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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비밀작전 펼치는 2월의 스승의 날

제가 일하는 YMCA에서는 매년 2월 15일에 스승의 날을 합니다. 한 해 동안 아이와 교사가 함께 지내면서 교사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충분히 느낄만한 시기에 하는 것이죠, 새학기 중간에 하는 5월 15일 스승의 날은 아이가 교사에 대한 감사함 보다는 학부모가 아이를 대신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학부모는 '내아이를 더 잘 봐달라'는 마음에서 과도한 선물이나든지 돈봉투가 오가기도 하지요. 물질을 통해 이루어지는 스승의 날은 학부모에게도 큰 부담이 됩니다. 이런 변질된 문화를 개선해 아이가 교사에게 감사하고, 부모와 교사가 마음을 나누는 날로 바꾸어 가기 위해 2월에 스승의 날을 하는 것입니다. 

비밀작전을 펼치는 교환 수업

저희는 2주에 걸쳐 교환수업을 합니다. 교사가 자기반 아이들에게 "나에게 감사해라"고 수업을 하긴 민망하지요. 그래서 담임을 바꾸어 수업을 진행합니다. 그럼 바뀐선생님과 반아이들이 마음을 합쳐 담임교사를 위해 선물과 공연 준비합니다. 수업 내용은 무조건 비밀입니다. '비밀작전'을 펼치는 것이죠.
 
<아이들이 만든 선물이예요>
그럼 아이들도 굉장히 신나합니다. 담임교사를 마주치면 아이들끼리 "쉿! 쉿!" 거리며 "말하면 안돼! 비밀이야"라며 서로 이야기합니다. 다 들리게 말입니다. 자기네들 끼리 난립니다. 그런 귀여운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지요.

그래도 연령이 높은 아이들은 비밀을 제법 잘 지킵니다. 그런데 연령이 낮은 아이들은 비밀을 지키기가 참으로 힘들지요. 다섯살 선생님은 스승의 날 행사도 하기 전에 아이들이 무엇을 준비하는지 다 알아버립니다. 그래도 어린 아이들의 공연은 보는 것 만으로도 귀엽고 사랑스러워 알아버리는 것쯤은 괜찮습니다.


아이가 만나는 모두가 스승

아이들에게는 담임교사만이 스승이 아닙니다. 아이가 아는 모든 사람들에게서도 배움은 일어납니다. 처음만난 부모에서 부터 할머니, 할아버지, 동네사람들, 형, 누나, 지역사회 모두가 아이의 스승됩니다. 

그중에서도 YMCA에서 지내면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할 분들을 아이들과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침에 버스를 태워 주시는 기사님, 몸에 좋은 밥을 해주시는 급식선생님, 모든 걸 잘 할 수 있게 도와주시는 아빠선생님(보통 원장님이라 그러죠), 매일 체육수업 해주시는 체육선생님, 국악 악기를 쳐서 시끄러워도, 신나게 떠들고 놀아도 참아주시는 YMCA 주변의 사시는 분들(주유소, 사진관, 공동품점, 뒷집, 옆집, 음식점, 특히 놀이터 옆 슈퍼), MBC 방송국 잔디밭을 우리집 마당처럼 이용하게 해주시는 방송국 사람들, 마지막으로 수영장까지 정말 많습니다.

이분들에게는 아이들이 조금씩 가져온 쌀을 합쳐 팥시루떡을 방앗간에서 지어 나누어 먹습니다. 그냥 방앗간에서 주문해 먹어도 되지만 아이들 자신이 참여했다는 마음이 들게 하기 위해 쌀을 가져 오게 하는 것이죠. 

그리고 가래떡도 지어 스승의 날에 점심으로 떡국을 끓여 먹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내가 가져온 쌀로 만든거라며 좋아하지요. 스승의 날 당일에는 다과도 준비하고 한복도 입고 옵니다. 스승의 날이 잔칫날이 되는 겁니다. 아이와 교사가 함께 준비하고 즐기는 스승의 날 어느 값긴 선물보다도 소중한 경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