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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걸어서 바다까지, 일곱살 아이들의 모험 !

저번 주 아이들과 바다까지 걸어서 다녀왔습니다. YMCA에서 봉암동 갯벌까지 말입니다. 아이들 걸음으로 2시간 남짓 되는 거리지요.(정확히 1시간 50분 걸렸어요)


작년 일곱살 아이들과 갔었을 때는 처음 해보는 모험이라 걱정도 많이 되고, 준비에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다녀온 경험이 있던 터라 어렵지 않게 준비하였습니다. 정말 경험이라는 것은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생각했습니다.   

2008/12/01 - [아이들 이야기] -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주먹밥 (작년에 쓴 글입니다.)

우선 아이들과 떠나기 전날 부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무슨 활동을 할때 규칙은 이렇다고 교사가 일방적으로 일러주는 것보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함께 규칙을 정하는 것이 활동의 재미와 참여도을 높여줍니다. 아이들과 정한 규칙, 준비물은 이렇습니다.

1. 바다반샘보다 뒤에 가고, 열매반샘보다 앞에 걸어 간다. (교사 2명이 아이들을 앞, 뒤로 지켜줍니다.)
2. 신호등을 건널 때는 한눈팔지 않는다.
3.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으면 힘내라고 응원해주고, 도와준다.
4.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간다.

아이들 준비물: 반만 얼린 물, 간식 조금, 운동화
교사 준비물: 주먹밥, 깍두기, 비상약품

간식은 미리 학부모님께 알려 챙겨주시게끔 하고, 주먹밥은 열매반샘과 전날에 재료를 썰어 놓고, 아침 일찍 만들었습니다. 만든 주먹밥은 위생봉투에 하나씩 담아 아이들에게 각자 몫을 챙겨 주었지요. 그리고 깍두기는 한 공동체에 하나씩 돌아가게끔 조그만 통에 담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 표정을 보니 모두 들뜬 얼굴입니다. 아침에 만난 다른반 선생님이며, YMCA 여러부서 직원분들께 "우리 걸어서 바다까지나 가요"라며 자랑이 대단합니다. 아이들 힘나라고 이것은 일곱살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해주었거든요. 덕분에 자부심이 최고입니다.



모두들 화이팅을 외치고 드디어 출발!! 바람 한점 없고, 적당한 구름이 햇살을 가려주어 걷기 좋은 날씨입니다. 중간중간에 노래도 부르고, 아는 곳이 나오면 반가운 사람을 만난것 마냥 반가워합니다. 걷는 중간 힘들면 쉬어가자 그래도 괜찮다며 어찌나 씩씩하던지요. 그래도 힘든 친구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설득해 두번 쉬었습니다. 


바다가 보이니 아이들이 괴성을 지르더군요. 얼마나 바다가 반가웠을까요? 얼마나 기뻤을까요? 그리고 봉암갯벌에 도착했을 때의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과 싸온 주먹밥과 간식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먹는 밥이 몸도 건강하게 해주겠지요. 저희는 봉암갯벌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신나게 놀았습니다.



비바람을 맞아보아야 쭉정이가 아닌 알곡이 된다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힘들고 고생스러운 일은 시키지 않으려 합니다. 물론 아닌 분들도 계시지만 보통 그렇지요. 아이가 다치지 않고, 마음 아프지 않고, 힘든 일하지 않고, 곱고곱게 자라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어 주길 바랍니다.


하지만 곱게만 키우면 그런 아이로 자라주지 않습니다. 그리고 공부만 잘한다고 행복한 삶을 만들 수 있는 것더 아닙니다. 여러 상황을 만나 보고, 모험도 해보아야 문제를 해결해 가는 힘과 창의력도 생기고, 많은 것을 보고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야 감수성도 풍부해집니다. 그래야 좋은 것이 무엇인지 싫은 것이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그래야 머리도 좋아지겠죠.

어른들이 도와 주기만 하면 이런 능력이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스스로 겪어 보아야 나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독립심을 만들고, 다른사람들과 함께 해보았을 때 사회성이 발달합니다. 

비바람을 맞아 보아야 쭉정이가 아닌 알이 가득한 곡식이 되는 것입니다. 그랬을 때만이 온전히 자신의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공부만 잘하는 것이 삶의 전부가 아닙니다.


걸어서 바다까지는 사실 교사인 저도 힘든 거리였는데요. 참고 인내하며 걷는 아이들이 참 대견스러웠습니다. 이번 경험으로 참는 힘과 할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이들 마음에 커졌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