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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애들아, 운동회를 즐기자!

운동회가 다가 오고 있어 아이들과 운동회 연습에 한창입니다. 잘하는 아이들은 신이 나고 잘 못하는 아이들은 연습이 재미있을리가 없습니다. 이 아이들을 보며 문뜩 제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생일이 빨라 일곱살에 학교에 들어 갔습니다. 그래서 제가 좀 늦었습니다. 발달이 느렸기에 행동도 이해하는 반응도 참으로 느렸습니다. 한마디로 맹~한 아이였지요.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정말로~ ^^; 


선생님이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우양우 좌양좌도 잘 모르겠고, 또 율동을 할 때는 앞에 시범을 보여주시는 선생님을 따라하면 되니 할 수 있겠는데, 부채춤은 더욱 안되더군요. 동작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하는 도중에 우루루 달려가 모둠을 만들고 동작을 하고 또 다른 모양을 만들러 이동하라는데  이해가 안되니 연습을 해도 틀리고 또 틀리고, 선생님 손에 질질 끌려 다니며 참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납니다. 

뭐 진짜 멍청하다고요? 뭐 사람은 다 다르잖아요. 성장의 속도와 재능도 다 다르지요. 제가 다른 아이들 처럼 못한다고 혼날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쫌 더뎠을 뿐이지요. 어쨌든 저는 운동회 연습을 불행하게 했던 안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겐 나는 어떻게 하고 있나 생각해 보니 참으로 미안해지더라구요. 운동회 연습을 한다고 해도 대부분은 아이들이 체육수업시간에 배웠던 것이고 율동 몇 개는 새로 배우는 것들이여서 다른 유치원에 비해 부담감이 적은 편이지만 제 마음 속에는 옆 반과 비교되는 마음이, 아이들이 잘해주었으면 하는 기대치가 높아지다 보니 저도 모르게 아이들을 나무라고 있었습니다.

(작년 운동회 사진입니다.)

사실 제가 선생의 입장이다 보니 학부모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부모들은 운동회에 오면서 우리아이에 대한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올텐데, 특히 매일마다 체육수업을 하는 유치원인데 기대치가 얼마나 클까라는 부담감을 버릴수가 없었습니다. 그랬기에 아이들에게 잘한다 잘한다 하다가도 한번씩 욱!하는 마음이 생겼지요.

운동회 연습은 즐거워야 합니다. 그럴려면 부모도 선생도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저 것밖에 못해?"의 시각에서 벗어나 "저만큼이나 할 수 있어!"라는 긍정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 보아야 합니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겠습니다.

요즘 유치원 운동회나 재롱잔치 행사를 보면 큰 공연장에서 북한어린이무용단 못지 않은 공연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노래에 맞추어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공연을 합니다. 얼마나 많은 연습을 하였을까요? 아니 연습을 많이 할 수는 있겠지만 웃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연습 동안 즐거웠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작년 일곱살에 신입으로 들어온 아이의 학부모님이 그러시더군요. 예전 다니던 유치원 재롱잔치 때 큰 공연장을 빌려 아이들이 밥먹을 시간도 없이 한 번 공연을 하기 위해 자신의 아이가 세시간을 대기실에 기다리더라구요. 그걸 부모 또한 관람석에서 기다리는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고 말입니다.

아이들이 잘하든 못하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신명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문 받는 시간이 되지 않도록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운동회를 맞이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겠습니다. 마음을 비우고요.

그럼 아이들도 생각하겠지요?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참 좋은 것이구나"라고 말입니다. 살다가 또다른 일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하는 아이들이 되기를 바래 봅니다.

참! 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여야 겠습니다. 선생이 즐거워야 아이들도 즐거울테니까요. 저는 누구보다도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더욱 잘할 수 있습니다. 애들아 운동회를 즐기자!