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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불장난하면 정말 이불에 오줌쌀까요?

일곱살 아이들과 지리산으로 졸업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화려한 관광지에서 겉핥기 식으로 둘러 보며 사진 찍고 오는 것이 아닌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면서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캠프지요.

2010/01/11 - [아이들 이야기] - 유치원생들의 특이한 졸업여행 (관련 글입니다.)

프로그램 중에 아이들과 닭을 구워 먹는 시간이 있습니다. 산책을 하며 주위에 나무가지와 나뭇잎을 모아 불을 피워 구워 먹습니다. 일명 불장난을 하며 닭까지 구워먹는 것이죠.


(작년 불장난하던 사진입니다.)

캠프가기 전 아이들에게 흥미를 불어주기 위해 불장난하며 닭바베큐해 먹는다 말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한아이가 그러더군요.

"안되요! 불장난하면 자다가 오줌싼다 그랬어요"
"맞아요 맞아! 우리 엄마가 그랬어요"


그러는 겁니다. 불장난은 놀이에 흠뻑 빠져 놀만큼 재미나기에 신나게 놀다보면 밤에 피곤해 잠에 취해버리죠. 그러면 깨어나지도 못하고, 화장실 가고 싶어도 모르고 잠결로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해주었습니다. 불장남해도 오줌 안싼다고 내가 해봤는데 안 쌌다고 말이죠. 사실 불장난한다고 다 오줌을 싸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들에게 진짜로 불장난하면 오줌 자다가 이불에 오줌싸는지 실험해 보자 하였습니다.

우리가 캠프 간 날은 눈이 엄청 많이 내린 날이었습니다. 윗지방에는 폭설로 인해 사건사고가 많았었죠. 눈 때문에 신나게 놀기도 하였지만 바닥에 나뭇가지와 나뭇잎들이 다 젖어 불장난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따뜻한 지방에 살아 눈 구경이 쉽지 않아 모두 엄청 좋아했는데 좋은 것만은 아니더군요. 그렇다고 못할리 없죠. 혹시나해서 태권도시간에 송판 격파하고 쪼개진 송판을 챙겨왔거든요.
 

바베큐통에 숯으로 불을 피우고 송판을 아이들이 하나씩 넣었습니다. 조금 시시하긴 하지만 그렇게 불장난을 하였지요. 그리고 생닭은 호일로 7번씩 싸고, 철망 위에서 지글지글 구웠습니다.
 
닭바베큐 완성!!  

닭이 구워지기까지 기다리는 아이들 얼마나 기다려지고, 기대되고, 설레였을까요? 닭이 익을 만큼 시간이 지나고 숙소에 들고 들어가 먹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귀여운 아이들 말도 정말 잘 듣습니다.


호일이 벗겨지고 노릇노릇 익은 닭이 나오는 순간 "와~" 환호성을 지릅니다. 보기만해도 군침이 꿀꺽 넘어갑니다. 먹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은 질문도 많습니다.



닭은 순식간에 동이 납니다. 아이들 손이 바쁘고, 언제 닭이 있었냐는 듯이 순식간에 말입니다. 벼까지 쪽쪽 거리며 잘도 살을 발라 먹습니다. 시켜 먹는 닭과는 완전 다르죠. 자신의 힘으로 직접구웠기에, 그리고 캠프와서 함께 먹기에 세상에 둘도 없는 맛이 됩니다.

불장난하면 이불에 오줌싼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이 되었습니다. 진짜 이불에 오줌 싼 아이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죠.

"이불에 오줌 싼 친구있나?"
"난 안 눴어요"
"나도요, 나도"
"봐라 불장난해도 이불에 오줌 안누제?"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이 일을 어쩝니까? 한아이가 진짜 이불에 오줌을 눴다고 다른 모둠(공동체) 선생님이 그러는 겁니다.

순간 말문이 막히더군요. 아이들도 "누구 오줌 쌌데" 말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불장난하면 오줌 쌀수도 있고, 안 쌀수도 있네~ 불장난은 재밌으니까 하고 밤에 이불에 오줌 싸면 옷갈아 입고, 이불 빨면 되지 맞제"

그렇게 오줌싼 아이도 상처 받지 않게 위기를 넘겼습니다. 사실 오줌을 싼 아이는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놀았다는 증거입니다. 칭찬하거나, 상을 주는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렇지 않은가요?

어쨌든 불장난은 위험하지만 정말 재미난 놀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