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일곱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요. 올 해는 저희 반에 다섯살 아이가 함께 있습니다. 왜냐구요? 다섯 살이면서 다섯 살 반에 안 가려고 해서 말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올 해 저희 유치원에 일곱살 오빠와 다섯 살 여동생이 함께 다니게 되었습니다. 보성이는 여섯 살때도 제가 일하는 유치원에 다니고 있었는데, 올해 다섯 살반에 동생 유나도 입학하였습니다.
동생들이 시내반 선생님만 나타나면 기겁을 합니다. 혹시나 오빠만 놔두고 자기를 데려갈까봐 말입니다. 꼭 다섯살 담임선생님이 무서운 도깨비가 된 듯합니다. 잡아가지도 않는데 정색을 하니 참 난감한 상황이지요.
그럼 억지로 때야 할까요? 그럴 수는 없지요. 아이의 불안만 심해질뿐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아~우리 오빠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진 것이 아니구나"라고 생각이 들고, 오빠를 의지하지 않아도 혼자힘으로 지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줍니다. 결국 다섯 살 꼬맹이들은 나중에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스스로 자기반을 찾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어린 아이를 돌보느라 큰아이들이 피해보는게 아니냐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유나 부모님도 저에게 죄송하다 연거푸 말씀하십니다. 과연그럴까요? 물론 인원이 늘었으니 손이 더 가는 부분도 생기겠지요. 그런데 그건 좋은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곱 살도 어린나입니다. 다섯 살에 비해 겨우 두살이 많은데도, 일곱 살 아이들은 동생이 오면 정말 형아, 오빠 노릇을 잘합니다. 정말 듬직한 모습으로 동생을 챙겨주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가르쳐 줍니다. 친구들에게 하는 행동과는 또 다릅니다.
한편, 유나 역시 다섯살반 친구들과 있을 때보다도 어떤면에서는 더욱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오빠에게서 떨어지기 싫어서, 혹시 일곱 살 형이나 언니 보다 못하면 자기반으로 가라고 할까봐 그러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일곱 살 아이들과 같이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신체활동도 합니다. 힘에 부치는 모습이 역력한데도 물어보면 절대로 힘들지 않다고 합니다.
사실 저는 다섯 살 꼬맹이가 저희 반에 같이 섞여있어도 다른 분들이 걱정하는 것 만큼 많이 힘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형아와 동생들의 생활에서 서로에게 더 큰 배움이 일어나니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생각합니다.
유나처럼 오빠와 헤어지기 싫어서 저희 반에서 생활하던 주현이는 2주일쯤 저희반에서 지내다가 자기반으로 스스로 내려갔습니다. 일주일 정도 일곱 살 반에 있다가 다섯 살 반으로 내려가더니 다시 올라오고, 다시 왔다 갔다를 반복하더니 이제는 자기반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나는 아직도 저희반에 있습니다. 입학한지 두달이 다 되어가는데 말입니다. 꽤 오래가는 편이지요. 사실 졸업할 때까지 함께 있어도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연령별에 맞추어 수업을 하고, 유치원 체계가 그렇다보니 요즘은 시내반 선생님과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형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유나가 씩씩해져서 시내반에 갈 수 있도록 해주자며 화이팅도 외쳐주고, 시내반에서 재미난 활동으로 유나를 유혹하게 하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천천히 기다려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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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세살짜리 시언이는 다섯살짜리 영언이와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버스 탈 때 말고는 서로 만날 일이 없다고 하네요.
뭐 독립심이 있어서 좋다고도 볼 수 있겠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둘 사이가 별로랍니다.
둘 다 똑같겠습니다만 시언이가 좀 '행패'(?)를 부리는 편이죠.
언니랑 조금만 마찰이 있어도 바로 주먹이 날라가니까요.^^
어제는 둘 다 아파서 집에 뒀는데
아이 돌봐주는 아주머니 말로는
둘이 거의 같이 놀지를 않았답니다.
좁은 집구석에서 혼자 놀았다는데
설마 커서까지 그러지는 않겠죠?
지금은 시언이가 말도 잘 못하고 의사소통능력도 떨어지다보니
서로가 서로에게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그나저나 유나는 세상살이가 든든하겠습니다. 하하.
제 딸이 어렸을 때, 언제나 오빠와 함께 다니길 원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