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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이야기

내마음이 느껴지나요? 아날로그식 선물의 매력

아이들 졸업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시원섭섭하다는 표현보다 섭섭함이 더욱 큽니다. 일곱살 아이들이기에 아니 이제 여덟살기에 정말 유치원을 떠나니까요. 마지막이라는 거 그 자체 만으로도 아쉬움이 생깁니다.

졸업식이 되면 저희는 아이들에게 앨범을 선물로 줍니다. 일년 동안 함께 생활하며 교사가 직접 찍은 사진을 앨범 한권을 수작업으로 만들어서 말입니다. 한권 만드는데 상당한 정성과 시간이 필요 합니다.

<제가 꾸민 앨범입니다>

그런데 다른 유치원에서 일하는 친구 이야기를 들으니 사진도 사진기사님이 오셔서 찍어 주시고 앨범도 앨범만드는 프로그램에 사진만 삽입시키면 하나하나 꾸미지 않아도 이쁘게 인쇄 되어 짠 하고 멋지게 완성이 된다고 하더라구요.

<앨범 제작해주는 곳에서 만든 앨범입니다. 잘 보이는 적당한 사진이 없네요.>

제가 만드는 방식을 이야기 했더니 "너희는 아직도 그러나?" 그러는 겁니다. 힘든데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냐는 것이겠죠.  

이야기를 듣고 교사가 찍은 사진과 사진기사님이 찍은 사진 그리고 교사가 수작업으로 만든 앨범과 짠하고 멋지게 나온 앨범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아이와 교감하는 교사, 아이의 성향을 아는 교사

우선 사진기사님이 동행하셔서 사진을 찍어 주시면 성능 좋은 카메라로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활동 모습을 잘 담아 내실겁니다. 사진도 잘 찍으실테니 구도는 말할것도 없겠지요. 그리고 교사가 일일이 아이들 사진을 찍지 않아도 되니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사진이 그럴 듯 하게 찍힌다는 것이죠.
 
사진기사님은 직업이 사진을 잘 찍을 수 밖에 없고, 교사는 교사마다 다릅니다. 안 좋은 카메라를 들고 있어도 사진을 잘 찍는 선생님이 있고, 좋은 카메라를 들고 있어도 못 찍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겁니다.

하지만 교사는 아이마다의 성향과 개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사진기사님과는 느낄 수 없는 아이와 교사만의 교감이 있지요. 예술적으로 찍지는 못하겠지만(간혹 찍을 때도 있습니다.^^) 한 아이마다 그 아이다운 사진을 담아 낼 수 있다 생각합니다.

마음과 정성이 담긴 소중한 선물이 된다.

앨범을 만들 때는 첫번째로 한해 동안 찍은 사진들을 인화합니다. 그리고 아이별로 사진을 분류합니다. 그 다음은 주제별로 나눕니다. 캠프활동, 특별활동, 교실, 바깥활동으로 나눕니다. 그럼 사진 준비는 완료. 

다음은 꾸미기 할 재료를 준비합니다. 색상별 색지를 여러가지 모양의 펀치로 뚫습니다. 생각보다 힘들고, 고된 작업입니다. 힘을 줘야 하기에 어깨가 뭉치기도 하지요. 모양이 30가지는 족히 되니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활동별 글자도 인쇄해 오리고, 색상별 색지를 길게 자르기도 하고 여러 모양의 스티커도 준비합니다. 그럼 앨범 꾸미기 재료 준비 완료.

사진을 앨범 한바닥씩 배치해가며 붙히고, 여러 테마로 꾸며 줍니다. 18장짜리 앨범이니 36바닥입니다. 준비 시간을 제외하고 꾸미기 작업 하는데만 3~4시간 가량 걸립니다. 수업마치고, 다음날 수업 준비하고 나머지 시간을 이용해 만들다 보니 하루에 한권에서 두권정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럼 반아이들 앨범을 모두 만드는데 한달 가량 걸립니다.

혼자서 할 때도 있고, 교사들끼리 서로 공유하며 재미나게 할 때도 있습니다. 역시 무슨 일이든 사람들과 함께 해야 흥이 나고,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물론 힘은 듭니다. 그런데 힘든만큼 보람과 애착이 생깁니다. 한권 한권 완성되어 갈 때마다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완성된 앨범을 한장씩 넘겨보며, 이 앨범을 받아 지금 내모습 처럼 아이도 흐믓한 표정을 짓겠구나 생각하면 왠지 모를 뿌듯함에 정말 기분이 좋아집니다.    

반면 사진기사님이 찍은 사진은 기사님께서 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삽입만 하면 한권으로 인쇄되어 나옵니다. 웨딩앨범 아시죠? 그것처럼 앨범자체에 인쇄되는 겁니다. 교사가 고생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앨범은 입이 딱 벌어지게 멋집니다.

물론 모든 유치원이 그런건 아닙니다. 교사가 시진은 찍고 앨범은 만들어 주는 곳에서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진기사님이 찍어 주시고 앨범을 끼우기만 하면 되는 앨범을 이용해 만들기도 하구요. 

졸업 선물인 만큼 힘은 들지만 정성과 사랑으로 만든 앨범, 그럴듯해 보이지는 않지만 교사의 마음이 아이에게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