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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선생님 머리를 가지고 노는 아이들

저는 긴 파마머리입니다. 생각해보니 꽤 오랫동안 굵은 웨이브스타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 짧은 머리는 잘 안 어울릴 것 같기도 하고, 이 스타일이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가끔은 단발머리를 해보고 싶지만 용기를 못내고 유지하고 있지요. 친구들과 직장 동료샘들은 머리빨(?)이라 놀리지만! 상당 부분 인정합니다. 하하하하 그렇다고 이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어쨌든, 제 머리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좀 있습니다. 뭐 씁쓸하긴 하지만 저의 존재가 아니라 머리카락이 인기가 좋다는 말입니다. 제가 자리에만 앉았다하면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제 머리로 달라(?) 들거든요. 우리반 아이들 뿐만 아니라 다른 반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여자친구들이 대부분이지만 남자아이들도 못지 않습니다.

선생님 긴머리가 좋아요.

                                      <TV동화에 나온 제 캐릭터입니다.>


아이들은 제 머리로 달려들면서 꼭 한마디씩 합니다. "선생님 긴머리 좋아요", "음~향기좋다", "선생님 예뻐요"라면서요. 일단 저에게 기분 좋은 말로 다가와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지마란 소리 못하게끔 합니다. 아이들 상당히 머리가 좋습니다.^^ 그럼 또 제가 넘어가주지요.

이 때는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보통은 머리카락을 만지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하지요. 자기 엄마는 어떤 머리스타일이고, 이모는 어떻고, 아빠는 어떻고, 끝내는 자기도 긴머리 하고 싶다 합니다. 

또 "어떤 스타일로 해줄까요?"라며 저에게 물어 보기도 하고, "선생님 이봐요~이쁘죠?"라며, 자기들이 한 것을 저에게 자랑하기 바쁩니다. 머리카락을 땋거나, 소라처럼 만들거나, 자신들이 하고 온 여러 종류의 머리핀과 머리끈으로 제 머리를 장식합니다. 그래서 제 머리는 명성황후 머리스타일이 자주 연출되곤 하지요.   

선생님 머리카락이 멋진 교구가 되는 순간

제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 때는 보통 네명이 붙습니다. 그리고 주위에 다른 아이들이 대기(?)를 합니다. 대기 인원은 보통 두 세명이지요. 그럼 자기들끼리 의견을 조율합니다.

우선 제 머리카락을 사이좋게 사등분해서 나눕니다. 그리곤 머리카락을 먼저 잡은 네명의 아이들이 먼저 가지고 놀고, 대기하는 친구들에게 "우리가 먼저하고 줄께"라고 말하지요. 여섯살 아이들이 말입니다. 대단하죠? 어른들도 이렇게 조율을 잘하고, 사이좋게 지낸다면 싸울일도 없을텐데 아이들에게 본 받아야 할 부분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요. 아이들이 제 머리카락을 가지고 노는 순간! 제 머리카락은 그냥 머리카락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허은미표 교구가 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주 멋진 교구가 되는 것입니다.

교구라면 교육을 목표로 만든 도구들인데요. 제 머리카락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어찌 교구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유명교구만이 아이들을 발달 시키는 것이 아니다!

몬테소리 교교의 목표

▶ 손은 두뇌발달에 큰 역할을 한다.

▶ 소근육발달 - 말초신경이 있는 손에는 모든 신경이 집중되어 있어 몬테소리 교구는 소근육을 많이 쓰게 되어 두뇌발달에 도움을 많이 준다.

▶ 대근육발달 - 교구를 가지러 왔다 갔다 함으로 써 대근육을 발달 할 수 있게 한다.

▶ 집중력 - 자기가 선택을 해야하므로 집중하고 몰두한다. (자발적 자기훈련)

▶ 지속력 - 실수를 하더라도 끝까지 만드는 끈기가 생김으로써 지속력이 생기며, 성취감과 자신감이 뛰어나게 된다..

▶ 협응력 - 눈과 손에 협응력이 뛰어나게 된다.

▶ 심미감 - 교구가 아름답기 때문에 심미감을 느낀다.

▶ 선택할 수 있는 능력 - 여러가지의 교구 중 선택을 해야 하므로 스스로 선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 실수를 인정하는 아동 - 처음부터 잘 안만들어짐으로써 많은 실수를 하게 되고, 실수를 인정하는 아이가 된다.



위의 내용은 몬테소리교구의 목표입니다. 한 때는 이 교구가 유명해져 유치원에서 너도 나도 교구를 사들여 수업을 했고, 부모들도 가정에서 구입해 아이들이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했지요.

저도 유아교육을 전공했기에 공부할 당시 과목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배울 때에는 '아이들을 말도 못하게 조용히 앉혀 이걸하게 한다니! 과연 재밌을까? 이건 고문이야!'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요. 그래서 싫어했던 과목 중에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몬테소리가 아주 훌륭한 학자였다는 걸 알았습니다. 몬테소리가 교구를 만든 의도와는 다르게 교구가 상업적으로 변질되면서 일어난 병폐라는 것을 깨달았지요. 몬테소리의 유행이 끝나고, 그 뒤로 또 새로운 교구들이 마구마구 나타나는 식의 사실이 이것을 증명해 줍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많은 부모들은 착각합니다. 교구를 가지고 놀면 배움이 일어나고, 교구가 아닌 놀잇감은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착각말입니다. 몬테소리나 가베를 가지고 놀면 공부한다 생각하지만 제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면 그냥 논다라고 생각하실 거거든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유명 교구들만이 저러한 교육 목표를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놀이를 만들고, 그 과정에서 친구들과의 질서와 규칙을 만들고, 놀라운 집중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자신의 생각하는 대로 표현해내는 제 머리카락도 아주 훌륭한 교구라고 생각합니다.

제 머리카락 뿐만 아닌, 하찮아 보이는 흙도, 물도, 나뭇잎도, 돌멩이도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모든 놀잇감들은 아주 휼륭하다고 믿습니다.

근데 저 대머리되면 어쩌죠?

"아야!"

"에이~좀 참아봐라~"

"아푸다이가~ 좀 살살해봐라"

"무슨 엄마가되가지고 그것도 못참나~"

저를 엄마라고 부르는 우리반아이들 제 머리카락을 가지고 놀 때 대화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아이들이 제 머리를 가지고 놀다보면 어른 손이 아니니 머리카락이 제법빠집니다. 제가 머리숱이 좀 많은데요. 그래도 걱정입니다. 이러다가 대머리되면 어쩌죠?

그래서 몇번 하지말아달라 했더니 아이들이 제 머리카락만 보면 손들이 주위를 맴돕니다. '만질까말까' 동작 처럼 말입니다.

뭐 교구가 제 머리카락만되는 것은 아니니 다른 놀이들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가지고 놀게 해야할까요? 재미난 고민에 빠져봅니다.  

글 읽으신 당신! 행복하고 좋은날되세요~^^

 


2011년 10월 13일 교과부 블로그 아이디어 팩토리에 포스팅 되었습니다.

어른 생활 리듬에 맞춰진 아이들에게 어떤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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