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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이야기

만져봐야지, 눈으로만 보는 건 고문이에요

요즘 유치원에서 장수풍댕이 키우기가 한참입니다. 거래처에서 아이들과 키워보라며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몇마리 주셨거든요. 장수풍뎅이는 잘 아시죠?

그런데 장수풍뎅이 에벌레 보신적 있으신가요? 남자 어른 엄지손가락 만한 왕애벌레 입니다. 그렇게 큰 줄은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우리반에도 한 마리가 왔습니다.


아이들과 매일매일 관찰하며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사랑의 말도 전하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 성장 하였을 때는 자연의 품으로 날려 보내주어야 겠다고,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수 있겠다고  마음 속으로 계획도 세웠습니다.

성충으로 성장하기까지 한 달 조금 더 걸린다고 하니 아이들과 키우기에 참 좋겠지요?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 애벌레를 안 만지는건 고문이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왕성합니다. 궁금한 것은 손으로 직접만져 보기도 하고, 입에 갖다 대보기도 하며 어쨌든지 온 몸의 감각을 활짝 열어 확인을 합니다.

아기들을 생각해보면 무엇이든지 입으로 가져가 빨잖아요. 그건 본능적인 것인가 봅니다. 크면서 조금씩 조심스러워지며
본능적인 것에서 조금씩 벗어나는듯 합니다.



애벌레가 교실에 오던 날, 아이들과 미리 약속을 하였습니다. 애벌레는 온도가 차가워 우리의 따뜻한 손으로 많이 만지면 괴로울 거라고, 애벌레가
장수풍댕이로 잘 자랄 수 있도록 만지지 말고, 눈으로 매일 보고, 사랑의 말도 전하며 우리가 지켜주자고 말입니다.


사실 그렇게 하기란 아이들에겐 고문입니다. 살짝이라도 건드려 봐야겠지요. 그래야 아이다운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 반은 25명입니다. 하루에 한번씩만 건드려도 애벌레는 힘이 들겠죠. 물론 정말 약속을 지키는 아이도 있지만 몇 안되고...애벌레는 힘들어지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만지고 싶은 만큼 만지지 않고, 참고 참으며 만졌을 거라 생각합니다. 애벌레는 일주일 정도가 지나니 번데기가 되었습니다. 번데기가 될 때까지 아이들과 지켜준 것입니다. 모양도 장수풍댕이의 모양으로 변해 딱딱해졌습니다.

그런데 딱딱해지고 나니 아이들이 더욱 자주 만졌던 겁니다. 애벌레를 키워보자고 한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그래도 장수풍댕이가 될 때까지 키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타깝게도  죽고 말았습니다.


이것을 어쩌나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장수풍뎅이가 되기도 전에 죽어버렸고, 이 죽음을 아이들과 어떻게 풀어나갈까하고 말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을 하거나, 땅에 묻히거나해서 자연으로 돌아갑니다. 장수풍뎅이를 화장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땅에 묻어 주기로 하였습니다.

장수풍댕이 장례식 치르다.

우선 장수풍댕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동안 고맙고 미안했다고, 장수풍뎅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돌아가며 하였지요. 이제는 마음 아프지만 보내 주어야 합니다. 아이들과 유치원 앞마당으로 나가 구석에 구덩이를 팠습니다. 그리고 두손을 모으고 기도도 했습니다. 하늘나라 잘가라고요. 

                                                (무덤 위에 아이들이 나뭇잎도 올려 주었습니다.)

소꿉놀이 샆으로 흙을 조금씩 퍼 장수풍뎅이 번데기를 덮어 주었습니다. 무덤이 다 만들졌는데 한 아이가 손에 들고 있던 바람개비를 무덤 위에 꽂아 두자고 합니다. 마지막 선물입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장수풍뎅이를 보내주었습니다. 나중에 퇴근하며 무덤을 보니 바람개비가 하나 더 생겼더라구요. 어떤 마음이 따뜻한 아이가 바람개비를 하나 더 선물했나 봅니다. 

아주 힘없고 작은 생명이지만 소중히 대함을 경험하며 아이들 또한 생명에 대한 귀중한함과 함부로 대해야 하지 않음을 느꼈을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한 말이 생각나네요. 장수풍뎅이가 죽어 이제는 볼 수는 없지만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고 마음으로 사랑한다면 장수풍뎅이는 죽지 않고 언제나 내 마음속에서 살아 간다고 말입니다.


아이들 마음 속에 잠깐이지만 함께 했던 장수풍뎅이가 소중한 추억으로 살아가길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