 코스, 내장산으로 가는 추월산 고개를 넘고 난 뒤)

어떤한 경험도 헛되지 않은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번 힘들고 어려운 경험만 한다면 좌절되겠지만 몇 번의 고된 경험도 아이들의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야 더욱 탄탄해 지지 않을까요?

자식을 생각할 때 부모 당신이 자랐던 것처럼 힘들지 않게 많은 것을 보여주고 좋은 것 먹게하고 많이 배우게 하리라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힘들지 않게 키우겠다는 거지요. 하지만 그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천둥과 비바람도 맞아 보아야 튼튼하고 건강한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이번 여행이 아이들의 삶에 큰 힘이 될겁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본 아이들, 어떤 시련과 어려움이 닥쳐도 이겨낼 힘이 아이들에게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내장산도 넘었는데 해보자!" 라고 아이들이 말하던 것 처럼요.

여름방학 동안 값진 경험으로 소중한 추억을 담은 아이들, 이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여름방학이지 않을까요? 저도 이번 여행이 잊지 못할 여름방학이 되었습니다.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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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참교육 2011.08.08 08: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과정을 겪으면 아이들이 쑥쑥 자라는데..
    부모들이 아까워서 고생 안 시키려고 하지요.
    선생님이 큰 일 하셨습니다.

    •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2011.08.08 0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아까워서 고생안시키려는 부모님들이 많아요. 그런 부모들을 보면 답답할 때가 있아요. 아끼고 아껴 아무것도 혼자 못하는 아이들을 볼때면요~ 언제까지나 따라 다니며 해주지도 못할건데...
      그런부모님들에 비하면 이 프로그램에 아이를 참가시킨 부모님들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부모님들께 강추합니다. 꼭 한번 보내보시라구요.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배우는 그 감동을 뭐라 표현하기도 벅찰만큼이거든요 ㅋ

  2. 순수한윤이 2011.08.08 1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생님 저고1입니당 ㅎㅎ
    정말 값진경험이었어요!!ㅎㅎ
    내년에도 한다면 참가해야죠!!ㅋㅋ

  3. 파비 2011.08.08 1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용택 선생님... 고생 안 시키고 싶어 안 시키는 게 아니라 몰라서 안 시키는 경우도 있답니다. 저처럼요... ㅎㅎ 내년에는 우리 애들 좀 데리고 가주세요... ^*^

  4. 감성사진사 2011.08.14 2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쌤 언제는 저가면 간다면서여 말이 바뀌는 허은미선생님

  5. 민남매 2011.08.17 10: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찹니다..
    대학교를 졸업하면 이런 도전은 하지 않는거라 생각했습니다..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ㅋㅋ
    아이를 와이에 보내면서 저 또한 욕심이 생깁니다..
    이 글을 읽으며 우리 민남매도 꼭 참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용기를 가지고 참가하신 선생님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아이들 졸업을 준비하며 어찌나 바쁘던지요. 3주간에 걸친 앨범 작업은 매일 새벽 같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졸업 전날 끝이 났습니다. 정말 글 쓸 시간도 친구 만날 시간도 없더군요. 그런데도 아날로그식 앨범을 고집하는 이유는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겠죠? 정성이 10만배(?)쯤은 되니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관련글-2010/02/04 - [교육이야기] - 내마음이 느껴지나요? 아날로그식 선물의 매력

하지만 삶의 여유는 느낄 수 없었지요.  삶의 여유를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졸업시키고 다음날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한 해 동안 아이들과 무사히 지냄에 대한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랄까요? 왠지 말만해도 멋진사람이 된 듯한데요. ㅋ

친구모임인 미녀산총사(미녀들인지 증명되진 않았지만..ㅎ )들과 주말을 이용해 한라산을 올랐습니다. 한라산과 백두산은 30살이 지나기 전 가보겠다는 꿈이 있는데 하나 이루어졌네요^^

(미녀산총사입니다.ㅋ)

비행기는 미리 예약해 두었습니다. 빨리 예약하면 할 수록 가격은 저렴합니다. 저희는 제주항공을 이용했는데요. 작은비행기라 해서 무척 작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작지만도 않더군요. 좋은 비행기들에 비해 승무원이 직접나와 구명조끼 입는 것까지 직접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제주도 도착하니 승무원이 제주말로 안내방송도 해주시고 참 재미있었습니다. 무슨말인지 알아듣지는 못했지만요.ㅋ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밤을 지내고(정말 서비스가 좋더군요. 이용방법에 대한 글은 다음편에 쓰겠습니다.) 다음날 한라산으로 향했습니다. 우리나라 제일 큰 산 답게 사람들이 정말 많더군요. 성판악에서 출발했는데 사람들이 많아 발딛을 틈이 없었습니다. 우리 뿐만 아니라 겨울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새삼느껴졌습니다.

한라산을 오르다.

(한라산 정상)
(움푹 페인 곳이 몇 년 전부터 개방한 사라오름입니다. 이승기가 간 곳이라 하더라구요.)

드디어 출발, 성판악에서 진달래 대피소까지 12시 안에 도착하여야 합니다. 저희는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 말씀만 믿고 계획보다 조금 늦게 출발했는데 정말 큰일 날뻔했습니다. 8시에 출발하라 하셨는데 성판악에 도착해 장비 챙기다 30분이 지나버려 또 조금 늦어진 탓도 있었지요.

어쨌든 진달래 대피소에 도착하니 "5분 뒤 통제하겠습니다" 안내방송이 나왔습니다. 다급해져 얼른 통제 입구를 통과했지요. 입구에서 조금 올라와 준비해간 김밥을 먹는데 조금 서럽기도 하데요. 대피소에서 라면 사서 같이 먹을려고 했었거든요.ㅋ

김밥 먹고 있는데 직원이 달려와 빨리 정상 출발해라고 야단도 들었습니다. 통제하려는데 사람들이 앉아 밥먹고 있으니 통제가 안된다구요. 저희 말고도 사람들이 꽤 있었거든요. 생각해 보니 예의가 아니다 싶어 얼른 출발했죠.

한라산 정상에서도 하산 시간이 있었습니다. 오루 1시 30분이었습니다. 높은 산이다 보니 시간을 철저히 지키더라구요. 2시 넘어 도착해 반대편 길인 관음사로 내려가지 못하고 왔던 길로 도로 내려갔습니다.

백록담은 움푹한 접시 같았습니다. 눈을 담고 있는 오목한 접시말입니다. 처음 가본 백록담, 물이 고여 있는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보았다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백록담에서도 시간을 많이 주지는 않다군요. 하산 시간이 있어서 말입니다. 사진찍고 얼른 내려왔습니다. 겨울 한라산은 정말 일찍 출발해야겠습니다.

한라산이 나에게 준 것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하니 참으로 좋았습니다. 힘들고 긴 시간이었지만 친구들 덕분에 웃음 꽃이 피고, 힘이 쏫아 나더군요. 함께 할 수 있음에 행복했습니다.


날씨도 정말 좋았습니다. 겨울산이라 무장을 하고 갔었는데 소용이 없을 만큼말입니다. 따뜻한 봄 햇살 미리 듬뿍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산에 가면 참 좋습니다. 힘들지만 조금씩, 조금씩 오르다보면 언젠가는 도착합니다. 또 오르는 길에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낍니다. 나뭇잎 밟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 뛰어다니는 다람쥐, 예쁜 나뭇잎들까지 모든 것이 나의 마음에 평안함을 가져다 줍니다. 자연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이번엔 한라산의 자연을 마음껏 느끼고, 마음에 담고 왔지요.

사서도 고생한다고 하잖아요. 이번에 산을 오르며 계속 그말이 생각나더라구요. 그 고생이 나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새학기를 맞이하며, 어려운 일이 닥치고, 어떤 힘든 시련이 와도 이겨낼 힘이 생길 거라고 말입니다.

힘들고 지친 나에게 다시 일어설 힘을 주었네요.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살아갈 맛이 나잖아요. 사진을 보시며 조금이나마 힘이 전달 되어지면 좋겠습니다.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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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크리스탈 2011.02.25 13: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미녀산총사이십니다~~~~~ ㅎㅎ

  2. 한화데이즈 2011.02.25 1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허은미님~^^
    한라산에 다녀오셨군요. 아직 눈꽃이 지지 않았네요. 멋져보입니다.
    아이들과 관련한 유익한 이야기 많이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3. 심소영 2011.02.25 17: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 허은미 선생님께서는 체력이 짱!! 이십니다ㅋㅋㅋ
    애들 앨범 만드시고 졸업시키고 한라산 등반까지~
    대단하십니다.
    한라산 넘 이쁘네요^^

  4. 여강여호 2011.02.27 15: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무리 겨울이 혹독해도
    봄이 온다는 사실...
    이 진리 때문에 사는 것 같습니다.

  5. 2011.02.27 22: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6. 이츠하크 2011.02.27 23: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미녀 산총사 최고다. 액티브한 아름다움이 상당하네요. 유치원 선생님의 또다른 면모를 봅니다.
    기분전환 하시고 천사들 열심히 지도해 주세요. 선생님~ 건강하시구요.^^

  7. 행복님 2011.02.28 08:5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행복님도 내년에는 제주도 갑니다.환갑년에 가기 위하여 지금까지 꼭꼭 숨겨 놓은곳이 랍니다.
    미녀 산총사님들의 사진 설경과 정말 잘 어울리는 미모들 입니다.
    정상에 오른 자신감으로 우리 미래의 꿈나무들을 잘 지도 해 주시길 바랍니다. 화이팅!
    오늘 조국 대한민국에서 댓글을 다니 이 행복님의 행복이 짱이 랍니다.
    ----대한민국 창원시 마산 회원구에서.

몇 일 전 오키나와에 평화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제가 일하는 YMCA 시민사업위원회 사람들과 함께 하는 여행이었지요. 오키나와에 간다는 말을 듣고 얼마나 두근두근 설레였는지 모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인 하이타니겐지로가 살았던 곳이거든요.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다짐했었는데 가게 된 것입니다.

오키나와는 하이타니겐지로가 살 던 곳, 일본의 남쪽나라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같은 곳이라는 정도의 정보만 알고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오키나와, 정말 우리 못지 않은 뼛 속 깊이 아픈 역사가 있더군요.

지금은 일본땅인 오키나와는 예전 류쿠왕국이라는 작은 섬나라였습니다. 그런데 나라를 일본에게 빼앗기게 된 것이지요. 일본의 식민지로 있다 다시 미국에게 넘어가 식민지를 당하고 다시 일본으로 귀속된 땅이었습니다. 우리는 나라를 찾았지만 오키나와는 찾지 못한 것입니다.

오키나와에 가보니 정말 일본 본토와는 참 다른 곳이더군요. 일본 본토보다도 중국과 동남아권에 가깝게 위치하다 보니 사람들의 생김새도 동남아 사람들과 흡사했습니다. 그리고 음식문화와 주거지의 모습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빨갛게 표시된 부분이 미군기지입니다. 사진 말고도 더 많은 곳이 있습니다.)

제가 갔을 때에는 오키나와의 우기였는데요. 그래서 비가 내릴 때는 늦가을 날씨처럼 쌀쌀했지만 해가 뜰 때는 따뜻한 봄날이었습니다. 그러니 특산물로도 천연흑당과 파인애플과 같은 열대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일본 본토와는 정말 다르죠?

정말 저를 놀라게 한 것은 미군기지의 규모였습니다. 미국의 식민지를 당할 당시 생겼던 미군기지는 지금 오키나와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제일 중심지로 가장 좋은 땅에 있더군요. 

지금은 관광도시로 많이 알려진 이곳에 길을 가다보면 철조망을 싶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철조망이 있는 곳은 모두 미군기지라고 하더군요. 미군지기안에는 미군들의 작은 도시라 할 정도로 모두 갖춘 곳이라고 합니다. 

관광도시가 되어 휴양을 즐기러 오시는 분이 대부분이라는 이곳에 1945년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일이 있었습니다. 나라를 잃고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이제는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미군기지는 왜 철수하지 않는지, '경제 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쓴 더글라스 러미스 교수를 만나 이야기도 들어 보고, 오키나와 현지인인 평화교육하시는 분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다음글을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릴께요^^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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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츠하크 2011.01.21 10: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무지하게 기대가 됩니다. 오키나와가 어떤 곳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유치원 선생님이 바라보는 여행시각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 조심해서 잘 다녀오세요.

  2. 새라새 2011.01.22 05: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되었네요^^
    어디가서 아는척 좀 해보렵니다. ㅋㅋㅋ

  3. 이류(怡瀏) 2011.01.22 15: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어느 단체에 속해서 좋은일을 하고 싶네요.. ^^ 오키나와가 어떤 곳인지 궁금해지네요..
    여행시 사진을 조금 더 많이 올려주시고 다음글에 그 분 이야기도 많이 해주세요!!
    행복한 주말 되시길~

  4. 행복님 2011.01.22 21:4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기대 됩니다.
    저도 업무차 일본을 30여 차례 다녀 왓습니다만
    오끼나와 여행은 하지 못했군요,
    이번 기회에 은미 선생님의 기행문과 함께 오끼나와를 출발 합니다.
    출발!
    역시 행복님은 어디에서나 행복 합니다. 중국 중산에서.

  5. 여강여호 2011.01.23 1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키나와의 역사는 슬픔 그 자체네요

  6. 참교육 2011.01.23 21: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함께 가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기회를 놓쳤습니다.

    다음에 는 꼭 가고 싶습니다.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일곱살 아이들과 지리산으로 졸업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화려한 관광지에서 겉핥기 식으로 둘러 보며 사진 찍고 오는 것이 아닌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면서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캠프지요.

2010/01/11 - [아이들 이야기] - 유치원생들의 특이한 졸업여행 (관련 글입니다.)

프로그램 중에 아이들과 닭을 구워 먹는 시간이 있습니다. 산책을 하며 주위에 나무가지와 나뭇잎을 모아 불을 피워 구워 먹습니다. 일명 불장난을 하며 닭까지 구워먹는 것이죠.


(작년 불장난하던 사진입니다.)

캠프가기 전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어주기 위해 불장난하며 닭바베큐해 먹는다 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한아이가 그러더군요.

"안되요! 불장난하면 자다가 오줌싼다 그랬어요"
"맞아요 맞아!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그러는 겁니다. 불장난은 놀이에 흠뻑 빠져 놀만큼 재미나기에 신나게 놀다보면 밤에 피곤해 잠에 취해버리죠. 그러면 깨어나지도 못하고, 화장실 가고 싶어도 모르고 잠결로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불장남해도 오줌 안싼다고 내가 해봤는데 안 쌌다고 말이죠. 사실 불장난한다고 다 오줌을 싸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들에게 진짜로 불장난하면 오줌 자다가 이불에 오줌싸는지 실험해 보자 하였습니다.

우리가 캠프 간 날은 눈이 엄청 많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윗지방에는 폭설로 인해 사건사고가 많았었죠. 눈 때문에 신나게 놀기도 하였지만 바닥에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다 젖어 불장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뜻한 지방에 살아 눈 구경이 쉽지 않아 모두 엄청 좋아했는데 좋은 것만은 아니더군요. 그렇다고 못할리 없죠. 혹시나해서 태권도시간에 송판 격파하고 쪼개진 송판을 챙겨왔거든요.
 

바베큐통에 숯으로 불을 피우고 송판을 아이들이 하나씩 넣었습니다. 조금 시시하긴 하지만 그렇게 불장난을 하였지요. 그리고 생닭은 호일로 7번씩 싸고, 철망 위에서 지글지글 구웠습니다.
 
닭바베큐 완성!!  

닭이 구워지기까지 기다리는 아이들 얼마나 기다려지고, 기대되고, 설레였을까요? 닭이 익을 만큼 시간이 지나고 숙소에 들고 들어가 먹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귀여운 아이들 말도 정말 잘 듣습니다.


호일이 벗겨지고 노릇노릇 익은 닭이 나오는 순간 "와~" 환호성을 지릅니다. 보기만해도 군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먹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은 질문도 많습니다.



닭은 순식간에 동이 납니다. 아이들 손이 바쁘고, 언제 닭이 있었냐는 듯이 순식간에 말입니다. 벼까지 쪽쪽 거리며 잘도 살을 발라 먹습니다. 시켜 먹는 닭과는 완전 다르죠. 자신의 힘으로 직접구웠기에, 그리고 캠프와서 함께 먹기에 세상에 둘도 없는 맛이 됩니다.

불장난하면 이불에 오줌싼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진짜 이불에 오줌 싼 아이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죠.

"이불에 오줌 싼 친구있나?"
"난 안 눴어요"
"나도요, 나도"
"봐라 불장난해도 이불에 오줌 안누제?"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 일을 어쩝니까? 한아이가 진짜 이불에 오줌을 눴다고 다른 모둠(공동체) 선생님이 그러는 겁니다.

순간 말문이 막히더군요. 아이들도 "누구 오줌 쌌데" 말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불장난하면 오줌 쌀수도 있고, 안 쌀수도 있네~ 불장난은 재밌으니까 하고 밤에 이불에 오줌 싸면 옷갈아 입고, 이불 빨면 되지 맞제"

그렇게 오줌싼 아이도 상처 받지 않게 위기를 넘겼습니다. 사실 오줌을 싼 아이는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놀았다는 증거입니다. 칭찬하거나, 상을 주는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 않은가요?

어쨌든 불장난은 위험하지만 정말 재미난 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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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괴나리봇짐 2010.01.13 10: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들과 함께 노시는 골목대장님이 눈에 선합니다. 정말 재밌는 경험이었겠습니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유치원에서 안 해주면 나라도 나서서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튼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네요.
    고생도 많았고, 또 즐겁기도 하셨겠습니다.

    •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2010.01.13 14: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졸업여행을 저희는 해오름캠프가 하는데 정말 재미나 일들이 많은 캠프지요. 아이들도 좋아하구요~
      아이들과 불장난까지는 아니더라도 닭바베큐 정도는 쉽게 하실 수 있으실거예요
      생닭을 호일에 싸서 그냥 가스렌지 위에 굽기만 하면 되거든요~15분정도 앞뒤로 뒤집어가면서요~
      그냥 배달시켜 먹는거보다는 아이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거예요~
      꼭 한번 해보세요~추천해드립니다^^

  2. 천부인권 2010.01.13 12: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불장난 하면 오줌 삽니다.
    불이나, 물이나 심지어는 전쟁까지도
    내가 안전하다는 보장만 있으면 이런것 보다 재미있는 것이 있을까요?

    그래서 관람을 하는 구경꾼을 최고의 지성으로 보는 것이죠.

    •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2010.01.13 14: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맞아요. 최고의 놀이터는 전쟁 뒤 폐허가 된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만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놀잇감이 많은 거지요.

      대형마트에 파는 생각을 좁히는 장난감 보다는 실패가 없는 물놀이, 흙놀이가 최고지요. 특히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불장난은 더 재밌잖아요^^

지난 주 아이들과 지리산 의신마을로 졸업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이들과 떠나는 마지막 여행이지요. 이번은 2박 3일입니다. 그리고 교사가 모든 것을 준비해 주고 아이들이 동행하는 그런 캠프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정하게끔 이루어 집니다.

(숙소 근처에서 발견한 고드름이예요.)

조금 있으면 초등학교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게 되는 아이들을 위해 자립심과 도전정신을 키워주기 위한 캠프지요.

장소는 정해져 있고, 그곳으로 가는 교통수단에는 두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 기차도 타고 버스도 타는 방법이 있죠. 

캠프를 떠나기 전 교통수단은 무얼 이용할지 아이들과 의논했습니다. 기차는 잘 타보지 않았기에 아이들은 만장일치로 기차와 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을 선택했죠. 가는 길에도 아이들이 길을 물어 보면서 스스로 찾게끔 합니다.


조금은 힘들지라도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낯선 곳에서도 적응하면서 스스로의 힘과 공동체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경험해 보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는 뜻 깊은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캠프 동안 불장난도 해보고, 도시에서는 경험 할 수 없는 고드름도 따 먹으면 자연에서 마음껏 뛰 놀다 옵니다. 그리고 최고의 도전인 지리산 노고단 등반을 합니다.


성삼재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 아이들과 함께 노고단을 오르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오르기에는 조금은 힘들지만 또 적당한 거리이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교사는 서로를 격려하면서 산을 오릅니다. 힘든 만큼 노고단에 도착했을 때에는 기쁨은 두배가 되겠죠. 그리고 눈구경을 실컷할 수 있기에 아이들은 신나합니다.

그리고 노고단대피소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습니다. 물론 밥까지 말아서요. 산에서 라면 끓여 먹어 보셨나요? 라면을 먹는 아이들의 모습 상상 가세요? 완전 행복에 빠진 표정들 입니다. 산에서 먹는 라면은 정말 꿀맛입니다.

내려 오는 길은 더욱 신납니다. 준비물로 챙겨간 비료포대로 내리막길에서 썰매를 타며 내려오기 때문이지요. 비료포대 썰매 타보셨나요? 말이 필요 없습니다. 완전 재밌거든요^^ 아이들 뿐 아이라 교사들까지 푹 빠져 썰매를 타고 내려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노고단을 오르지 못하고 의신마을 뒤쪽인 벽소령을 오르고 왔습니다. 이번 폭설로 인해 성삼재까지 가는 길이 차단되었었거든요.

아이들과 떠난 졸업여행 정말 재미난 일들이 가득했습니다. 궁금하시죠? 다음 편에 또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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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 보러 남이섬에 다녀왔습니다. 남이섬은 얼마 전 같이 일하시는 분이 남이섬CEO 강우현이 쓴 '상상망치'라는 책에 대한 서평을 쓰시면서 관심을 갖게 되었죠. 그래서 친구들에게 꼭 가고 싶노라 압박(?)으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눈이 많이 내렸었지요. 덕분에 하얀 눈 쌓인 남이섬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남이섬은 가을 단풍이 무척이나 아름답다고 하는데, 눈 쌓인 남이섬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따뜻한 남쪽나라에 사는 저로서는 눈 구경하기 힘든데 이번에 제대로 하고 왔습니다.

듣기만 하던 재활용품으로 만든 작품들을 보니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매타쉐콰이어로 이뤄진 길은 감탄사가 절로 나오더군요. 인공적인 건물들과 작품들이 많은 화려한 관광지에 비해 건물과 작품들이 자연과 참으로 잘 어울리게, 자연을 해치지 않게 만들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간 날은 새해 인지라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곳이 예전에는 버려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유원지였다니 믿어지지가 않더군요.

한참을 구경하며 사진 찍고 노는데 얼음조작을 준비하시던 직원분들이 계셨습니다. 그 중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진짜 더군요. 강우현CEO였습니다. 1월 1일인데도 직원들과 함께 나와 일하시다라구요.
 
남이섬에 왔는데 강우현CEO도 만나고 절 알지는 못하지만 정말 반가웠습니다. 신기하기도하구요. 사진이라도 같이 찍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아 말을 걸었습니다. 거절하시면 어찌지 내심 걱정을 하면서요.

그런데 걱정과는 달리 흥쾌히 받아주셨습니다. 책을 어떻게 보았냐, 어디서 왔냐 등 말이 오가고 기념으로 다이어리 선물을 주시더군요, 



다이어리에 덕담과 함께 싸인을 해주셨는데 역시나 달랐습니다. 거꾸로 글을 적는 겁니다. 친구는 한자를 적는 줄 알았다더군요, 덕담은 이렇습니다.


"허허실실 서로서로 은혜롭고 미려하게 -우현-"

이번 여행에 잊지 못할 선물까지 받아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다이어리 만이 아니라 추억의 선물말입니다. 남이섬하면 친절히 대해 주시던 강우현CEO를 만난 것이 생각 나겠지요. 가을에 꼭 단풍 구경하러 오리라 다짐하며 내려왔습니다. 

찍은 사진과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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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괴나리봇짐 2010.01.04 13: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데 다녀오셨네요. 추운데 고생도 하셨구요.
    저 분 강의를 들은 적 있는데, 썩 제 취향은 아니었습니다만, 인물은 인물이다 싶었습니다.

    남이섬에 좀 욕심을 낸다면, 발상을 거꾸로 하는 건 좋은데, 디테일도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 있답니다. 엉뚱발랄하기는 한데, 미학적인 완성도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래서 전 이쯤에서 남이나라공화국도 정권교체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건 그렇고, 대문사진의 설정샷은 그렇거니 했는데, 스냅샷도 예쁘게 나오시는 거 보니 골목대장님은 정말 미인이신가봅니다. 하하.
    새해에도 아이들이랑 행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2. 숲속 친구 2011.02.18 04: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름답고 열심히 사시는 모습이 행복해 보입니다.

두 여자의 지리산 종주 ④

지리산 종주 넷째 날, 세벽 3시 눈이 떠졌다. 밖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그 전에는 더 많이 쏟아진 것 같았다. 과연 일출을 볼 수 있을까?

출발할 때 천왕봉 일출을 볼 생각이 없었는데, 산에서 만난 사람들이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천왕봉 일출도 보러 가지요?" 하고 물어보는 바람에 계획을 변경하게 되었다.

야간 산행 계획이 없으니 랜턴은 필요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그냥 왔는데 큰일이다. 친구가 랜턴을 준비해 왔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정말 산에 올 때는 예측하지 못한 위험이나변화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꼭 맞았다.


몸을 풀기 위해 따뜻한 스프를 먹고 4시쯤 천왕봉을 향해 출발했다. 랜턴이 없으니 앞도 잘 안 보이고, 내가 발을 맞게 딛고 있는지 불안해 주춤거리게 되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다행히 어제 점심 때부터 길동무가 되었던 아저씨도 랜턴이 있어 세 사람이 랜턴 두 개를 비추며 함께 걸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누구 탓을 하겠는가 내 불찰이 크다. 


우리는 쉬지 않고 올랐다. 조금씩 조금씩 앞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천황봉에 가까워질수록 조금씩 밝아오면서 나중에는 렌텐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 천왕봉 날씨는 겨울이었다. 옷은 이미 젖었고 비옷을 꺼내 입어도 젖은 옷 때문에 추웠다.

구름에 가린 해를 보며 아쉬움을 달래다

해는 뜨지 않았다. 아니 떴지만 구름 때문에 보이지 않았다. 천왕봉 일출까지 볼 수 있었다면 정말 완벽한 종주가 되었을텐데...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그래도 노고운해도 보고, 보름달 뜬 벽소명월도 보지 않았던가 이것 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줄을 서 천왕봉 기념 사진을 찍었다.


천왕봉에서는 각자 하산 코스가 달라  여러 길동무들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우리는 중산리로 하산 하였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던 서울팀은 백무동으로 길을 잡았다. 그 동안에 정이 든 걸까? 그 짦은 시간에 말이다. 왠지 모를 서운한 마음이 생겼다.
 
빗방울이 굵어져 서로 걸음을 재촉하였다. 내려가는 길에 자연스레 천왕봉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을 여럿 만나게 되었다. 오르는 사람들은 내려가는 우리를 부러워하고, 우리는 약간의 으슥되는 뿌듯함과 아쉬움이 교차하였다. 지리산을 떠나야하는 서운함이 컸기 때문이다.

중산리 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가파르고 바위가 많다. 비까지 내려 굉장히 미끄러웠다. 거의 쉬지 않고 걸어 로타리 산장에 도착해 점심을 먹었다. 지리산에서의 마지막 식사였다.

밥을 먹고 보통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등산로 대신 로타리산장 화장실 앞을 지나 이어지는 샛길을 이용해 내려왔다. 한 시간 반 정도 내려가 도로가 나오면 로타리 산장 위쪽 법계사에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매표소까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길은 지겹고 재미가 없는 편인데 약간 성의 표시만 하면  버스를 탈 수 있어 좋았다.

드디어 매표소에 도착!! 그 감격을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전달 할 수 있을까? 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스스로 얼마나 뿌듯하고 대견스러웠는지.... 어떤 어려운 시련도, 고난도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리산 종주를 자축하다

지리산 종주를 자축하기 위해 축하주를 먹었다. 동동주와 파전, 도토리무침~완전 꿀 맛이었다. 잊을 수 없는 맛이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한채 마산으로 출발 했다. 진주에서 이틀을 우리와 함께 했던 길동무 아저씨와 헤어지는데 서운한 마음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지리산을 함께 걸으며 아이 교육에 대해서도 가족에 대해서도 연애사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했는데 헤어지려니 지리산을 내려오던 것 만큼이나 서운하였다.


지리산 종주! 짦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중한 추억을 가슴 가득 담은 뜻 깊은 시간 이었다. 몸과 정신이 깨어남을 느끼고, 다시 한 번 자연의 경의로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도 있었다. 어느 여행보다도 마음에 큰 재산을 얻은 기분이다.

나름대로 지리산 케이블카를 반대 운동에도 참여할 수 있어 뿌듯함이 곱배기로 채워진다. 지리산은 중독성이 있다.  벌써부터 내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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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두희 2009.09.03 12: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글이네~~

    함께 했던 지리산 추억을 이렇게 글로 다시 만나게 되니

    또다른 느낌과 감격을 받는다야~

    무엇보다 중요한건 지리산 갔다오기 전에 우리와 갔다온 후의 우리는 다르다는거~!!

    많은 것을 보고 배우며 느낌으로 인해 마음과 몸이 한층 더 성숙한 우리를 발견함에

    감사하자........ 이런 좋은 느낌과 감동을 같이 할 수 있는 영원한 친구가 되쟈꾸나~

  2. 아찌 2009.09.04 1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분이 산행한 시간은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것 입니다.
    격려와 배려로 친구를 위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가짐과
    산행기간동안 산꾼들에게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했던 인사와 행동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종주산행을 무사히 마친것을 축하하며,
    두분 서로의 오랜친구로 지내시길 바랍니다.

  3. 비익조 2009.09.04 23: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연히 방문해서 글 남기네요..
    좋은 산행하셨네요.
    지리산을 흔히 어머니의 산이라고하는데
    엄마 품처럼 따뜻한 경험하셨겠습니다.
    언제가일지 모르지만 산에서 기쁜인연으로 만날 수 있음 좋겠네요.
    그럼 늘 즐산 안산 하셔요..

    ps 지리산을 알고싶으시면
    다음이나 네이버에서 지리산 아흔 아홉골(지리99)을
    검색해보시면 좋은 자료가 많을겁니다.

  4. 조혅 2009.09.07 00: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쉽네요 지리산 종주의 묘미는 일명 "화대종주"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총50키로 대장정 민족의 영산이자 우리현대사와 근대사 비극을 간직한 지리산 을 조망 할수 있는데 아무튼 수고 많이 하셨네요 나는 지난 7월말 화대종주 성공 했습니다. 지리산은 여름산 이라 꼭 여름에 종주 하고 싶었죠 또 이번9월9일 청학동에서 출발 계획 이랍니다. 청학동, 삼신봉,세석,장터목, 천왕봉,로터리대피소,칼바위 ,중산리 하산할 계획 이랍니다. 님들 화이팅 종주 축하 드립니다.

  5. 김동해 2009.09.08 17:0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전 부천Y 회원운동팀에 있습니다. 자료 검색을 하던 중 YMCA가 나와 클릭했더니 선생님

    블로그에 오게 되었네요. 그러던 중 너무도 반갑게 지리산 여행기가 있어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이번 여름휴가에 혼자 지리산을 다녀왔었거든요ㅋㅋ 저 역시도 너무나 가고 싶던 곳이기에

    혼자서 무모하게 다녀왔습니다.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는 생각지도 못하고 다녀왔습니다. 중산리로 내려 와서야 지역 주민들이

    케이블카 환영하는 현수막을 걸어 놔서 '정말 미친거 아냐?' 하며 생각만 했네요. 미리 알았더라면

    저도 베낭에 부착하고 가는건데... 대신 저는 와이 정장 마크를 달고 다녔답니다 ㅋ 혹시라도

    Y회원을 만나면 밥이라도 얻어먹으려고요^^

    같이 Y를 섬기고, 정말 좋았던 지리산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너무 주저리 주저리 떠 들었네요.

    부천Y 아스단 선생님에게 물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전 아주 조용한 사람이거든요 ㅎㅎ

    아무쪼록 아이들과 함께 배우며 즐거운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2009.09.12 12: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정말 반갑습니다~ 이렇게도 만나지네요^^ Y인연은 인연인가 봅니다~

      부천Y에는 좋은 분들이 참 많으시네요~ 저희 처럼요~^^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없었을텐데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려요~ 전국연수 때 어느 분이 신지 찾아 뵈야 겠어요

      항상 건강 조심하시구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6. 홍 이기 2009.09.24 19: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말에 하도 기가막혀서 검색중에 우연히 들렀는데요~

    두분 산행하신 모습을 보니 예전에 지리산 역종주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그때는 정말 천국에 온 기분이었었는데.. 이번 겨울 지리산 종주 준비 잘 해서 다녀와야겠습니다~

    글 재미있게 잘봤구요~ 이번에 종주 성공하셨으니 다음번엔 태극능선종주도 한번 해보세요~

    항상 몸 건강하시고 늘 좋은 하루 되시길..^^

두 여자의 지리산 종주②

지리산에서 둘째날이다.
군대 안 가봤지만, 꼭 군대 내무반 이럴 것만 같은 숙소에서 잠을 자는데 편히 잠이 올리가 있나...전날 산행을 많이 한 것도 아니니 피곤하지도 않았다. 

밤새도록 뒤척이다 이런저런 부스럭 거리는 사람들 소리에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정말이지 산에 오면 자연스레 부지런해 지는 것 같다. 아님 원래 부지런한 사람들일까?


친구도 잠을 깼다. 제일 많이 걸어야 하는 날인데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 정말 다행이다. 뱃속이 든든해야 된다는 내친구는 아침은 꼭 챙겨 먹어야 된단다. 

평소 아침을 안 먹는지만 지리산 종주 할 때는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아니면 힘빠져서 못 걷는다는 친구의 권유 때문에~ㅋㅋ 친구와 함께 누룽지를 끓여 먹고 이래저래 꾸물거리다  5시 40분에 벽소령을 향해 출발 했다.


새벽 5시 30분쯤 되니 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 냈다. 조금씩 조금씩 보이더니 참 순식간에도 뜬다. 따뜻한 해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 밑에 구름과 함께 '정말 경이롭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아름답다.

새벽길, 노고운해에 빠지다

지리산 10경 중에 하나라는 노고운해를 보았다. 이야~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찾는가 보다. 자연이 사람 마음을 평화롭게 만들고, 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함을 느끼게 하고, 여유를 가져다 주는 것 같았다.

 

'노고운해'에 빠져 한 참을 정신없이 구경하고 길을 나섰다. 얼마쯤 걸었을까 임걸령이 나왔다. 지리산에 대하여 공부하고 오지 않았다면 임걸령 약수터가 있는지 모르고 그냥 지나쳤겠지? 수통에 남아 있던 물을 비우고 다시 물을 채워넣었다. 물은 많이 먹지 않더라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새로운 약수터가 나오면 꼭 채워 넣어야 된다. 

둘째날 비가 온다고해서 많이 걱정했었는데 왠걸? 정말이지 날씨가 좋았다. 하늘도 우리가 이렇게 좋아하는 마음을 알아준걸까? 등산하기에 너무나 좋은 날씨다. 덩달아 기분도 좋았다. 



산은 참 신기하기도 하다. 저 멀리 산을 보고 있으면 구름이 자욱했다가도 눈깜짝할 사이에 구름이 온데간데 없이 산의 모습을 드러낸다. 꼭 숨박꼭질하는 것 같다. 




야생의 삶을 잃어가는 다람쥐

삼도봉은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북도 삼도가 만나는 곳이라해 삼도봉이라 한다. 삼도봉에 도착하니 쉬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다람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던 다람쥐, 사람이 가까이 가도 멀지 도망가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주는 음식을 먹고 산다는 그 다람쥐들... 산을 찾는 사람들이 먹이를 던져주자 결국 다람쥐는 야생의 삶을 잃어가고, 사람에게 의존해 사는 것이다. 스스로 먹이를 찾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 하는 것일텐데 말이다.

사람은 사람답고, 다람쥐는 다람쥐 다워야 좋은데...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다람쥐에게 미안한 마음도 함께 말이다. 


능선을 따라 걸으며 봉우리가 나올 때마다 조금씩 쉬었다. 많이 쉬면 더 힘들어지기 때문에 힘을 보충한다는 생각으로 간식도 조금씩 먹고, 사진 많이 찍었다. 사진이 산을 보고 있는 그 감격과 감동을 담아내지는 못하겠지만 추억을 담아 주는 참 좋은 친구인 것 같다.

걷고 걷고 걸어 오후 1시쯤 드디어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했다. 오후 2시를 넘길 줄 알았는데 그래도 예상보다는 빨리 도착했다. 여자 둘이 걷다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걸음이 느렸고, 천천히 땅만 보지말고 주위를 보며 걷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더딜 수 밖에 없었다. 우리랑 함께 출발했던 사람들은 벌써 도착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점심 메뉴는 카레밥이다. 인스턴트카레... 몸에는 결코 좋을리 없지만 간편하게 먹기 위해 사온 것이다. 쌀을 씻어 밥을 하고, 또 물을 끓여 카레를 데워야 하는데 빌려온 버너 하나가 말을 듣지 않았다. 잘 되다가도 꼭 필요할 때는 이런일이 생긴다. 

 2박 3일을 비박하며 종주하신다는 두 분을 만나 도움을 받을 수가 있었다. 굉장히 친절하시고 이런저런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밥이 되는 동안에 맛있게 끓인 라면과 소주 한사발도 주시고~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연하천 대피소가 제일 좋았던 것 같다. 규모가 아담해 사람이 적어 덜 소란스럽고, 밤이 되면 운치가 있을 것 같다. 물도 대피소 바로 앞에 있어 취사하기도 굉장히 편해 보였다. 기회가 된다면 연하천에서 하루밤을 지내 보아야겠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2시 30분쯤 둘째날의 목적지인 벽소령대피소로 출발했다. 명선봉을 지나 오후 5시 40분쯤 벽소령에 도착했다. 벽소령을 한시간 가량 남기고서는 힘이 부쳐 많이 힘들었다. 


벽소령에 도착해 쉬고 있으니 지리산종주를 응원해주던 선배가 "벽소령에 도착했냐고 도착했으면 가방 바로 내려놓고 복숭아 통조림을 사먹어야 한다"고 문자를 보내 왔다. 하지만  너무 지치기도 하였고 사먹을 시간을 놓쳐버려 다음 날 장터목을 기약하였다.

시리도록 푸른 달빛, '벽소만월'

저녁 준비를 하는데 버너 하나가 고장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마침 성삼재가는 버스를 같이 탔던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교회에서 수련회로 왔다는데 어찌나 모습이 밝고 쾌활하던지 아이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다음날 맛있는 거 주기로하고 버너를 빌려 저녁 준비를 했다. 맛난 김치찌개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벽소령대피소는 식수가 있는 샘이 800m 아래에 있었는데 경사가 심하고 저녁에 안개가 자욱해 조금 위험하고 불편하였다.  노고단을 제외한 다른 대피소에서는 쓰레기도 다 가져가야 한다.


그러나, 벽소령은 지리산 10경 중 하나인 '벽소만월'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음녁 날짜를 살펴보고 종주 일정을 잡은 것이 아닌데, 벽소령에 도착하니 마침 보름날이다. 하늘에 구름이 가득해 벽소령 만월을 못보는 아쉬움을 달래며  잠자리에 들었다.

전날과 다르게 피곤이 몰려오고 눈이 저절로 감기는데 막 잠이 들려던 찰나 어디선가 "달 보인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친구와 나는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정말 달이 떠 있었다. 그것도 보름달~~ 우리는 완전 행운이다. 많고 많은 날 중에 어쩜 이렇게도 날짜를 잘 잡았을까? 보름달이 뜨는 날 맞춰 벽소령에서 잠을 자다니 말이다.

벽소령 위로 떠오르는 그 달빛은 차갑도록 시리고 푸르다는데 그때의 그 찬란한 고요는 벽소령이 아니면 느낄 수 없다는데,  보고, 느끼고, 흠뻑 젖어보았다. 그 시리도록 푸르던 달빛을....... 그렇게 벽소명월에 감탄하며 두 번째 밤이 지나갔다.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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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마지기 2009.09.01 12: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벽소명월...
    20여년 전 예전엔 벽소령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밤하늘 별무리에 산친구들과 수다 벽소명월 세월은 흘러 산행 문화는 바껴도 달은 그대롭니다.

    힘드셨겠네요.
    날씨는 좋아 대행이네요.
    제일 힘든 시즌이 비오고 떙볕 따가운 여름이 가장 지리산 산행이 힘든 시즌인데..^^
    여름 비오면 지리산이 길바닥만 보이는 비리산인데..ㅋㅋ

    •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2009.09.02 18: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야영을 할 수 있을 적에 다녀오셨다니 더욱 좋으셨겠어요~ 저도 기회가 되면 비박을 해보고 싶어요 산장 안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것과는 많이 다를 것 같아요~ 부럽네요.

      여름이라도 제가 갔을 때는 날씨가 많이 덥지도 않았고 산행하기 좋았어요 비가 온 마지막날은 조금 힘들었지만요~

  2. 2009.09.01 22: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3. 野生 2010.03.08 04: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웹에서 지리산 종주기 찾아보다 재밌게 읽고 갑니다. 생생한 종주기를 보니 또 가고 싶네요. 아.. 지리산.. ^^

여름방학을 맞아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지리산 종주를 다녀왔다. '언젠가는 꼭 지리산 종주를 하리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실천에 옮긴 것이다. 

8월 3일부터 6일까지 3박 4일 일정이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하루밤, 백소령 대피소에서 하루밤, 장터목에서 하루밤을 지내기로 하였다. 



한 달 정도 전에 계획을 잡은 터라 가기 전부터 들뜬 마음을 주체 할 수 가 없었다.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갔다온 사람마냥 말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 휴가 때 지리산 종주할거예요"라며 자랑도 하고 필요한 등산장비를 빌리기도 하였다.  

여자 둘이서만 지리산에 가냐고 위험하다고 여기저기서 걱정들 많으셨지만 우리는 전혀 굴하지 않았다. 마음 먹은 일은 꼭 해야 하고, 마음은 벌써부터 지리산에 가 있었던지라 그런말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용감하니 말이다.^^ 여자라고 못할게 없지 않은가!

사실 지리산 같은 큰 산에는 위험한 사람 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자연을 사랑하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산을 찾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동네 뒷산 같은 으슥한 곳에나 위험 인물들이 많다. 위험한 사람보다는 험한 산이라 다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많이 해주신 것 같다.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하며 걷기

종주를 준비하면서 한 가지 더 계획을 세웠다. 이왕 종주하는 거 의미있는 일 일을 하나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지리산케이블카 반대'를 위한 종주를 하기로 했다.

사실 선배의 권유가 더 크긴했지만 반대현수막을 들고 일인시위하는 멋진 내모습을 상상하니 이번 지리산 종주가 더 뜻 깊은 시간이 될 것 같았다.

가방에 달 작은 현수막도 선배가 구해줘서 배낭에 매달고, 종주를 시작 하기 전 왜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안되는 이유에 대해 공부도 해두었다. 사람들이 분명 물어 볼테니 말이다. 아마 많이들 물어보시겠지?

지리산은 우리의 보물이다. 지금 세대가 함부로 깍고 부셔야 할 곳이 아닌 미래 아이들에게 물려줘야할 큰 자산이다. 생명평화의 정신이 살아 숨쉬는 이 곳에 케이블카를 짓는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미국은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하나도 없다고 하고, 일본은 만들었던 케이블카를 철거하는 추세라는데 우리나라는 자연보존 지구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 위해 자치단체마다 앞을 다투어 안달이다. 그저 개발이라면 돈벌이가 된다면 무조건 달라든다. 벌써 일곱군데의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되어 있다는데 지리산마저 파괴하려고 한다. 

사람과 자연은 공생하며 살아야 한다. 우주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듯 자연이 파괴되다 보면 사람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어 버린다. 케이블카 징징징대는 소리에 반달사슴곰과 이쁘게 지져귀는 새들, 곤충들 다 떠나고 나면 징징징 소리와 함께 등산을 하게 될 것이다. 과연 그런 산에 사람들이 찾아올까?

종주를 떠나기 전 친구와 함께 노고단으로 가는 차편을 알아보고 먹을 거리와 입을 거리 등 준비물을 챙겼다. 준비물은 이렇다.

지리산 종주 준비물

 

친구가 지리산 종주를 두번이나 해 보았기에 준비물을 상세하게 적어 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산행 준비물은 필요없다 생각하여 챙기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일출 안 볼거라고 랜턴 안 챙겼다가 일정이 바뀌어 고생했다.) 지리산에 날씨는 수시로 바뀌고 무슨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준비물에 있는 것은 모두 챙겨가야 한다.


음식은 식단을 짜서 불필요한 짐을 줄이는 것이 좋다. 식단에 필요한 식재료와 한 끼 정도 분량을 더 챙겨가면 된다. 그래도 음식은 남기 마련이다. 산에서 지내다 보면 나눠먹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에서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좋기에 인스턴트 식품을 몇 개 챙겨 갔지만 그래도 대부분은 유기농 매장에서 구입하였고 준비물은 둘이서 적절하게 나누었다.

준비물을 챙기니 가방이 묵직하다. '이걸 들고 어떻게 오른담?'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시작하고 나면 결국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첫째날은 성삼재에 오후 5시까지만 도착하면 되기에 천천히 출발하였다. 보통 대피소는 오후 5시까지 도착해야 방을 배정 받을 수 있다. 예약을 하고도 연락없이 취소하는 경우가 있기에 다른 사람에게 방을 배정한다. 성수기에는 사람들이 많아 오후 6시쯤에 방을 배정해 주기 때문에 한결 더 여유가 있었다.

마산역에서 하동가는 11시 33분 기차를 타고 13시 53분에 도착였다. 들뜬 마음에 친구와 기차타고 가는 동안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진도 많이 찍었다. 김밥도 사서 기차 안에서 먹고, 역에서 기념 사진도 찍었다.

하동역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하동터미널로 갔다. 터미널은 택시타면 5분이 채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2시 20분 구례가는 버스를 탔는데 최고 성수기라 차가 조금 밀렸지만 시간에 딱 맞춰 구례터미널에서 노고단 가는 3시 40분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구례터미널 과일가게에서 복숭아와 포도를 샀다. 노고단대피소에서 간식으로 먹고 둘째날 아침 식사를 과일로 대신하기로 했다. 버스에는  지리산 종주를 하는 비슷한 크기의 배낭을 짊어진 사람들이 많았다. 왠지 모를 친밀감이 생겼다. 어쩜 우리랑 똑같은 날에 지리산에 오다니 대단한 인연이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제는 함께가야 하는 동지란 말이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봉이 김선달처럼 통행료 받는 얌체같은 절집

성삼재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참 어리없는 일이 벌어졌다. 성삼재 입구에서 사찰 사람이라며 들어와서는 통행료라며 돈을 걷는 것이다. 차량 통행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버스에 타고 있는 승객들 모두를 대상으로 성인, 청소년, 아동으로 개개인마다 통행료를 받아가는 것이다. 

성삼재까지 가는 도로 중 일부가 사찰 소유 사유지이기 때문에 통행료를 받는 것이라는데 이렇게 누워서 떡 먹는 장사가 어디 있단 말이가 참말로 기가 막혔다.

친구는 전에 이미 돈을 못 내겠다고 싸워봤는데 소용없더라며 어쩔 수 없이 내야 된다고 했다. 1분도 채 안되는 거리를 그것도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인데 정부는 이런 것도 하나 해결해 내지 못하는지 참으로 한심스러웠다. 


성삼재에 주차장에는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도착하였다. 야호~기다리고 기다리던 지리산에 발을 내딛는 순간 벌써 천왕봉에 오른 듯한 기분이었다. 우리는 매점에서 비빔밥과 파전을 나누어 먹고 맥주 한캔씩 사들고 노고단산장으로 출발했다. 

스틱을 빼들고 발을 맞추어 가며 걷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다. 도끼병이 있는 우리는 "야야 봤나? 우리 쳐다보더라 여자둘이 왔다고 신기한 갑다", "아니거덩 이뻐서 쳐다 본거거덩" 이렇게 키득키득 농담을 주고 받으며 사진도 찍어가며 걸었다.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니 6시 30분 미리 예약해 둔터라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을 배정 받았다. 둘다 노고단대피소에서는 처음 자보는 거였다. 그런데 방에 가보니 남여가 같은 방인 것이다. 장터목에 잘 때는 안 그랬는데 왜 같은 방을 주는 걸까? 다른 방도 있던데 참 이상했다. 그래도 잘 때는 하나도 신경이 안 쓰이긴 했다.

짐을 정리하고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 산장에서는 등산화가 신고 벗기 불편하므로 가펴운 슬리퍼가 좋다. 잘 옷으로 갈아 입고 밖으로 나와 포도를 안주로 맥주를 마셨다. 완전 꿀맛~ 옆 사람들과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깐 길 옆에서 흐르는 물에 얼굴을 씻으려고 가는데 해가 지고 있었다.

발 아래 구름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붉은 노을과 함께 천천히 해가 내려 가고 있었다. 산 중턱에는 구름이 가득이었다. 그 구름 속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던 해가 이제 일을 마치고 자기도 집으로 가는 것일까? 그 붉은 노을을 바라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따뜻해 짐을 느꼈다. 

하늘 가늑한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

밤중에 화장실에 가려고 밖에 나왔는데 하늘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하늘에 별이 그렇게 많은 건 처음 보았다. 꼭 까만 도화지에 흰물감을 붓에 묻혀 탁하고 여러번 털어낸 것 처럼 무수히도 많은 별들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던 그 밤하늘을 잊을 수가 없다. 친구를 불러 별들이 찬란히 빛나는 밤하늘에 감동하며 지리산 종주 첫 날밤을 보냈다. 비록 잠은 엄청 뒤척였지만 말이다.



Posted by 골목대장허은미, 개똥이샘 골목대장허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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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주완 2009.09.01 08: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산과 하늘, 구름이 멋지네요. 2편은 언제 나오나요?

  2. 산 비타민 2009.09.01 17: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리산의 여운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줘서~~ 땡큐~^^

    나머지 편도 기대할게 ~ㅋㅋ

    마음이 통하는 친구 왔다감^^*

  3. 아찌 2009.09.01 18: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도 잘찍고 글도 잘쓰고 ~

    마음도 곱고 생각도 깊고 .

    친구들 아름답습니다 ^^

    멀리서 아찌가 ~ 다음편 기대합니다. ~

  4. jehkie 2010.11.04 0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깜찍하네요...고등학교 다니던 40여년전부터 생각만 하고 시도를 못하고 있었는데..사실 그 때는 지리산가깝게 살고있어서 가까운 곳은 언제라고 할 수 있겠지하고.. 먼 곳 위주로 산행을 다니던 시절이어서..88년에 화엄사 조금 아래에서 근무하던 때가 있었기는 했는데..겨우 노고단까지 올랐다가 쌍계사쪽으로 내려갔던 경험이 있기는 하지만...그게 전부고...내년 하기 휴가 때는 마눌님과 시간이 괜찮은 아이들과..종주시도를 해봐야지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2편 3편 기대합니다..퍼가서 잘 읽어보고..참고할렵니다...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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