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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나뭇잎 이불 덮어보셨나요

아이들과 나뭇잎, 나뭇가지, 열매, 씨앗들을 주워 자연물 액자만들기를 하기 위해 자연물 담을 비닐봉투를 하나 들고 잔디밭으로 갔습니다.
 
"와~가을이다!" 할 만큼 잔디밭은 완전 가을색으로 뒤덮여 있었고, 바닦에는 많은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포근해지더군요. 다행히 햇볕도 쨍쨍하고 찬바람도 불지 않았습니다.


요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바깥놀이를 자주 못갔는데 오랜만의 나들이라 아이들 또한 신이 났습니다. 한 친구가 그러더군요 다 줍고 놀고가면 안되냐구요. 이런 기회를 아이들이 놓칠리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보물을 찾는 것 마냥 아이들이 큰 나뭇잎, 작은 나뭇잎, 색이 다른 나뭇잎, 열매와 씨앗들을 주워와 저에게 자랑을 합니다.

"선생님 보세요. 이쁘죠?",
"이거 신기하게 생겼죠?",
"선생님 이거는 진짜 커요"

뭘 주워올 때마다 꼭 한마디씩 합니다. 그럼 정말 그렇다고 잘했다고 칭찬해 줍니다. 그럼 아이들은 으슥해지고 자기가 보기에 더 좋은 보물을 찾으러 갑니다.


자연물을 찾는 범위는 점점 넓어지고, 잔디밭 구석구석 뒤집니다. 급기야 나무를 타는 친구까지 나오더군요. 나무 위에 열매를 딴다구요. 우리 아이들 정말 용감합니다.

그렇게 나뭇잎, 열매, 씨앗들을 많이 모았습니다. 그러면 놀아야겠지요. 그래서 주위에 널려 있던 나뭇잎을 허공으로 날렸습니다. 꼭 눈이 날리 듯 말입니다. 아이들 머리 위로도 뿌리고, 제 머리 위로도 날리고, 소리까지 "와~" 질렀습니다.


순식간에 하늘에서는 나뭇잎 눈이 내렸습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그리고 영화 속 한 장면 처럼 "나 잡아봐라"하며 달리고, 뒤쫒기도 하고, 잔디밭은 아이들의 웃음 소리로 배경음악이 흐르던군요.

그렇게 신나게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저쪽으로 가자고 합니다. 은행나무 주위에 은행나무 잎이 떨어져 있어 노란 이불 같다고 하면서요. 그래서 쳐다 보니 정말 그렇게 보이더라구요. 진짜 이쁘다며 몇 명의 아이들과 갔습니다.
 



그리곤 은행나무잎을 푹신한 침대처럼 아이들과 모았습니다. 그리곤 그 아이보고 그 위에 누워라 하고, 위에 은행나무잎 이불을 덮어 주었지요. 어찌나 좋아하던지요. 그 다음엔 나라며 자기들끼리 순서를 정하고 한참을 그렇게 놀았습니다.

어떤 어른들은 쯔쯔가무시 같은 것을 두려워하며 이렇게 놀면 안 된다고 걱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이렇게 뛰어노는 아이들은 병을 이기는 힘도 훨씬 강하다고 생각합니다.

흔한 나뭇잎으로 저희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대형마트에 파는 어떤 장난감도 이런 행복감을 주지는 못하겠지요. 아이들 마음에도 제 마음에도 행복한 추억 하나 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