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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엄마가 두명? 어떤일이 있었기에... 저희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을 '엄마'라고 부릅니다. 선생님이 엄마 같고, 엄마처럼 친한 친구 같은 선생님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지요. 며칠 전 "은미엄마"라며 저에게 다가와 한아이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은미엄마!" "응?" "있잖아~ 나는 엄마가 두명이면 좋겠어" "엄마가 두명? 왜?" "엄마가 두명이면 한 명은 잘 때 나랑 같이 있고, 한 명은 일하러 가면 되잖아"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엄마가 일하러 가셔서 늦게 오시니 잠을 잘 때 옆에 엄마가 있을 수가 없었던 거지요. 그런 마음에 저를 쳐다보니 생각이 났던 모양입니다.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이 또하나 있으니 말이지요. 해맑게 웃으며 아주 기발한 생각이 난 것 마냥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는데 어찌나 마음이 짠하던지요. 유치원에서나마 또 하나.. 더보기
유치원아이들의 작은 도전! 올해 아이들과 재미나고도 어마어마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는 것이었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다는 한라산을 제외하고(제주도는 아이들과 쉽게 갈 수 있는 산이 아니니 제외해도 괜찮겠죠?) 남한에서 가장 높다는 그 지리산을 말입니다. 일곱살 아이들! 지리산 천왕봉을 계획하다. 아이들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도 유치원생으로 겨우 일곱살 아이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지리산 정상에 도전한다는 말만 들어도 정말 입이 쩍! 벌어질 일인데 일곱살 아이들이라니 '세상에 그게 가능해?' 생각하시겠지요. 하지만 저희는 그러한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우리 아이들이라면 가능하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올해 초 교사모임으로 독서토론을 하는데 그때 읽은 '기적의 유치원'이라는 책을 접하.. 더보기
어른들이 다 빼앗고 아이들에게 남은건... 고추밭에 갈적에 건너는 또랑물 찰방찰방 맨발로 건너는 또랑물 목화밭에 갈때도 건너는 또랑물 찰방찰방 고기새끼 붙잡는 또랑물 -또랑물 (지은이 백창우) 가수이자 작곡가이신 백창우선생님은 아이들의 말로 노래를 많이 만드셨는데요. '또랑물'이라는 노래도 아이들이 쓴 시를 바탕으로 만든 어린이 동요입니다. 아이들의 말로 지은 노래기에 아이들이 살아 있는 듯한 진솔함이 있어 백창우선생님 노래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많이 들려주고 가르쳐주지요. 얼마 전 아이들에게 '또랑물'이라는 노래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자연이 노랫말 속에서 느껴지고, 아이들이 자연속에서 뛰어 노는 모습이 상상이 되는 그런 노래였습니다. 역시나 바깥활동을 나가니 아이들 입에서 노래가 절로 흘러나왔습니다. 노랫말에 얽힌 에피소드 바깥놀이를 .. 더보기
제자의 선물 열어 보았더니... 올 해 초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유치원에는 스승의 날이 2월 15일입니다. 1년 동안 선생님과 함께 보낸 아이들이 감사한 마음이 생겼을 때 스승의 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그래서 스승의 날 선물도 엄마들이 아닌 아이들이 깜짝 선물을 준비합니다. 물론 담임이 자기반 아이들과 선물을 준비하는 것은 곤란하겠지요? 그래서 교환수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2월 15일, 스승의 날 당일이었습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침 차량지도를 하고 있었지요. 25인승 버스에 동네를 돌며 아이들을 태우는 겁니다. 그런데 한 아이가 손에 쇼핑봉투를 양손 가득 들고 오는 겁니다. 깜짝 놀라 "이게 뭐야?" 물으니 "선생님들한테 줄 선물이야" 그러는 겁니다. 엄마가 함께 나왔다면 돌려 보냈을테지만 아이 혼자 나왔.. 더보기
달팽이 땜에 점심시간에 빵! 터졌던 사건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뒷정리를 하고 있었지요. 저는 아이들이 먹다 책상과 바닥에 흘린 음식을 닦고 있었고, 도움지기 친구들은 빈 그릇을 급식선생님께 가져다 드렸습니다. (도움지기는 그날 하루 선생님과 친구들을 도와주는 친구를 말합니다.) 그래서 함께 뒷정리를 하고 있었던 거지요. 책상을 열심히 닦고 있는데 몇 명의 아이들이 웅성웅성 모여서는 저에게 오는 겁니다. 손에는 작은 접시가 들려 있었습니다. “은미샘~이거봐요~” “이게 뭐야?” “이거 달팽이예요~ 두 마리~ 급식샘이 우리 줬어요~” “정말? 우와~진짜 좋겠네~” “네! 친구들이랑 보라고 우리한테 줬어요” “그래~ 그럼 친구들하고 시이좋게봐~” “네~” 접시에는 부추 몇 개와 달팽이 두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 날 반찬에 부추겉절이가 나.. 더보기
호주머니 속 아주 큰 사랑 ‘사랑’이라는 단어는 참으로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기분 좋은 말입니다. 사랑은 하는 것에도 받는 것에도 아까울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랑한다는 것도 표현을 잘해야 그 마음을 상대방이 잘 느낄 수 있을텐데요. 하루에 사랑하는 이에게 몇 번이나 ‘사랑한다’고 말씀하시나요? 한 번? 한 번도 아니? 저는 하루 종일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사랑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일부러 많이 하려 노력합니다. 복도를 지나가다가도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00아~사랑해~”라고 말합니다. 조금은 장난스럽게요. 그 말을 들은 아이가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활짝 웃는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스레 사랑한다는 말을 더 많이하게 되더라구요. 얼마 전이었습니다. 교실에서 아이들과 있었지요. 어쩌다가 호주머니.. 더보기
너무 용감한 유치원생들 때문에 난감했던 사연 11월 초, 우리 유치원아이들을 데리고 남해편백자연휴양림으로 가을캠프를 갔었습니다. 편백휴양림이라 가을 단풍은 사실 큰 기대를 안 하고 갔었는데요. 그런데 웬걸요~ 편백나무 사이로 가을 나무들이 울긋불긋 물들어 정말 ‘가을이구나’를 실감나게 해주더라구요. 정말 가을을 마음껏 느낄 수 있었답니다. 매번 캠프를 가면 남해편백자연휴양림으로 많이 갑니다. 대부분의 휴양림은 깊은 산속에 있어 경사가 높은 곳들이 많은데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은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넓고, 운동장만한 넓은 잔디밭도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 정말 좋거든요.(실외수영장도 있어요. 여름에 짱좋지요.) 또 아이들이 자주 오다 보니 길을 잘 알고 있어 안전에도 도움이 되고, 아이들도 익숙한지 마음 편하게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놀이에서도 확장이 일.. 더보기
선생님 머리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 저는 긴 파마머리입니다. 생각해보니 꽤 오랫동안 굵은 웨이브스타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 짧은 머리는 잘 안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이 스타일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가끔은 단발머리를 해보고 싶지만 용기를 못내고 유지하고 있지요. 친구들과 직장 동료샘들은 머리빨(?)이라 놀리지만! 상당 부분 인정합니다. 하하하하 그렇다고 이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어쨌든, 제 머리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좀 있습니다. 뭐 씁쓸하긴 하지만 저의 존재가 아니라 머리카락이 인기가 좋다는 말입니다. 제가 자리에만 앉았다하면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 머리로 달라(?) 들거든요. 우리반 아이들 뿐만 아니라 다른 반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여자친구들이 대부분이지만 남자아이들도 못지 않습니다. 선생님 긴머리가 좋아요. .. 더보기
코딱지 때문에 배꼽 빠져 죽을 뻔한 사연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습니다. 물론 슬프거나 피가 거꾸로 솟는 에피소드도 있지만요. 아이들의 말에는 꾸밈이 없고 순수해 아이들의 말 속에서 배우기고 느끼는 것이 많답니다. 이번 일은 배웠다기 보다 배꼽이 빠질 뻔한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몇 일 전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차안에서 일곱살 남자아이와 다섯살 남자 아이가 하는 이야기 하는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상황은 이렇습니다. 다섯살 아이가 열심히 코를 파고 있었지요. 파다 보니 코딱지가 나왔겠죠? 이걸 어떻할까 두리번 두리번 옆에 형아가 보입니다. 잠깐의 생각 뒤 아이의 장난기가 발동 합니다.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일곱살 형아에게 코딱지를 묻히며 씨익~웃음을 보입니다. 그러나 일곱살 형아 가만이 있을리 없습니다. 일곱살 형: 야! 니.. 더보기
말보다는 뒷모습을 보고 배운다. 조심하자 예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 유치원에는 체육실이 있습니다. 이사 오기 전에는 5층 빌딩에 유치원이 있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건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무실과 체육실은 문을 잠그고 퇴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첫째 시간에 체육수업 있는 날이면 열쇠를 챙겨가야 했지요. 그런데 그게 잘 까먹어 지는 겁니다. 저도 까먹기 싫은데 계속 까먹어 집니다. 이해하시죠? 머리속에 지우개가 사는지...가끔 '나는 왜 이럴까?' 깊은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열쇠를 가지러 사무실에 가면 되는데 그게 또 귀찮아 집니다. 꼭 열쇠로만 문이 열린다면 제가 열쇠를 가지러 사무실에 갔었겠지요. 그런데 문이 또 작은 도구만 있다면 쉽게 열리는 겁니다. 동전이나 가위 같은 것이 있다면 말입니다. 문틈이 크기 때문에 살짝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