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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달팽이 땜에 점심시간에 빵! 터졌던 사건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뒷정리를 하고 있었지요. 저는 아이들이 먹다 책상과 바닥에 흘린 음식을 닦고 있었고, 도움지기 친구들은 빈 그릇을 급식선생님께 가져다 드렸습니다. (도움지기는 그날 하루 선생님과 친구들을 도와주는 친구를 말합니다.) 그래서 함께 뒷정리를 하고 있었던 거지요.

책상을 열심히 닦고 있는데 몇 명의 아이들이 웅성웅성 모여서는 저에게 오는 겁니다. 손에는 작은 접시가 들려 있었습니다.

 

 

은미샘~이거봐요~”

 

이게 뭐야?”

 

이거 달팽이예요~ 두 마리~ 급식샘이 우리 줬어요~”

 

정말? 우와~진짜 좋겠네~”

 

! 친구들이랑 보라고 우리한테 줬어요

 

그래~ 그럼 친구들하고 시이좋게봐~”

 

~”

 

접시에는 부추 몇 개와 달팽이 두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 날 반찬에 부추겉절이가 나오더니 급식선생님께서 부추를 손질하시다 발견하신 모양이었습니다. 그걸 도움지기 하던 아이들이 기큭하다며 주셨던 겁니다.

급식샘에게 큰 상이라도 받은 듯이 좋아하던 세 명의 아이들. 도움지기를 하며 자기들만 받았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그렇게 세 명이 유치원 곳곳을 함께 다니며 친구들과 형들, 동생들에게까지 자랑을 하고 다녔습니다.

 

<달팽이를 지켜보는 아이들입니다.>

 

웅성웅성 모여 달팽이를 지켜보는 아이들 야야야! 밖으로 떨어지겠다!” 그러면서 달팽이가 기어 나와 접시 끝에 다다를 때면 손가락으로 톡 건드려 달팽이 집안으로 속 들어가게 만들고, 재밌다며 키득키득 웃음바다가 됩니다. 또 달팽이가 반대로 가게 만들면서 접시에서 떨어지지 않게끔 하며 달팽이 구경이 한참이었습니다.

얼마 뒤 사건은 일어났습니다. 옆에서 구경하던 한 아이가 달팽이 한 마리를 가지고 도망간 것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것에서 성에차지 않았겠지요. 자기 손으로 더 많이 보고 싶었던 겁니다. 아이다운 용감함입니다. 그러나! 빼앗긴 친구며 보고 있던 아이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으앙~~~~!!!! 썬쌩니~~! 00이가 달팽이 훔쳐갔어요오오오오오옷~!”

 

잡아라~!!!”

 

사건이 터질 것은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야 아이답지요. ㅋㅋㅋ 달팽이를 어쨌는지 도망친 아이 손에는 벌써 달팽이 한 마리가 사라지고 없고 남은 달팽이 한 마리만이 접시에 남아 있었습니다. 어쨌든 달팽이를 빼긴 아이와 도망간 아이부터 달래고, 남은 달팽이를 제가 접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모두 정리 시키고 모여 앉았습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저의 구구절절한 설득(?)과 함께 잔소리가 시작 되었지요.

 

이제 이 남은 달팽이 어떻게하면 좋을까?”

 

우리가 키워요!”

 

달팽이를 키우자고?”

 

! 교실에서 키우면 되잖아요 통에 넣으면 되요

 

통에? 통에 갇혀 있으면 달팽이가 좋아할까? 선생님 같으면 엄청 싫을 거 같애

 

괜찮아요~”

 

애들아~ 생각해봐라~ 달팽이는 자연에 사는데 이렇게~ 넓은 자연에 있다가 요렇게 작은 통에 갇혀서 살면 얼마나 힘들겠어? 엄마도 못보고~아빠도 못보고~ 엄청 슬플걸~!”

 

달팽이도 엄마 아빠 있어요?”

 

당연하지~! 너희도 누가 잡아가서 조꼬만한 통에 가둬 놓고 키우면 기분 좋겠어?”

 

아니요!”

 

그렇지? 그러니까 달팽이도 엄청 싫을걸? 그리고 유치원에는 밤에 캄캄하고 아무도 없잖아 얼마나 무섭겠어

 

그럼! 내가 아침 일~~~~~~~~찍 올게요!”

 

나도요 나도!”

 

아이고~설득 시키다 완전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완전 해맑고 진지한 얼굴로 엄청난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한손을 번쩍 들며 자기가 아침 일찍 오겠다는 겁니다. 그 표정을 보셨어야하는데 정말 아쉽네요. 우리 아이들 정말 순수하고 귀엽죠?

정말 간신히 설득 시켜 자연으로 보내주었습니다. 마침 그 날이 비가 오는 날이었거든요. 교실에서 키워야했음이 맞은 것이었을까요?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이런 아이들과 대화하고 만날 수 있음에 참으로 행복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