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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친구가 "침 밷고 젓가락으로 찔러요"

수업이 끝나고 전화 한통이 걸려왔습니다. 우리반 부모님이셨지요. 아이가 집으로 돌아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데 몇 일 동안 같은 말을 해 아이 말이 사실인지 궁금해 전화하셨다고 하셨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재원생인 OO이가 점심시간마다 괴롭히는데 푸우~하며 침을 밷고, 젓가락으로 장난을 거는데 OO이가 재원생 친구들에게는 잘해주고, 신입생인 친구들은 괴롭힌다."
 선생님한테 말해서 OO이가 몇 번 야단 들었는데도 계속 그런다는 겁니다.

(까칠이와 복댕이를 밝힐 수 없어 작년 저희 반 아이들의 예쁜 표정이 담긴 사진을 올립니다.^^)

그럼 쉽게 표현하기 위해 괴롭힌 아이를 까칠이, 당한 아이를 복댕이로 표현하겠습니다.

우선 평소 까칠이와 복댕이의 모습을 떠올려보았습니다. 둘은 같은 책상 옆자리로 앉다보니 다른 친구들의 비해 충돌이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까칠이는 지루한 일을 참지 못하는 편인지라 밥먹는 동안에는 옆친구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지요. 그러니 둘이 충돌이 생긴겁니다.

복댕이의 말에 의하면 재원생 친구들에게만 잘해준다는데 복댕이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될만 합니다. 재원생들끼리는 알고 있는 사이고, 신입생들은 잘 모르니 잘 아는 아이들끼리 많이 놀겠지요. 그러니 복댕이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겁니다. 그런데 까칠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래도 복댕이에게 관심이 있으니 장난을 더 걸었겠지요.

그리고 저는 아이들에게 친구가 싫은 행동을 하면 "'하지마'라고 3번 말해보라"고 아이들에게 일러두었습니다. 무조건 도움을 요청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해보도록 하고, 그래도 안되면 저에게 도움을 청하라 말했지요.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연습은 아이들에게 참으로 중요합니다. 문제는 하지마라 말해도 계속그런다는 거지요. 그래서 부모님께 알고 있는대로 설명해 드리고 복댕이에게도 일러 두었습니다.
 
"복댕아, 내가 까칠이한테 너가 힘들어 하고 싫어 한다고 말해주께 그리고 또 그러면 선생님한테 말해 내가 널 지켜줄께"

일단 복댕이에게는 조금의 신뢰가 쌓였겠지요. 다음날 놀고 있는 까칠에게 조용히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까칠아 있잖아 큰일났다"
"왜요?"
"어제~ 복댕이 엄마가 선생님에게 전화가 온거야"
"(어리둥절함)"
"그런데 니가 복댕이한테 침밷고 젓가락으로 막 이렇게(흉내)한다면서 화내시는거라"
"....."
"그래서 까칠이한테 선생님이 말하면 안 그럴거라고 말했어"
"흐흐(어색한 웃음)"
"조심해야겠다 맞제?"
"네~"

꼭 친구에게 말하듯, 야단치지 않고 말했습니다. 까칠이에게 최대한 협박으로 들리지는 않고, 교사인 제가 자기 편임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까칠이와 복댕이에게 서로 자신들의 든든한 응원자임을 알렸지요.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해주길바랍니다. 그리고 까칠이를 몇 일 동안 지켜보았습니다.

정말 그 뒤로는 복댕이를 괴롭히는 일이 확 줄었습니다. 친구가 좋아하는 행동으로 다가가려는 모습을 보이더라구요. 이만하면 골목대장 노릇 잘 한거 맞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